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전쟁(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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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소셜미디어에서의 스토리텔링
제목에서 소셜미디어라고 지칭하지만, 여기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한국의 조아라나 문피아와 같은 커뮤니티형 게시판 연재물 사이트를 설명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장 전체적으로는 왓패드(2021년에 네이버가 인수한 회사입니다.)를 중심으로 저자는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디지털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면서 과거 문예지나 신문, 잡지에서 연재되던 소설들이 어떻게 이동하고, 확대해 가는지를 고려해 본다면 매우 흥미로운 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웹소설과 왓패드가 지향하는 바가 꽤 겹친다는 걸(영상화를 통한 IP사업 확대) 알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괜히 이 해외에 있는 회사를 인수한게 아니라는 걸 읽어 보시면 깨닫게 될 겁니다.
이야기를 위한 유튜브 만들기
앨런 라우와 이반 위엔이 설립한 왓패드는 본래 피처폰 시절에 읽을 거리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그 시절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의 휴대 전화 화면 사이즈는 문자를 몇 줄(책에서는 5줄이라고 지정했습니다.)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열악했습니다.
또한, 초기에 제공했던 도서들도 저작권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고전 도서들이 주류였기에,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2006년 유튜브의 성공을 본 창업자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그 속에서 창작의 열정을 가진 아마추어 작가들에 대한 가능성을 봅니다.
유튜브처럼 폭발적인 성장은 아니지만, 창업자들의 생각대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왓패드에 모여 듭니다. 초기에는 주로 팬픽과 이를 기반으로 한 로맨스 소설이 주를 이루는데요. 이는 이용자의 대다수가 여성(60%)이며, 꽤 젊은 층(13~18세 45%, 18~30세 45%, 결국 90%가 30세이하라는 것.)이 이용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용자 수가 전세계적으로 8,000만명 (미국은 1,400만명)가량 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소위 뜨는 작가들은 작품마다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스케일의 차이지만 한국의 PC시절에 유행했던 퇴마록과 드래곤 라자등이 떠오르게 됩니다. 온라인 상에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선별된 도서들의 탄생이라고 할까요?
당여히 이렇게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들은 기존 출판사들에 의해 책으로 엮여져 출간되기도 합니다. 이같은 부분은 한국에서도 있었기에(귀여니 작가의 소설들 다들 기억하시지요?^^;) 새로울 것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좀 흥미로운 부분을 봅니다.
바로 팬픽의 출간인데요. 왓패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팬픽 소설에서 시작했기에, 기존 오리지널 작품들의 등장인물들을 차용해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이걸 그대로 책으로 출간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왓패드를 통해 접근하는 출판사들은 이러한 팬픽 작가들과 논의를 거쳐 비로소 책으로 낼 정도로 수정 과정을 거칩니다.
이 부분은 책에서도 간과하는 것 같은데, 저는 이것이 기존 출판사의 노력과 필터링이 여전히 작동하는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료로 이야기 나누기
자,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용자가 1억에 가깝지만 여기에 올려진 콘텐츠는 모두 무료라는 점입니다. 왓패드가 자선 사업을 하는게 아니니, 어딘가에서 돈을 벌 방법을 궁리해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IT 스타트업이 그랬듯이 왓패드 창업자들도 초기에는 매출보다는 투자를 받으며, 이용자들을 늘리는 걸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이용자들이 늘어나면 어떻게든 돈이 생기는 비즈니스의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가장 먼저 떠올릴법하고 실제로 왓패드가 진행한 매출 방안은 광고였습니다. 다만, 무분별한 배너형 광고가 아닌 이야기 콘텐츠의 내용을 해치지 않는 비교적 분위기가 같은 내용을 홍보하는 광고를 제작해서 배치했습니다.
하지만, 8천만명의 숫자는 많기는 하지만 유튜브 이용자에 비할비가 아니었고, 광고 수익만으로는 큰 매출을 일으키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왓패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인 이용자들이 올려 놓은 스토리 콘텐츠를 출판사에 연계해 주는 사업을 고려합니다. 이것은 기존의 영미권 출판계에 있던 에이전시(대리인) 업무와 같은 일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수 많은 작가들의 스토리를 다루게 될 것이며, 이후에 나오지만 작가들의 스토리 향방이나 편집 방향, 추천등을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왓패드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합니다. 이 책에서 언급한 “키싱 부스”의 도서 출간 이후,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인 랜덤 하우스는 왓패드에서 해당 스토리를 내리라고 요청한 것이지요. 왓패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 콘텐츠(그것도 조회수가 어마어마한 대작을)를 내리는게 못내 속쓰렸을 겁니다.
전통적인 출판사 입장에서는 출간된 도서와 같은 콘텐츠가 인터넷에 있다면, 책이 안팔릴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것은 한국에서도 PC통신과 인터넷 연재 소설들이 도서 출간에 맞춰 콘텐츠를 지우거나 내리는 것과 같은 양상입니다.
그래서, 왓패드 측은 다른 소설인 ‘애프터’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에이전시 역할을 발휘해, 도서 출간 이후에도 자사 사이트에서 콘텐츠를 유지하게 됩니다.
언급된 도서들은 출간 이후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에도 성공합니다. 이후로 왓패드는 이러한 일련의 성공 방정식을 체험하고 다듬어 갑니다.
이야기를 스튜디오로
왓패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도서 출간이 종착지가 아닙니다. 출간된 베스트 셀러의 영상화(TV드라마나 영화화)가 현재로서는 최종 목적지로 보입니다.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의 영상화는 사실 흔한 비즈니스 방법일지 모릅니다.(이는 앞선 8장에서 소개한 잉크셰어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왓패드는 자신들이 영상화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를 바랬습니다.
IT 기업답게 영상화를 위해 자신들만의 솔루션과 철학을 세우는데요. 독자들의 댓글 반응을 분석해, 연재된 콘텐츠의 영상화 부분을 결정합니다. 독자들의 반응을 통해 길게 연재된 에피소드들 중에서 불필요하게 보이는(주로 인기가 적거나 반응이 좋지 않은) 인물이나 스토리를 잘라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각색을 맡은 시나리오 작가들은 이러한 도움과 기준을 통해 보다 밀도 높은 영상물 시나리오를 집필한다는게 왓패드가 자랑하는(?) 장점입니다. 다만, 이런 과정을 거쳐서 완성된 영상물에 대해 평론가들의 반응이 썩 좋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과연 알고리즘이 만능인가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됩니다.
시나리오에 대한 참견(?)을 하면서 왓패드는 또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게 됩니다.
예비 작가군들도 있겠다. 알고리즘에 의한 시나리오 편집 권한도 있겠다. 과연 책을 내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미칩니다.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기
결국 왓패드 북스라는 출판용 임프린트를 세우고, 책을 만들어 팔게 됩니다. 사실상 기존 출판사가 하던 역할도 맡게 된 셈입니다.
이들은 내부적인 알고리즘과 출판계 경험이 있는 담당 직원들을 고용해 일을 진행합니다. 이 부분은 기존 출판사와 조금 다른 부분이지만, 한 편으로는 책이라는 것이 어떤 형태든(인터넷 연재든,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전통적인 출판사의 프로세스를 거칠 수 밖에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다만, 이 방법이 모든 출판 장르에 가능할까라는 것은 시간을 좀 더 두고 살펴야 할 사안인 것 같습니다. 왓패드 북스의 출간 도서들은 대부분 로맨스 장르이기에, 다른 장르 적용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으니까요. 한국에서는 다음 카카오의 브런치가 논픽션 부분에서 이런 가능성을 측정할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