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마라톤 풀코스 후기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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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 맞기 전까진 ㅠㅠ
진짜 경기 후반부에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다행히 완주는 했지만 목표했던 기록은 달성 못했습니다.
이번 제 춘천 마라톤 풀코스 기록은 3:42:58입니다.
목표했던 3:30:00의 벽은 까마득히 높았구요.
심지어 작년 기록 3:37에서도 5분 밀렸네요.
매번 대회 때마다 세우는 목표는 제 욕심이 들어가서 달성 못한게 당연하지만, 지난 기록 보다 밀린 것이 좀 분합니다
제 기록은 안내 책자 상 풀코스 전체 참가 인원 11,056명 중 2,187등이고 남자 풀코스 참가 인원 9,113명 중 2,031등 이라고 합니다.
도움이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참고 삼아 올립니다.
다른 대회나 연습 때 '어 심장에 무리인거 같은데?' 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25km 이후에 심박이 너무 높이 올라가서 심장에 무리다? 라는 생각을 처음 해봤습니다.
출발 하기 전에 사회자 배동성 아저씨가 심장에 무리인거 같으면 쉬라고 했었는데 이러다 앰블란스에 실려가나??
싶었지만 자연스럽게 페이스가 떨어지더니 다시는 회복이 안되더군요 ㅋㅋㅋ
시작 전 제 전략은
첫 5km는 언덕 구간이니 오버페이스 x
하프까지 최대한 4:55에 맞추고
30km까지 5:00
30km 이후는 전반적으로 내리막이니 속도를 올린다 였습니다.
계획은 그럴싸 했죠.
E조에서 출발해서 25km까지는 앞에 주자들 제치면서 계속 순항했습니다.
5km까지 대략 5:00 페이스 였고 하프까지 평균 페이스 4:56 이더군요.
심박도 여유있고, 언덕 올라가는 것도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5km - 28km 에서 치솟는 심박+언덕 콤보를 맞더니
다리에서 이상이 감지됩니다.
다리: 쥐...
뇌: ???????
다리: 쥐....가 날 거 같은데???
뇌: 무슨 소리야!! 원래 20km 넘으면 다리 아픈건 당연하다고! 이제 내리막 코슨데 통증은 무시한다! 하지만 통증 감안해서 페이스는 505 맞춘다.
하프까지 km당 4초 벌어놨으니까 나머지 하프를 505로 맞춰도 3시간 30분대라고 ㅎㅎㅎ 새로운 속도로 순항 준비!!!
심장: 혈류량을 3%증가하겠다 (심박 185에서...)
다리: 더 이상 스트라이드를 늘리면 근육에 충격이 너무 커! 케이던스를 올려서 충격을 분산하겠다! 런닝화 카본파이버 탄성 전개!!
간: 여러분들 잠시만요 글리코겐이 없는데 무슨 소리들을 하시는거죠???
뇌: 하지만 어제 카보로딩을...
간: 니가 이틀 동안 먹은 건 카레랑 미역국이랑 밥 뿐이었지, 평상시에 30km이상 쓸 에너지를 보관해 본 적이 없다고!! 나는 하던대로 했을 뿐이야. 이제 글리코겐은 고갈됐다. 에너지 소스를 지방으로 전환한다. 뇌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야. 니 뱃살에 낀 지방도 이동에 쓸 수 있는 훌륭한 에너지원이라구. 다만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zone2 운동"으로 전환해야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뇌: 입닥쳐! 에너지젤 투하!
간: 니가 가진 에너지젤은 두 개고 개당 140칼로리, 총 280칼로리지. 현재 남은 거리는 10km가 넘어. 에너지젤의 당이 모두 에너지화 한다고해도 나머지 500칼로리는 어디서 가져오란 걸까? 심지어 소화해서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간은??
다리: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 근육을 쥐어짜면 그게 쥐가 아닐까? (근육을 쥐어짜며)
뇌: ... 이머전시 플랜을 가동한다. (탁센을 꺼내며) 통증을 무시하겠다.
기억이 혼미한데 아마 30-32km 지점에서 혹시나 해서 가져간 탁센을 꺼내 먹었습니다.
양쪽 종아리와 오른쪽 허벅지에서 돌아가면서 쥐가 오려고 하더군요.
식수대에서는 물은 안마시고 그나마 전해질이라도 보충하려고 이온음료만 만십니다.
오르막보다 내리막에서 근육을 자극한게 말그대로 '쥐약' 이었던거 같습니다.
35km지점까지 520, 530 페이스로 떨어지더니
37km지점부터는 쥐가 나기 시작합니다. 와 ... 이때부터 지옥문 개방
40km 지점에서 육성으로 으악 소리 지릅니다. 무슨 쥐가 다섯 군데에서 동시에 올라오네요 양쪽 종아리, 허벅지, 허벅지 안쪽. 아우
41km 못뛰겠습니다. 그런데 걸으면 진짜로 기어들어가야될거 같더라구요.
너무 아파서 눈물도 나고.
한 100미터는 눈감고 뛰었네요.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배번에 써있는 이름도 불러주시고 ㅠㅠㅠㅠ 기어들어가기에는 너무 창피하고
거의 걷다시피해서 피니쉬라인 통과했습니다.
간식으로 준 바나나랑 가져간 포카리 마시면서 운동장에 앉아있는데 앉아도 쥐, 누워도 쥐... 미치겠더라구요.
다행히 비상으로 가져간 (저용량)아스피린 있어서 좀 먹어보고 차라리 움직이니까 좀 나아졌습니다.
춘천에서 출발한 셔틀타고 종합운동장 도착하니 5시가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무릎, 발목, 장경인대, 족저는 괜찮은 듯 합니다. 근육통만 좀 남아있고 3-4일 쉬면 괜찮아 질 듯 하구요.
실전만한 훈련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비싼 LSD훈련 했다 생각하고 감 떨어지지 않게 올 겨울에는 더 많이 먹고 더 길게 뛰는 연습을 해봐야 할까 봅니다.
어제는 진짜 죽을 거 같더니만 내년 시합 뭐 뛰어야 하나 또 고민 중이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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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에 기록 이미지 파일올리고, 가민 데이터 화면 올리려고 하니까 '요청이 올바르지 않습니다' 오류가 나네요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섬지기님의 댓글
풀코스는 워낙 장거리다보니 당일 컨디션에 따라 몇분은 좌우될 듯 싶고요.
간접적으로나 달리는 심경을 엿볼 수 있었던 후기 감사드립니다.^^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더불어님의 댓글
전 30km 오면 근력이 빠져, 이런저런 이유 찾아서 멈추는 저를 발견 합니다.
다리근력 운동은 어떻게 하시나요?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해바라기님의 댓글
로 보고 있었는데 D조 340페메가 들어 오고
조금후에 들어 오시더라구요.
드신다던 식빵을 안드셨나 보네요.
쥐가 서라운드 시스템으로 돌아 가면서 나면
어우야~ 생각만 해도 무섭습니다.
아스피린을 쥐나기 전에 드셨으면 좋았으려나…
히루만에 다음 대회를 구상하신다니 마라톤이
뭐지요?ㅎ
너무 수고 많으셨는데 회복도 잘 하세요!^^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단트님의 댓글
그래도 완주하셔서 너무 멋지십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고 회복 잘하고 계시길 바랍니다 👏👏👏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아는오빠야님의 댓글
마치 현장에 있었던 것 같네요.
충분한 카보로딩을 학습하고 가요!!
제겐 꿈같은 기록 대단하십니다. 🤗🤗🤗🤗🤗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레메디스트님의 댓글
현장감 생중계 하는 생생한 필력!
과학적 분석과 의사 쌤 아닌가 싶은 신체분석력!
긴박한 전개와 깊은 마라톤 상식 ~ !
이 글은 노벨 문학상에 이은 노벨 후기상 감 입니다 ~ !!!
이런 분 이셨군요 ^____^
정말 정말 수고하셨고 기록은 다음에 꼭 이루실 것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 !!!!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해봐라님의 댓글
찐 힘을 숨기고 계셨군요.
필력에, 달리기 실력에 뭐 하나 빠지는게 없으시군요.
그렇잖아도 오늘 춘마 참가해서 4시간 15분으로 완주하신 동네 주민분의
무용담을 장장 2시간 동안 듣고 왔습니다.
듣자 하니 그 댐 올라가는 그 오르막에는 고양이 한 마리도 얼씬도 안해서
그 놈의 쥐가 엄청 돌아 다닌다고 하더군요.
퍼져서 앉아있는 사람들 수두룩 하고, 그 곳에서는 일단 달리고만 있으면
엄청 빠른거라고 하더군요.
힘든 코스에 멋진 레이스 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Crossthemilkyway님의 댓글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블르블랑님의 댓글
저도 제마에 sub 330이 목표라 비슷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저도 쳐 맞겠네요 ㅠㅠ
2차 목표인 sub 400 계획을 세우러 갑니다 ㅠㅠ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DRrck님의 댓글의 댓글
흐림없는눈™님의 댓글
기록단축은 아쉽지만 부상없이 완주 하신 것은 참 다행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역불님의 댓글
대단하십니다
목표에는 부족했어도 기록도 좋고 부상 없이 완주하셔서 다행입니다
어설픈 사람은 도전도 못하겠네요 ㅜㅜ
고생하셨습니다 ^^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에엠님의 댓글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룰룰루이님의 댓글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포체리카님의 댓글
고생 많으셨습니다.
쳐 맞았다고 표현은 하셨지만 제가 보기엔 너무 멋진 기록이십니다~
넘사벽!!!!!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울버린님의 댓글
제다이마스터님께서 미끄러지시면.... 저는 어쩌라고요~~~~ㅋㅋ
아~~ 무섭습니다.ㅎㅎㅎ
그래도 멋지게 큰 부상없이 잘 마무리 하셔서 다행입니다~
대회는 또 있지 말입니다~. 겨울에 저랑 같이 열심히 부족한 부분 채워서 봄에 다시 도전해 봅시다~~(밑밥)ㅋ
나는지구인이다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