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D. 밴스의, 힐빌리의 노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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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누가늦으래요 122.♡.0.202
작성일 2024.07.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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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D. 밴스(김보람 번역),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흐름출판,  2017. 424쪽)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역인 러스트벨트에 사는 백인 노동 하층민을 "힐빌리"라고 한다고 책 서두에 나온다. 저자인 밴스는 힐빌리 출신으로, 밴스는 외할아버지의 성씨입니다. 부모보다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셈이죠.

따라서 가끔 이 책의 저자를 "세번째 아버지에게 입양되어..."라고 소개하는 글이 보이던데, 그런 언급은 이 책의 첫번째 장조차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하는 말이니 무시합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입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워낙 가난한 백인 마을에서 자라나면서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와 외조부모 집에서 자라게 되었고, 엄마의 여러 번에 걸친 재혼과 이혼으로 아버지가 여러 번 바뀐 것을 세번째로 입양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지(서너 번씩이나 엄마가 재혼하면서 아버지가 바뀌고 성도 여러 번 바뀐 것이지 뭐 부모없이 입양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의 첫 페이지 저자 소개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태어나 가난한 애팔래치아 지역인 켄터키주 잭슨을 오가며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에서 복무했고, 이후 오하이오주립대학교를 거쳐 예일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 밴스는 산업이 붕괴한 백인 마을에서 가난이 대물림되고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사회보장 지원금 혜택으로 살아가다가 끝내 희망을 잃고 마약 중독에 빠진 엄마를 대신하여 거친 성격의 외조부모 집에서 자랍니다. 고등학교 때 결석과 낙제에 가까운 성적을 전전하던 밴스가 궁여지책으로 해병대에 지원 입대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고, 제대 후 예일대학교에 입학하고 개천에서 용났다는 성공적인 인생으로 전환하여 자신이 살아온 암울했던 어린 시절부터 예일대 로스쿨 졸업 직후까지의 성장 과정을 쓴 자서전입니다. 

미국에서는 2016년에 발행된 책인데, 벌써 8년이 지나면서, 밴스는 오하이오주 상원 의원이 되었고, 어제 도널드 트럼프 후보로부터 부통령 런닝 메이트로 지명되었다는 소식을 보고, 제목만 들어서 알고 있던 이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제조업이 몰락한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도 대도시 흑인 슬럼가 못지 않게 비참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주당 정부 때의 실업수당에 의존해 살아가면서도 실업 수당으로 연명하면서 일은 하려고 들지 않는 다른 사람을 혐오하는 풍토가 만연하게 되면서 민주당 지지에서 공화당 지지 텃밭으로 바뀌어 있는 곳이라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책 내용은 그다지 재미 없었습니다. 암울한 성장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고, 가족이 모이면 서로를 공격하고 만연한 폭력이 오가는 우울한 날의 반복을 보여줍니다. 공장들은 다 떠나버리고 일할 곳은 없고, 그 지역 사람들 특징인 듯 보이는 거친 성격의 외조부모가 밴스가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아버지에게 밴스를 맡기는 것을 거부하면서 엄마 손에서 자라게 되고, 재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엄마 대신 외조부모 집에서 자라면서 겪는 암담한 기억들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미국 사회보장 제도가 러스트 벨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합니다. 남탓하는 사람들 특징이기는 해 보이지만...

이 책을 읽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저학력 저소득 백인 하층민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를 조금 알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 + 밴스가 대통령/부통령으로 당선되면, 미국의 사회복지 제도를 뜯어고치려고 과격한 제도 개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제가 보기에 그것조차 정치 행위이지 근본적인 개혁이나 희망의 씨앗을 안착시킬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인 것에서도 볼 수 있지만, 책 내용에서도 회고이지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4

일단뜯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단뜯어 (223.♡.78.194)
작성일 07.17 09:16
잘 읽었습니다
트럼프가 되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는데
부통령후보가 이런 사람이군요
밑으로의 경쟁 이란걸 얼핏 들은 거 같습니다

누가늦으래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누가늦으래요 (122.♡.0.202)
작성일 07.17 09:20
@일단뜯어님에게 답글 본문을 쓰다 보니 길어졌지만, 책 내용은 별로 언급하지 않은 것입니다.^^

다만 저자가 책 내용에는 실업 급여로 지탱하는 동네 사람들이 다른 실업 급여 수혜자들을 "혐오"하는 것에 대한 황당해 하는 내용이 있지만, 그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거나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이라고 강조하지는 않아서 아쉬웠어요.(의도적으로 뺀 느낌이랄지...)
극우든 극좌든 혐오를 확대하는 짓이 만악의 근원 중에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ㅋㅋㅋ님의 댓글

작성자 ㅋㅋㅋ (222.♡.112.199)
작성일 07.17 20:08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리뷰 감사합니다.

누가늦으래요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누가늦으래요 (122.♡.0.202)
작성일 07.17 22:52
@ㅋㅋㅋ님에게 답글 넷플릭스에 영화도 있어서 책 읽은 후 2/3쯤 봤는데, 책은 기사라면 영화는 그 기사를 소재로 쓴 창작물이라 할 정도로 다르긴 하네요.
미국인들에게는 러스트 벨트 백인 하층민 이야기가 공감대를 얻었읐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그다지... 책 읽으면서 뭐 저런 말종 동네가 다 있나 싶을 정도였어요. 해병대 교육 받으면서 인생이 바뀐 셈인데, 그 부분은 영화에 아직 안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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