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왼손 The Left Hand of Darkness (1969) 어슐러 르 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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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왼손 The Left Hand of Darkness (1969) 420쪽.


50쪽에서 잠시 책을 덮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 세계의 용어들, 케메르, 시프그레소, 에큐멘 Ekumen 등 원문을 찾아봐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친교체 commensal 는 또 뭘 말하는 건가. 일단 넘어갑니다.

슬슬 여러 장소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혹시 '어스시 연대기'나 '빼앗긴 자들'처럼 책 뒤에 '지도'가 부록으로 있나? 지도가 있습니다...

르귄이 직접 그린 지도인 것 같았습니다. 너무 작고 흐릿해서 글씨를 알아보기 힘듭니다.

지도가 있는 페이지 앞에는 '카르히데어 주요어휘'도 있습니다. (주석기호도 없었는데...) '케메르'와 '시프그레소'가 뭔지 적혀 있습니다.

'듄' 1권을 읽을 때와 비슷합니다. 검색을 해서 르귄의 팬들이 작성한 지도를 찾고 출력을 합니다.

이 책... 어둠의 왼손, 직전에 읽은 조금 얇고 쉽게 끝낼 수 있었던 헤인 연대기의 다른 작품과 달랐습니다.

'어스시 연대기'를 능가하는, 주인공들이 각자 그리고 같이 하는 무척이나 길고 험난한 여정이 있습니다.

중간중간 그 세계의 지나간 신화와 역사가 종교와 철학을 버무린 채 하나의 버거운 챕터로 나옵니다.

책 뒤의 용어집은 자세하고 친절하게 보이지만 '듄'에 비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게센' 세계의 '카르히데'라는 한 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를 파악하기도 전에 모든 분야가 완전히 다른 나라 '오르고레인'이 나타납니다.

읽어가면서 느끼고 조금씩 알아 가는 게 나아 보였습니다.

주인공들은 지금까지 읽은 르귄의 작품 중에서 가장 심하게 고생합니다. 작가분이 정말 작정하고 쓰신 게 아닐까...

한 권을 읽었는데 듄 세 권 정도를 읽은 것 같은 압박감과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게센이라는 세계의 독특함과 '에스트라벤', '겐리 아이'라는 두 주인공의 이름은 정말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읽었지만 헤인 연대기 중 한 권만 본다면 이 책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댓글 9 / 1 페이지

파란님의 댓글

청소년 때인가 읽고 깊은 울림이 있었던 책이네요.
오래된 문고판으로 읽었는데 다시 읽고 싶더라고요.

내용이 자세히는 기억은 안나지만...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Vagabonds님의 댓글의 댓글

책을 읽고 나서 파란님처럼 좀 일찍 이 작품과 작가를 접했더라면 몇 번 더 봤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aicasse님의 댓글

세계관을 확고하게 구축해놓은 작품에서, 그 세계관에 대해 독자에게 말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설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론 설명하지 않는 것이죠. 

설명하지 않는 쪽은, 그냥 '이제 네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살아야 하는 세계가 바로 여기야. 
내가 널 여기에 떨궈놓을게.  이제 여기서 돌아다니면서 이 세계에 대해 네가 한번 잘 알아봐.'라는
듯한 태도로 독자를 대합니다.  독자는 용어나 개념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을 받지는 못하고, 문맥과
용례에 의해 그 의미를 천천히 파악해야 합니다.

저는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가 어떤 낯선 곳에 갈 때에도,
어떤 때는 사전에 관광가이드도 읽고 잘 준비해서 가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그냥 가서 맞닥뜨리면서 체험해 보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사실 이 허구의 세계에 대한 100% 온전한 이해도 꼭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물며 우리의 세계에 대해서도, 사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잘 모르면서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가고, 그냥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서 볼 걸 보고 들을 걸 듣고, 할 걸 하기도 하잖아요.  우리가 이 세계에서 (이세계 말고)
접하는 모든 것에 대해 100% 이해해야 한다면,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려울 겁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어찌 되었건 간에 픽션은 읽으라고 있는 거고, 여기서 작가가 조절을 잘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 설명은 안 하고, 문맥과 용례에 의해서만 독자에게 간접적으로 용어와 개념들을 이해시키기는 하지만,
그 문맥과 용례를 잘 안배해서, 명시적인 설명 없이도 충분히 독자가 따라오고 알아들을 수 있게 해줘야겠죠. 
그렇게 하지 못하고 너무 난해한 상태로 독자를 방치해서는 독자를 끌고 올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러한 작가의 무심한 듯한 간접적인 개념 설명과, 독자가 이걸 캐치하면서 어떻게든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작가와 독자의 숨바꼭질 또한 이런 종류의 글을 읽는 재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르귄 정도면 이런 종류의 줄다리기에는 능수능란한 작가라, 사실 사전이 없어도 어느 정도 이해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Vagabonds님의 댓글의 댓글

어설픈 글이라도 일기장에 적는 게 아니라 이런 곳에 올린 게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네요. 고맙습니다.

양념토끼님의 댓글

제가 대딩시절 SF에 미쳐있을 때 마구마구 읽었던 작품중 하나라서 그런지 제목, 작가이름, 좋은 작품이다라는 느낌은 남아있는데 내용이 하나도 생각안나네요 ^^;

Vagabonds님의 댓글의 댓글

이방인과 원주민, 두 주인공의 험난한 여정과 양성인들의 행성, 이 두가지면 그래도 뭔가 떠오르지 않을까 해서 이 책에 대한 후배격인 제가 적어 봅니다.

양념토끼님의 댓글의 댓글

예, 안그래도 찾아봤어요. 친절한 답변 감사드리며, 집에 가서 책장에서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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