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전쟁(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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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새로운 구술
이번 장은 ‘구술’이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오디오북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미권도 그렇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전자책의 성장이 둔화 혹은 정체되었을때 관심을 가진 또 다른 디지털 포맷이 바로 오디오 북이었습니다.
성급하신 분들이 전자책은 끝난다고 단언하고(이제까지 장을 봐왔다면 그게 너무 성급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단행본 출판사를 위한 또다른 디지털 대안으로 찾던게 바로 이 오디오북이었는데요. 영미권과 달리 한국의 오디오북은 좀처럼 기를 못피는 형국입니다.
그 어렵다던 전자책 시장 형성은 그래도 비교적 빠르게 어느 정도 정착이 된 반면에, 국내 출판계에서의 오디오북 비즈니스 정착은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이 장은 오디오북 업계 종사 분들이나, 저처럼 관심은 있지만 섣부르게 들어가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위한 벤치마킹 사례들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디오북의 발전
이 책에서는 1877년 에디슨이 자신이 발명한 축음기로 ‘메리의 어린양’을 녹음해 판매하려고 했던 시도를 최초의 오디오북 형태의 등장과 비즈니스 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후로 살펴 보겠지만, 오디오 북 산업은 그 콘텐츠를 담는 매체의 물리적 특성에 영향을 받아 성장해 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최초의 축음기는 아직 긴 이야기를 담기에는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에디슨의 발명품 이후 무려 5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책의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시기에 오디오북은 시각 장애인들의 독서 환경 조성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써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시각 장애인용 오디오북 사업의 취지와도 비슷합니다. 이때의 녹음 기술로는 대략 20장의 레코드판으로 소설 한권을 녹음할 수 있었다고 하니, 이런 공공 사업적인 투자가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냈을 시기였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미권은 장애인 지원을 위한 투자로 이러한 오디오북 제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부문이 먼저 국내 사정과 다른 것 같습니다. 영미권은 꽤 오래 전부터 공공 투자를 통해 오디오북 산업의 터전이 잡혔다고 봐야 합니다. 국내처럼 갑자기 디지털(CD와 mp3, 기타 스트리밍)로 오디오북을 시작했다기 보다는 아날로그 바닐 레코드와 테이프 시절부터 그 기반을 갖춰 왔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야 저는 비로소 왜 영미권에 오디오북이 국내보다 활발할 수 있었는가 좀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1952년 바바라 홀드리지와 메리엔 맨텔과 같은 사업적인 야심가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오북 회사(캐드먼 레코드)를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꽤 큰 성공을 거두는데요. 이때의 매체는 LP 레코드입니다. 재생 시간이 기존 레코드 판에 비해 매우 긴 판이었기에 장편 소설들을 담아두는게 가능했던 것입니다.
에디슨의 아이디어가 있은지 거의 100년이 지나 매체가 변하면서, 오디오북의 성장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후 카세트 테이프 매체가 등장하면서, 지금의 모바일리티 콘텐츠라고 볼 수 있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당시 유행했던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 재생기인 소니의 워크맨을 통해 이제 사람들은 이동하면서, 운동하면서, 기타 다른 야외 활동을 하면서 음악과 함께 오디오북을 듣게 됩니다.
이 부분을 읽어 본다면 국내의 오디오 매체 니즈가 대부분 음악쪽에 치우친것과 좀 다르게 보입니다. 인구의 차이일지 소득이나 지식 계층 인원의 차이일지 모르지만, 영미권은 이 시기 1980년대 이미 오디오북 시장이 잘 정립되었다고 이 책은 설명해 줍니다.
매체에 따라 발전해 온 오디오북은 디지털 매체가 등장하면서 정말 폭발적인 성장의 시대를 맞이합니다. CD의 등장은 본격적인 디지털 형 매체로써의 오디오북의 변신이라고 할수 있습니다만, 이후로 mp3 파일 형태로의 변화는 기존 물리 매체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전송에 의한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에 의한 오디오북 시장으로의 전환을 초래합니다.
이 변화로 2004년 미국 오디오북 출간이 3,000종이었던대 반해, 2017(본격적인 인터넷 시대)에는 46,000종으로 크게 늘어납니다. 그만큼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늘어난 시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더블의 등장
오디오 파일의 다운로드 방식이라는 매체의 변화에 따라, 오디오북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전까지 주류 매체였던 CD판 오디오북은 퇴조하기 시작하는데요. 이 시기를 잘 노린 업체가 바로 그 유명한 돈카츠가 세운 오더블입니다.
영미권의 오디오북을 거의 독점하다 시피하는 이 회사는 초기에 자사 오디오북을 재생할 수 있는 기기를 직접 만들어 판매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는 PC나 맥처럼 컴퓨터가 아니면, 이런 음성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휴대 기기가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유명했던 아이리버의 mp3 플레이어나 아이팟 조차도 아직 나오지 않은 시기였다는걸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전용 기기를 통한 판매는 성공을 못하지만, 이후 2003년 아이팟과 아이튠스의 등장으로 오더블은 정말 날개를 단 것처럼 그 영역을 확장하고 급성장합니다.
지금은 음악을 비롯해서 음원을 찾아 듣는게 아이튠스같은 음원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서였지만, 당시에는 이제 막 시장이 시작되었던 시기였습니다. 역시나 오디오북의 매체에 영향을 받는 특성덕에, 매체 변화를 잘 감지한 오더블은 제대로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후 오더블은 아마존에 인수되면서 아마존의 라인업을 더욱 더 강하시키는데 일조합니다.
오디오북의 일상화
이렇게 오더블의 성장과 함께 오디오북에 대한 니즈가 영미권에서 큰 것 같습니다. 과거에 영미권 대형 출판사들은 오디오북을 직접 제작해서 팔기 보다는 오디오북 판매 권한을 오디오북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흔히 오디오북 출판사라고 부르는)에 팔아 라이센스료만 받는 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불과 10여년 전에 한국에서도 시도했던 방식입니다.
이후 오디오북의 시장 성장에 따라 출판사가 직접 오디오북을 만들어 판매하는 가운데에서, 이제는 하나의 도서 계약서 안에 전자책과 더불어 오디오북도 디폴트로 언급할 정도로, 영미권에서 오디오북은 일상화 되었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그러나, 오디오북은 같은 디지털 매체인 전자책과 달리 제작비를 포함해서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게 여간 까다로운게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구술(책을 읽는)이라는 물리적인 시간 소모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오디오북 시장이 성장할 수록 이에 대한 이슈가 점점 커지게 되고, 이는 오더블이 설립한 플랫폼인 ACX(소규모 오디오북 제작자와 나레이터, 작가등을 연결해 주는 일종의 오픈 플랫폼)의 등장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오디오북 공급망
이 절에서 설명하는 것은 오디오북을 단순히 유통하는 면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생산에서 유통, 그 이전의 저작권 관리 등 보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텍스트로 일일히 읽을 수도 있겠지만, 첨부된 표(이미지)가 바로 그 관계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디지털 산업의 특성상 전통적인 구분이 이제는 모호한 상황입니다. 유통사는 자가 출판자들을 위한 ACX플랫폼을 제공해 직접 저자와 제작/유통을 진행하기도 하고, 출판사에서 오디오북을 제작 한 뒤에 유통으로 넘어가는 비교적 고전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디오북 판권을 제작 스튜디오에 제작을 일임하는 방법등도 이 절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디오북 제작
이 절에서는 영미권 오디북 제작 환경에 대해 설명합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녹음을 위한 낭독자(나레이터)의 인건비 책정 방식(PFH; Per Finished Hour; 녹음이 완료된 종료시간당 책정)도 어느 정도 가이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최저는 시간당 200~250달러)
또한, 오디오북 제작에 소요되는 재생 시간당 예상되는 녹음 시간(1시간 짜리 최종본을 위해서는 3시간 정도 녹음 시간이 필요)등에 대해서도 이 절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손익 분기점은 이 책에 따르면 최소 500~600부라고 합니다. 이것은 출판사 혹은 제작 스튜디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러한 금전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주 제작 대행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인터뷰에 응한 스튜디오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나레이터 비용이 50~100달러로 낮춰진다고 하니, 비용을 낮추기 위해 많은 프리랜서 나레이터가 고용될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오디오북 연기하기
매체의 변화가 파일 전송화 되면서, 시장의 비즈니스 플레이어들 역할이 매우 다양해지고 멀티플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 봐야 할 지점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제작 환경을 위해 더 이상 대규모 스튜디오와 녹음실, 전용 녹음 장비가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프리랜서 나레이터들의 등장은 바로 이러한 기술적인 기반에서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전통적인 나레이터들이 낭독만 하는 것과 달리 자신의 음성 파일을 직접 녹음 편집하는 기술적인 접근도 합니다.
물론, 전문적인 녹음 엔지니어들과 장비에 의한 결과물보다는 좋다고 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녹음을 위한 소규모 부스 안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내며, 보다 간소한 장비로 이들이 만들어내는 오디오북 콘텐츠의 양은 무시 못할 수준입니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품질은 물론 양적인 부분도 필요한데, 영미권 오디오북 시장은 이러한 트레시홀드 점을 프리랜서 나레이터들을 통해서 찾은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벤치마킹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진흥원 교육 사업 중, 오디오북 나레이터 양성 과정에 음원 편집과 녹음 기술 커리큘럼이 들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장에서 영미권처럼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도 지금보다는 더 많은 오디오북을 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각과 청각이 혼합된 책들
이 책에서 저자는 오디오북 시장에 대해서 낙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디오북 시장이 직면한 문제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이 장을 마무리합니다.
전자책의 성장 둔화처럼 오디오북의 성장도 언젠가는(아마도 곧?) 다달을 것이며, 현재의 오디오북은 스마튼폰을 통해 전달되는 만큼(전자책도 마찬가지), 소리는 물론 영상까지 전달해 주는 sns와 유튜브, 게임 등의 콘텐츠와 쉽지 않은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과연 오디오북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저도 궁금하긴 합니다.
레드엔젤님의 댓글의 댓글
말씀하신 오디오(라디오) 드라마는 저를 비롯해서 기대가 큽니다만, 제작비 문제로 많이 적용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BL처럼 조금은 마이너하고, 인지도가 낮은 성우분들을 기용해서 오디오 드라마화는 경우는 있다고 합니다.
결국은 비용대비 매출의 문제인데, 아직 오디오북 시장이 이 부분에서 좀 고전하는 것 같습니다.
취백당님의 댓글
그런데 개인적으로 과거 라디오 드라마가 참 재미있던 시절이 있습니다.
몇 년 지나지 안아 그 정도 수준의 오디오 북들이 5년 안에 시장에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