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대기실 보호자 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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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재외국민 투표도 불가한 곳의 외노자입니다. 전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필수과 의사였습니다. 어제는 카레, 오늘은 빵이란 드라마를 보다 생각나서 끄적여봤습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이라서 존칭어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들 이런 경험 있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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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의사 시절 병원 수련을 받을 때, 회진을 돌면 항상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산과 환자인 임산부와 부인과 환자 사이 특유의 안색이 있다. 임산부는 전반적으로 안색이나 기분이 밝고, 부인과 환자는 안색도 어둡고 기분이 약간 처져있다. 대부분 환자는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고 간혹 화장실 갈 때 빼면 움직임이 거의 없다. 몸이 아파 움직임이 힘드니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수술방 대기실 보호자 안색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술방 대기실 보호자 움직임이 엄청나게 있거나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마음이 아파서?
회진 끝나고 산부인과를 가르쳐 주시던 사부님께서 여쭤봤더니, 바로 답을 해주지 않으시고 ‘왜 그럴까?’ 하시고, 몇일 지난 뒤 마음 이야기를 해주셨다.
뭔가를 탐구하거나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해지면, 하루 종일 그것을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마음이 지혜라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방법과 수단이 머릿속을 온통 채우게 되고, 오로지 그것만 생각하게 된다고 하셨다.
가령 사부님은 환자를 치료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절실해서, 절실한 마음이 열정이라는 에너지가 됐다고 하셨다. 그래서 밤새 논문쓰고, 공부하고, 응급 수술해도 덜 피곤한데,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균형이 깨질 수 있어 항상 살펴야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고 엔트로피를 맞출 수 있다고 하셨다.
어렸을 때 점심 먹고 나가 신나게 놀면, 얼마 후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른 기억이 있다. 몇 시간을 뛰어놀았는데 전혀 힘들지 않고 시간도 엄청 빨리갔다. 똑같은 시간을 어른이 되어 일하면 엄청나게 힘들다. 근데 어른이 되어서도 친구들과 같은 시간에 노는 건 일하는 것보다 덜 힘들다. 같은 이치인가?
환자들도 몸을 써서 얻는 고단함보다 마음을 많이 쓰다 보니 힘든게 안색으로 나타나는게 아닐까? 반대로 마음과 몸을 쓰더라도 내가 즐겁고 집중하다보면 고단함이라는게 없어지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어른들이 즐기는 자를 열심히하는자가 이길 수 없다고 하시면서, 재미있는 일을 하라고 하신건가요? 근데 어른들이 추천하는 일중에는 재밌게 하고 싶은게 단 하나도 없더라구요.....이런 아이러니~~~
레고레고님의 댓글의 댓글
내년까지 우리나라 대원들의 건강을 잘 챙겨주세요. 일리악님도 건강하시구요.
일리악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