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런이라 불렀지만 등산이 되어버린 것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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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25년 지기 친구 2명과 장수 트레일런 20k 대회를 다녀왔습니다.
출발 전에는 sub-4를 여유롭게 목표를 잡고, 로드는 달리고 오르막은 걷자! 그리고 완주하고 `막걸리와 두부김치!`를 다짐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맞기전까지는` 이 명언이 이번에도 적중할 줄이야....
20k 의 출발지는 도착지에서 버스로 30분정도 이동해야 도착하는 곳에 있습니다. 11시 늦은 출발 시작과 동시에 떨어지는 빗방울.
어느 정도 빗방울은 일기예보로 예상하고 있었고 대회측에서도 방수자켓이 필수품으로 변경할 정도여서 나름 준비를 잘 해서 출발을 하였습니다.
로드와는 다르게 트레일러닝 1km 는 왜 이렇게 멀고도 험한지....
첫번째 오른 산에서 인증샷을 찍으려고 했던 찰나 약간 뒤쳐졌던 친구1이 자꾸 뒤쳐지는 것을 의식하고 멈추지 않고 바로 출발을 해서 친구2와 다시 바로 출발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 내리막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 정체가 생겨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빨리 가던 친구1이 의지하고 있던 스틱이 휘면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찌고 스틱이 휜 것 말고는 큰 부상이 없었습니다. 안도하며 계속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점차 페이스가 느려지는 친구1이 넘어졌을 때는 놀라서 몰랐던 발목에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코스가 CP1(체크포인트이자 급수대)까지의 길이 울퉁불퉁 돌밭으로 되어 있어서 정상적인 상태인 저도 쉽지 않은 구간이었습니다. 컷오프 시간 20분 전에 겨우 체크포인트에 도착을 하고 친구1은 DNF를 선언하고, 나머지 친구2와 CP1의 보급품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다음 코스로 이동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이 폭우처럼 쏟아지지는 않았지만 안경을 쓰고 있는 저로써는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지도상으로는 CP1 전의 산이 제일 높고 가팔랐기때문에 무난하게 CP2에 도착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8km 가 왜 이렇게 멀고도 먼지 분명히 14km를 본지 30분이 지난 것 같은데 15km 는 보이지도 않고, CP의 종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왜 보이지가 않을까.....
거기에다가 친구2는 오금의 통증으로 내리막을 잘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려서 페이스는 더 다운되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CP2를 향했고 CP2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추위에 DNF 선언한 많은 분들이 보였습니다. CP2 도착 시간이 4시간이 넘는 시간이었고 비도 제법 내리고 있어서 생쥐꼴에 보급을 하며 어떻게 할 것인지 친구2와 의논을 하였습니다. 저는 5km도 안 남았는데 메달 못 따면 억울해서 못 간다!를 외쳤고 친구2는 아픈 다리에도 불구하고 `그럼 못 먹어도 고!`를 외치며 마지막 남은 여정을 함께 했습니다.
마지막 5km는 지도상으로도 큰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어서 무난할 것으로 예상 되어서 못해도 5시간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까도 말했죠? 쳐 맞기 전까지는....)
코스는 전에 왔던 길을 생각하면 아주 무난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의 변수가 생긴 것이 비였습니다. 물론 CP2를 벗어나면서 비는 거의 소강상태였지만 질퍽한 진흙길이 되어버린 주로 상태는 아주 최악이었습니다. 내리막은 진흙은 정말 지뢰를 밟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비교적 상태가 멀쩡했고, 장경인대도 오르막 내리막을 많이 하니까 이상하게 괜찮아져서 진흙쯤이야 뭐 미끄러지면 잘 타고 내려가지했는데....
그럴 수가 없는게 45도가 넘는 경사면에서는 뭐 할 수가 없더라구요. 결국 대차게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정강이가 나무뿌리인지 돌뿌리인지에 긇힌 것 말고는 크게 부상이 없어서.... 나중에 보니 피도 났더라구요 ^^;;;
마지막인듯한 정상에 올라 그곳에 본 경치는... 없습니다. 없어요... 그냥 다 안개로 뒤뎝혀 있고, 그냥 이제 `저기 보이는 대회장으로`의 깃발에 의지해서 다시 출발했습니다.
막판에도 그랬지만 곧 피니시라는 푯말.... 정말 싫습니다 ㅜㅜ 안 나와요... 그렇게 걷고 걸어도 안 나옵니다...
벌써 5시간도 훌쩍 넘은 시간에 이제는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어디선가 들려 오는 한 목소리.... `컷오프 30분 남았습니다. 도로로 1km만 달리면 끝나요!` 와... 저 한마디에 없는 힘도 다시 나오고 쩔뚝 거리던 친구도 마지막 힘을 써가며 골인지를 향했습니다.
드디어 골인!
사실 먼저 복귀한 친구1과 친구2와 함께 손붙잡고 골인하는게 목표였는데, 친구1은 혼자 막걸리 먹느라(본인은 좋은 자리 지켰다고... ㅋㅋㅋ) 친구2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걷더라구요. ㅋㅋㅋ
어후... 적다보니 뭘 이렇게 많이 적었나 싶네요...;
여튼 잘 완주하였고 끝나고 추위에 떨면서 컵라면과 어묵 꼬치, 막걸리와 두부김치를 잘 먹었습니다. 추우니까 어묵꼬치가 짱이더라구요! ㅋㅋㅋ
씻다가 시간 보고 집에 오는 버스 놓치는 줄 알고 멘붕오고...
집에 와서 몸과 빨래를 빠는데.... 구정물이 끊이지 않아서 한번 더 멘붕이 왔습니다... ㅋㅋㅋ
일요일 대회 보니까 뛰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드네요. 하루 이틀 쉬고 회복러닝부터 천천히 해야겠습니다. ㅋㅋㅋ
다들 부상없이 즐거운 대회시즌 되세요~
화이팅!!
울버린님의 댓글

이제는 트레일런까지.....ㅎㅎ 멋지십니다~ㅎㅎ
트레일런은 사진처럼 흙과 함께 몸을 굴리는게 재미 아니겠습니까~ㅋㅋ
부상없이 잘 마무리 하셔서 다행입니다~. 주말에 뵙겠습니다.ㅋㅋ
끼융끼융님의 댓글

해바라기님의 댓글

많은 대회였겠습니다. 장수트레일런인데 장수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고생하신 것 같습니다😭
어제의 경험이 다음 기회에는 큰 자양분이 되실 거에요.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대단하세요!
회복 잘 하시고 수고하셨습니다!👍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


프시케님의 댓글

트레일 러닝도 매력 넘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엄청 힘들어 보이는데 한번 쯤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네요.
처절한 대회 후기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고생 많으셨고, 상처 관리 잘 하시고요. 수고하셨어요!
엉덩제리님의 댓글
고생하셨습니다~!
언젠가는 저런 사진도 미화되겠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