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지배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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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우리가 어떻게 생각을 갖게 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돌고래나 고양이 등의 동물에서도 지적 활동이 보여지지만 인간처럼 사고하는 수준까지는 못하고 있죠. 마찬가지로 우리의 감정도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탐구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문화적, 교육적으로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연관 없는 문화권에서도 기쁨의 표정과 슬픔의 표정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감정표현은 유전자단계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감정이 각 개체의 고유한 표현이 아닌 유전적으로전달된 기능에 의해 이뤄진다는 주장은 다소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내 개성을 뺏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저자는 그동안의 유전자 관련 연구 결과를 통하여 감정이 유전적으로 전해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더 나아가서 사랑도, 사회도, 정치관도, 종교도 이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얘기합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것은 기존에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게 하고, 인식의 확장을 가져옵니다. 누가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식체계의 해상도가 올라간다고도 합니다. 다소 급진적일 수 있는, 유전자가 우리 생각과 행동까지 지배한다는 주장은 불쾌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자신의 무의식적 행동이 일어난 과정을 추정해 볼 수 있게 합니다. 사건이 일어나면 싸우거나 도망치거나(fight or flight), 둘중 하나를 빨리 선택해야 생존확률이 높았던 우리 선조들의 행동 방식이 전해져 우리도 그들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방정식에서도 조건이 바뀌면 해가 달라지듯이 우리의 삶은 선조들의 것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먹을 것이 풍족하고, 질병과 포식자의 위협에서 비교적 안전해졌습니다. 인류의 공동체가 이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유전자는 변하지 않습니다. 자연변이로 인해 극소량의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부모에게 받은 유전자는 천년전 고려시대와 지금과 거의 변화가 없다고 합니다. 이 결과 가끔 잘못된 해가 나오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당뇨, 고혈압, 알러지성 질환 등이 있습니다. 과거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능들이 현재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면 우리의 행동을 변화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개개인의 잘못이 아닌 유전자의 탓으로 돌려 죄책감을 덜고, 개선 방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저자는 최종적으로 '자연'과 '인간'을 대립적 구도로 보고 자연에 굴복하지 말고 인간이 만든 문명을 확장하여 인류의 행복을 추구합니다. 자연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를 알고 수정하는 방법으로 문명의 발전을 제시합니다. 자연상태에서는 도퇴될 개체가 개인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혹독한 환경때문이었으므로 사회보장제도나 과학기술을 통해 자연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주장의 설득력은 있지만 과거 19세기 이성중심으로 세상을 정복해나가려고 한 제국주의 시대가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주장을 선명하게 하는 것에는 성공적이었으나 설득을 하는 데는 부족해 보입니다. 저자가 얘기한 대로 유전자로 각인된 감정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강화시키기 위한 자료들만 취사선택한것이 아닐까 의심도 듭니다. 통계학적 연관성을 인과관계가 있는것으로 표현하는 부분도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한번쯤은 읽어보길 권합니다. 우리가 생각지 못한 변화는 기존의 생각을 다른 각도로 볼 때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포말하우트님의 댓글
오래간만에 좋은 독후감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