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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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저는 이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잠시 찾아보니 '늙은이, 선생님' 등을 은어로 꼰대라고 부르고,
번데기를 경상도나 전라도에서 꼰데기,꼰디기라고 부르다가
여기서 유래가 되어 꼰대가 되었다는 설과,
곰방대를 물고 있는 어른을 지칭하는 데서 왔다는 설이 있다고 합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
어린 시절에는 이런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던 걸 보면,
위의 추측이 일견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으면 얼마나 더 잡을 수 있을까요.
저의 어린 시절에 꼰대라는 이미지는
자기 주장도 강하고,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그래도 뭔가 알맹이가 있는 것은 확실하기에
그 안에서도 귀담아 들을 게 있는 분들을 지칭하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아직 그 보다는 삶을 더 많이 살았던 게 아니다 보니,
괜히 저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닐게다,
분명히 그 안에는 꼭 들어봐야 할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 분들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물론, 왼쪽 귀로 들었다가 오른 쪽 귀로 나와도 별로 중요하지 않는
그런 얘기들도 많았지만 말이죠.
아직 우리가 풋내기이다 보니,
삶의 정수가 뭔가 녹아들어 있을 것이다 라는 인식이 있었지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말하는 꼰대라는 이미지는
위와는 사뭇 다른 듯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꼰대라고 지칭을 하는 순간부터 귀를 막아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초에 '저들은 우리와 다르다, 저들의 생각은 들을 가치가 없다'와 같이
커다란 벽을 치고, '아.. 네네..' 이런 식으로 받아드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즘에도 여전히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이들도 있습니다.
모든 요즘 아이들이 빗대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요즘 아이들이 '꼰대'라고 상정을 해버리면
그 이후에는 무엇도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가 없습니다.
그냥 귀를 닫아버리거든요.
이 부분이 참 안타깝습니다.
살아오며 경험한, 어쩌면 손톱 만큼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건내주는 말에도
'꼰대야, 꼰대' 라는 인식을 바닥에 깔고 듣는 둥 마는 둥 합니다.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면 그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윤택해지지 않을까 해서,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해서 겨우내 건낸 조언에 이렇게 반응을 하는 거죠.
그리해서 그런 것인지, 이런 조언들도 점점 횟수가 줄어듭니다.
굳이 건내지 않아도 될 소리,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경험하며 체득하겠지.. 라고 마음을 먹게 됩니다.
어쩌면
제가 그들이 저의 얘기를 들을 만큼 괜찮은 그런 자리에 아직 임하지 못했기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아도, 충분히 설득력도 있고, 재밌고, 한 번 즈음을 생각이 머물게 하는
명사의 자리에 아직 오르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 저 보다 나이 많은 꼰대 분들도 좋아합니다.
특히, 똑 같은 길을 걷는 분들이 아니라,
'인생 뭐 있어~' 하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그런 꼰대 분들을 좋아합니다.
단 한 번 뿐인 인생,
정답이 어디 있을까요.
내가 가는 길이 정답이 되겠지요.
* 소모임 '글쓴당'에 올린 글이지만,
이 공간에서도 여러 생각할 거리가 있을 것 같아서 같이 올려봅니다.
끝.
소금쥬스님의 댓글
저는 항상 깨어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 경로당과 글쓴당의 꼴라보로 우리 다모암 크게 키워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