도서 전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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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레드엔젤 118.♡.112.3
작성일 2024.06.0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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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기간도서 전쟁

이번 장에서는 번역된 용어에 개인적으로 좀 이의가 있습니다. 기간 도서라고 번역된 backlist는 올해 출간된 신간과 대비되는 이전 출간작들인 구간으로 명명하는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이 장의 제목이 기간 도서 전쟁(구간 전쟁)이라고 불리운 이유는 영미권 출판계에서 벌어진 구간 도서들의 전자책 출판 계약권을 두고 벌어진 사건들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저자와 출판사와의 관계는 꽤 직접적인데 반해, 이 책에 서술되는 영미권은 그 사이를 조율하는 에이전시(대리인)의 개념들이 있어 우리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영미권 대형 출판사들은 21세기 전인 1994년 도서의 디지털화에 대한 출판권(그것이 전자책이든 DB형태의 제공이든 당시는 명확하지 않았지만)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권리 조항을 계약서에 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걸로 모든 것이 안심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아직 지금 형태의 전자책이 나오지 않았던 시기였고, 초고속 인터넷은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로제타북스 사건이 벌어진 2001년에 들어서야 부랴 부랴 계약 조항을 돌아 보게 됩니다.


일제 사격 개시

로제타북스의 설립자 아서 클레바노프는 계약서 상에 전자책에 대한 온전한 언급이 없다면 자신이 에이전시와 접촉해서 전자책을 낼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1994년의 계약서는 DB 제공 정도를 고려한 매우 두리뭉실한 계약이었고, 로제타 북스는 이를 이용해 전자책 출판 계약과 판매를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형 출판사들이 그걸 두고 볼리가 없지요^^; 출범 첫날인 2001년 2월 26일에 랜덤하우스의 변호사로부터 여러 유명 작가들의 책(전자책)을 내리라는 엄포를 듣습니다.

고민은 했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그렇듯이 그들은 모험을 감행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놀랍게도 법정에서 승리합니다. 2001년 7월에 사건을 맡은 시드니 스타인은 랜덤 하우스의 요청을 기각합니다. 사유는 랜덤 하우스가 주장하는 ‘도서 형태의 저작물을 인쇄 출판 판매할 수 있다'라는 권리 조항에 직접적으로 전자책을 명시하지 않았기에 전자책 출판권은 먼저 계약한 로제타 북스에 있다고 한 것입니다.

랜덤하우스쪽은 꽤 나이브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생각한 ‘도서 형태’에는 전자책도 포함되어 있을 거라고 봤자민, 법원은 명확하게 인쇄가 아닌 전자형태로 된 것은 별도의 콘텐츠인 전자책으로 봤던 것입니다. 다음 다음에 나올 아이북스 독점권 판결과 함께 이러한 판결은 이후 전자책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결국 양측은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 걸로 어느 정도 봉합이 되었습니다만, 기존 출판사들은 추가적인 전자책 계약을 확인하고 체결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계약서 사항에 대한 정비에 들어갑니다.

비록 로제타 북스가 작가와 에이전시와의 직접적인 계약으로 수 많은 전자책 계약을 해놨지만, 그리 쉽게 돈을 번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7년 아마존이 전자책 서비스를 런칭하기 전까지는 꽤 긴 공백이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서술되지 않았지만, 여러 판로에 대해서 이 회사가 꽤 고생했을 거라고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기존의 딱딱한 출판사들을 상대할 필요 없이, 로제타 북스로부터 수 많은 유명 작가들의 구간들을 입수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양사간에 윈윈이 제대로 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킨들 서비스 초기에 인쇄판과 전자판 책의 발행인 혹은 출판사가 다른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로 한국 출판사들이 과거 전자책 초기에 가졌던 종이책 매출의 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로제타북스 사건에 따른 법정 판결로 상당수 구간도서들의 전자책 출판권을 두고 기존 출판사들과 새로운 전자책 출판사들간의 경쟁의 가능성이 열린 것입니다.


전자책으로 소생시킨 위대한 작품들

오픈 로드 미디어는 이런 배경에서 2008년 사업을 시작합니다. 창업자는 이미 랜덤하우스, 크노프등의 대형 출판사에서 잔뼈가 굵었던 제인 프리드먼이었습니다.

그녀는 로제타북스가 기존 출판사에 한 방 날리기 전부터 전자책에 대한 기존 출판 계약의 헛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주저없이 유명한 구간들의 저자들과 에이전시를 직접 만나 전자책 계약을 따냅니다. 이 부분은 그녀의 기존 출판사 경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영악하게도 기존 출판사가 매출의 25%(대부분의 영미권 전자책 인세율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셰트처럼 30%를 요구하기도 합니다.)를 인세로 주는 것과 달리 50%라는 매력적인 수치를 제시합니다.

당연히 경쟁력 있는 구간을 집필한 작가와 에이전시가 오픈 로드로 발길을 돌립니다. 그러나, 이런 신규 시장 파괴자들을 가만히 둘 출판사들이 아니지요.^^; 랜덤하우스는 로제타북스로부터 소송에서 졌지만, 하퍼 콜린스는 오픈 로드에 브레이크를 걸어 버립니다.

“줄리와 늑대”라는 어린이 동화책을 둘러썬 전자책 출판권 소송은 오픈 로드 미디어의 예상과 달리 법원이 하퍼 콜린스에 손을 들어 줍니다.

비록 계약서 상에 직접적으로 ‘전자책’이라는 언급은 없었지만, 계약 조항 20조 ‘현재 알려져 있거나 향후 발명될 기술에 의한 출판권’이라는 항목 때문에 하퍼 콜린스는 해당 책의 전자책 출판권을 방어하게 됩니다.

오픈로드 미디어는 이 소송 이후에 비슷한 항목으로 계약된 도서들을 피해 계약을 위해 신중하게 움직입니다. 대신 그들은 마케팅 능력을 앞세워 여러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으로 사업을 영위해 갑니다.

한국도 초기 전자책 시작점에서 전자책 계약이 안된 도서들이 태반이었습니다. 기존 영미권 출판사들처럼 출판 계약서 그자체만 하면 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진 곳도 많았습니다. 그 결과 제대로 계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자책을 냈다가 이런 저런 혼란과 신용 강등 등의 난처한 입장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만약, 초기에 전자책 시장에 들어왔던 IT회사들이 전자책 제작이나 솔루션이 아닌 구간 도서들에 대한(특히 외서들. 국내서는 작가와 기존 출판사간의 관계를 고려하면 어려울듯) 계약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 제대로 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면 독점적인 기업이 생겼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발굴된 구간들을 이용한 전자책 사업도 역시나 피해갈 수 없는 디지털의 저주 아닌 저주를 받아 들이게 됩니다. 바로. 시장에서의 가격 하락 압박이었습니다.


기간도서 전용 전자책 출판의 한계

여러 가지 한계 조건이 있었지만, 주된 이유와 주변 연관 이유의 한가운데는 바로 가격 문제가 있었습니다. 영미권 전자책 시장 성장률이 정체되는 2014년에 들어서면서 매출의 성장이 둔화되고, 그로 인해 영업이익들에 빨간불이 들어옵니다.

기존 출판사는 전자책 외에 주 수입원인 종이책이라는 판매 상품들이 있었지만, 구간 전자책을 주로 내는 회사들은 전자책 외의 상품들은 없었기에 이러한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시장 성장은 둔화되고 같은 사업자들은 많아지고, 그에 따라 정가 자체가 낮아지는 출혈 경쟁이 결국 일어납니다.

세상에는 여전히 많은 전자책 미 계약 도서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재가공하고 홍보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시장이 정체되는 2014년은 로제타와 오픈 로드 모두 초기 시장에 진입할 때 했던 여러 책들의 계약 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이었습니다.

보통 5~7년의 출판권 계약을 하기 때문인데요.

이후로도 계속 전자책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재 계약이나 연장 계약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여러 차례 법정 소송까지 갔던 기존 출판사들은 이후 신간 계약서에 전자책 출판권을 명시함으로써, 이후 구간으로서의 별도 계약 가능성을 차단한 시점이었습니다.

출판이라는 게 구간 도서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산되는 신간이 함께 어울려져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구간 도서 전쟁에서 비롯된 법적 분쟁은 이후에도 계속 기존 출판사들에게 불안감을 주게 됩니다. 다음 장에서 살펴볼 구글과 아마존은 그런 위협을 한 층 더 가시적으로 드러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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