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소설의 전성기를 장식한 명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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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시절 멋모르고 따라갔던 도봉구 소재의 '천지극장'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 스타워즈를 경험하고, 쫄쫄이 스판텍스를 걸친 슈퍼맨을 처음 만나고, 숀코너리 옹이 출연하던 007 을 경험하게 되는 곳이었죠.
이때까지만 해도 첩보영화 라는 것은 그냥 잘생긴 으른이 총쏘며 악당을 때려잡는 영화였다...라는 것 정도?
그리고 극장이 극장이다보니 으른 손 잡고 들어가면 애들도 당시엔 007 정도는 볼 수 있었습니다. :)
그렇게 시작된 헐리우드 키드의 유년기를 지나 고딩이가 되었을 때 사촌형 집에서 아무 생각없이 집어들었던...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첩보소설 '쟈칼의 날'이 저의 첫 첩보소설 경험이 되어버렸습니다.
훗날 브루스 윌리스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고 심하게 실망하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첩보 소설은 뭔가 저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줬지요.
그리고 그 책의 뒷쪽에 부록처럼 자리잡고 있던 단편...'그리고 그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 소설은 저를 첩보소설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시작점이 됩니다.
쟈칼의 날은 솔직히 007 스런 뭔가 무족한 느낌이었는데... '그리고...'는 감탄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멋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고나서 접하게 된 진짜 진짜 첩보소설이 존 르카레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였습니다.
훗날 게리 울더... 아니 올드만이 정말 제 역할인듯 나와준 동명의 영화를 접했을 때 저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지!!
네... 존 르카레는 프레드릭 포사이드 보다는 더 깊은 첩보국에서 일하던 진짜 첩보원 출신의 작가였던거였죠.
현장감이 남다른 묘사와 전개 그리고 냉전시대에 비정할 정도의 냉막감이 긴장을 계속 늦추지 못하게 했었습니다.
존 르카레의 깊이감은 실제 첩보국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바꿔놓을 정도로 위협적인 현장중심 작가였다는 겁니다.
스켈프 헌트나 허니트랩 같은 익히 알려진 용어들이 대표적이었지요.
'추운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의 히트로 직장을 자의인지 타의에 의해서인지 그만두고 나오게 된 존 르카레...
이후의 작품들은 첩보소설계의 근본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흐름이 무르익을 때 즈음 등장한 작품이 바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였던 겁니다.
최근에 나오는 첩보물들은 영화화 되면서 뭔가 굉장히 화려해진거 같은데... 소설은 좀 빈약하다고 해야할까요?
냉전시대 스파이물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맛이 없는 양산품 같은 소설들이 마치 로판 소설마냥 판을 치게 되었죠.
기회가 된다면 존 르카레의 소설들을 일독 해보시라고 추천합니다.
조금 올드한 문체들이지만 그 나름의 맛이 살아있을 겁니다.
이 소설들이 국내에 등장하던 시절의 작품들이라는게 이문열의 청춘연작들과 최인호의 '내마음의 풍차' 같은 소설들이
등장하던 시점이라 번역도 이 시절 소설의 맛이 많이 묻어있을겁니다.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모처럼 생긴 여유시간이라 이번 주말엔 오랜만에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읽어보고 영화도 봐야겠네요.
고굼님의 댓글
게시판과 어울리는 글은 아녔 ㅋㅋㅋ
ruvu님의 댓글
이런 정성글이 올라오다뇨!
게시판 잘못 누른 줄 알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