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보 - 구인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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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에 있던 글을 사용기로 옮깁니다.
뉴질랜드는 요새 경기침체와 정권교체로 인한 복지 감소, 생활비 증가에 따른 부담, 각종 강력범죄 이슈 때문에 바람 잘날이 없네요..
경제 문제와 소비 위축 때문에 많은 기업들과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저희 회사도 구조조정 들어갔네요..) 코로나 때까지만 해도 IT인력이 귀하다 보니 몸값이 펄쩍펄쩍 뛰었고, 정직원 그만두고 프리랜서 계약직이 유행이라 인력시장에서 연락도 막 오고, 사람들 이직도 잦았는데 지금은 그 임금을 다 감당할 수 없는 건지.. 구직시장이 아주 조용하네요. 하긴 있는 인력도 감축하는 마당에..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구인구직과 관련해서 글을 끄적여 보려고 합니다. 이 나라에 살면서 다양한 일자리를 가져봤지만 지금 제가 일하는 분야가 소프트웨어인만큼 IT 분야를 중점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인력이 필요합니다. 기획 담당, 디자인 담당, 개발 담당, 테스팅 담당, 보안 담당, 제품 관리, 고객 대응 담당, 인프라/플랫폼 담당 등등..
그 중 오늘은 개발자와 테스터에 대해 알아봅시다. 뉴질랜드에서 개발자, 테스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뉴질랜드에서는 크게 3가지 구인구직 플랫폼을 사용합니다. Linked in, Seek, TradeMe가 대표적이고, 나머지 Glassdoor, insights 같은 곳은 IT업계에선 좀 영향력이 적습니다. 구인광고를 쭉 읽어보고 tech stack이 맞으면 지원을 합니다. 구인광고에서 눈여겨 볼 것은:
- 레벨: 주니어/인터미디어/시니어/리드 보통 연차에 따라 레벨이 다르긴 한데 조직마다 다릅니다
- 필요 기술: 개발 스텍이 내가 가진 기술과 매칭되는지.. 뉴질랜드는 프로그래밍 언어만 따지면 C#, Java가 아직도 꽤 우세하고, 웹쪽은 React가 메이저입니다.
- 회사 위치: 내가 사는 곳에서 얼마나 먼지.. (출퇴근 지옥 ㅠㅠ) 뉴질랜드는 한국만큼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지 않았고, 시내 중심에 자차로 출퇴근 하면 주차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위치, 주차장 여부가 꽤 큰 변수로 작용합니다
- 재택근무 여부: 코로나 이후로 재택근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만 보통 하이브리드로 운영됩니다. 며칠은 집에서 며칠은 회사에서 일하는 식으로요.
- 회사 복지: 회사에 소속되면 받을 수 있는 베네핏이나 복지들이 쓰여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연봉은 얼마다라고 표기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자입장에서는 인터뷰를 다 통과해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시간낭비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나마 코로나 이후로는 지원서 넣을 때 따로 원하는 연봉을 쓰는 칸이 생겨서 회사 입장에서도 너무 비싸게 부르면 빨리 필터링 해버리게 되었죠..
그리고 항상 쓰여져 있는 게 “Excellent English communication skills”지만, 인사를 오래 해본 입장에서 이야기 하자면 정말 영어를 엄청나게 잘하지 않아도 무조건 지원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자, 그렇게 입사지원서를 넣고 보통 3-4주 뒤면 인사 담당자가 연락을 줍니다. 시스템이 좀 갖춰진 회사인 경우에는 지원서를 넣으면 떨어졌을 때, 이메일로 안타깝지만 귀하는 합격하지 못하셨습니다라고 보내주지만 대부분 연락이 없으면 그냥 떨어졌나보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인사 담당자는 이메일이나 전화, 문자로 연락을 줘서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는 중인지 (3-4주 내에 다른 회사에서 이미 오퍼를 받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는지 등을 물어봅니다. 이걸 폰 스크리닝이라고 하는데 보통 이 사람이 영어를 잘 알아듣고 말 할 수 있는지를 보려고 하는 단계입니다. (이 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은 크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ㅋㅋ;;) 이 단계에서 영어를 아예 못 알아듣지 않는 이상은 떨어질 염려는 안하셔도 됩니다. 그러면 담당자는 기본적인 정보와 다음 인터뷰 과정은 무엇이 포함되는지 알려주고 스케줄을 잡습니다.
자! 이제 다음 단계는 드디어 기술 시험입니다. 회사 마다 다르긴 한데, 실제 대면 시험을 보는 경우는 많이 없어졌고, 보통 팀즈나 스카이프로 연락해서 카메라 켜고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보통 두세명이 들어오고, 구술로만 이것저것 물어보는 회사도 있고, 실제로 코드를 작성하라고 시간을 주고 시키는 회사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미리 유닛 테스트들을 주고, 그 유닛테스트들을 모두 통과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하는 메소드를 작성하는 시험이 대표적입니다.
지원자가 많은 회사인 경우 문제은행 같은 곳에서 링크를 보내서 제한시간동안 코딩을 하고 요구사항에 맞는 코드를 쓰는 과제를 내주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 팀즈인터뷰에서 같이 결과를 보면서 추가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테스터인 경우 문제들은 대체로 테스팅 시나리오를 작성하라거나, 잘 작동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링크를 주고 버그 리포트를 작성하라거나, 소프트웨어의 중요한 부분들을 커버하는 저동화 테스트 스크립트를 짜라거나 하는 문제들이 나옵니다.
기술 인터뷰를 통과하면 behavioural 인터뷰가 남았습니다. 이건 태도, 예의를 비롯해서 회사 생활 할 때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를 보는 인터뷰입니다. 예를 들어서, 같은 팀의 직원이 알려준 요구 조건이 사실은 클라인언트가 준 요구사항이랑 맞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실건가요? 그런 일을 겪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런 질문을 합니다. 압박 면접이나 그런건 아니고.. (일단 뉴질랜드는 압박면접 자체를 이해 못 하고.. 이미 인터뷰 자체가 압박이 심해서 100% 가진걸 못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서 대체로 굉장히 너그러운 편입니다) 회사 생활을 할때 어떤 태도를 보일지를 보고 회사랑 맞나 보고 싶어서 하는 질문들입니다. 도대체 이 인터뷰는 왜 하는 거고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제 경험상.. 꽤 많이 떨어집니다 ㅋㅋㅋ 자의식 과잉인 사람들.. 남 생각 하나도 안하는 사람들, 아무도 이해 못하는 이상한 개드립쳐서 분위기 갑자기 싸하게 만드는 사람들.. 인사도 안 하고 들어오는 사람들..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는 사람들.. 꽤 많습니다. 주절주절 말을 많이 할 필요는 없지만 질문의 요지를 잘 파악하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보통 인터뷰는 이렇게 진행되고 마지막 단계까지 오면 인사담당자가 2주내로 (전화로) 연락을 줍니다. 합격하면 연봉협상을 하게 되고, 떨어지면 미안하다고 하죠.. 여기서 가장 중요한 팁입니다. 왜 떨어졌는지 물어보시고 피드백을 달라고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래야 다른 회사에 인터뷰를 보실 때 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실 수 있어요.
사실 제 경험상 뉴질랜드는 의외로 폐쇄적인 나라입니다. 많은 분들이 “뉴질랜드는 기회의 땅”이라고 했지만, 인력 시장에서 제가 느끼기에 뉴질랜드는 꽤 보수적이고, 남한테 “옳지만 싫은 소리” 하는 걸 극도로 꺼리고, 학연/지연/혈연은 잘 모르겠지만 친분이 있는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을 아주 선호하는 경향이 큰 나라입니다. (오히려 한국이 낙하산을 뭐라고 더 하고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죠. 뉴질랜드는 친분이 있는 사람과 일하는 걸 좋아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단순히 원하는 연봉을 맞춰줄 수 없어서, 원하는 직책은 인터미디어레벨인데 시니어급이라서, 그런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합격 통보를 하는 건데 말을 안해주는 일이 부지기수 입니다. 지원하는 내가 잘못한게 있으면 다음 인터뷰때 잘하면 됩니다. 그냥 회사가 나랑 안 맞으면 다른데 가면 됩니다. 그치만 왜 안 맞는지 이유를 한번 들어보세요. 분명 도움이 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인사 담당자가 떨어진 지원자에게 하는 단골 멘트가 있었습니다.
“Sorry, because you don’t have enough New Zealand working experience.” (죄송하지만 충분한 뉴질랜드 업무 경험이 없어서 고용 못하겠습니다)
저는 이 말이 굉장히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일까지 원만하게 잘하고 시험을 통과했어도 “이 회사가 그럼 뉴질랜드에서 당신이 일하는 첫 회사가 되나요? 아.. 그럼 안되겠네요” 라는 말을 하는 걸 보고 이게 차별이 아니면 뭔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영어를 못하는 걸 교묘하게 돌려서 말하는 걸까? 싶기도 했지만 영어를 잘하는 유러피언들도 그런 코멘트를 많이 들었다는 걸 보면 비단 아시안들만의 문제는 아닌 거 같습니다. 다행히 요새는 그런 말을 하면 눈총을 받지만 요지는 좀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기분을 감추기 어렵다는 거죠.
좋은 일자리를 얻기는 어딜 가나 어려운 것 같습니다. 능력도 있어야 하고, 운도 따라줘야 하고, 예의도 바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한국 교민 중에 어떤 유투브 하시는 분이 개발자로 일하려고 지원서 40군데를 넣었는데 한군데에서도 연락이 없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장 제 지인 중에도 5년동안 일자리를 못 찾아서 돈만 까먹고 있다는 사람도 있구요..
예전에 아는 언니분이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어찌됐든 해외에서 무슨 직업이라도 가지고 일하고 계신 분들은 대단한 거다” 라고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항상 그 벽을 마주하고 공정하지 못함을 느끼고, 불공평에 부당함을 느낍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떨어져도 너무 괘념치 마세요. 그 회사가 나랑 맞지 않았을 뿐, 모든 회사가 나랑 안 맞는게 아니니까요.
힘든 시기, 한국에 계신 모든 분들, 해외에서 고생하시는 분들.. 다 같이 힘내요!
새우튀김님의 댓글의 댓글
마르코님의 댓글
새우튀김님의 댓글의 댓글
그래도 종종 자연 보러 가고 멀리 놀러 가고 하면 기분 전환 되고 좋습니당
xYaauung님의 댓글
다른 나라에서 구직하는게 쉬운일이 아니네요.
휴가 얘기도 해 주세요...
뉴질랜드도 1달씩 휴가가나요??? 궁금합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새우튀김님의 댓글의 댓글
xYaauung님의 댓글의 댓글
그래도 울나라보단 기네요.ㅎㅎㅎ
다음 편 기대되네요...
beetle님의 댓글의 댓글
추가로 유급 병가가 10일 (2주) 가 주어집니다.
순대렐라님의 댓글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뉴질랜드도 첫 직장을 뚫으면 그 뒤로는 조금 더 수월해지는것 같습니다.
현지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 저는 당장 본인 눈높이의 직급이나 보수보다는 다음에 있을 이직에 유리한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염두해두고 결정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맘에 드는 일자리를 찾는건 불가능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