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없는 아주 현실적인 결혼식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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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글
- 저는 올해 초에 결혼했습니다.
- 이 글은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결혼식을 할 수 있다는 걸 구체적인 경험과 함께 후기로 남기려고 적었습니다.
- 우리가 결혼식에 사용한 총액은 약 570만원이었습니다.
- 지금부터 이 돈으로 결혼식을 준비한 과정을 항목화하여 써보겠습니다.
2. 결혼식에 대한 부부간의 공감대
- 아내와 저는 결혼식에 대한 중요한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 결혼식보다 결혼 이후의 삶이 중요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로서의 사회적 공인이라는 결혼식 자체는 의미있다.
- 결혼식에 돈 많이 쓸바에는 그 돈으로 월세 보증금을 늘리자.
- 우리가 새롭게 가는 길을 모두 기록하고, 뒤따라올 사람을 위해 알리자.
- 허례허식은 가급적 빼자.
3. 스튜디오 촬영, 메이크업 및 의상: 143만원
- 촬영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적용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 왜냐하면 제가 이전에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일했던 적이 있어서 돈을 아낀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스튜디오 촬영을 셀프로 했으니까요.
- 촬영으로 돈을 많이 아끼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이 해보세요. (어차피 결혼할때 찍은 사진 자주 안봅니다. 여기에 큰 돈 들이실 필요가 없습니다...)
1. 맘에 드는 스튜디오 장소를 빌린다.
2. 핀터레스트에서 영어로 웨딩 스튜디오 포토그래피 또는 커플 스튜디오 포토그래피라 치고 맘에드는 사진을 골라둔다
3. 카메라를 SLR렌트 같은 곳에서 저렴하게 빌려서 스튜디오에서 삼각대 두고 핀터레스트에서 골라놓은 사진을 따라 RAW로 촬영한다. 이때 그냥 셔터 정도 눌러주는 친구 있으면 좋아요.
4. 촬영 원본중 맘에 드는 사진 20~30장을 결혼사진 전문 보정 업체에 넘긴다. 업체는 보통 장당 8000원 이하입니다.
5. 보정 완료된 사진으로 청첩장이나 결혼식을 알리는 데에 사용한다. 혹은 찍스같은 업체를 활용하여 포토북으로 저렴하게 제작한다. (권당 단가 양장으로 해도 5만원 언더입니다)
- 참고로 저는 아내가 포토이즘으로 스튜디오촬영 마무리하자 하는거 말려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 스튜디오 장소 대여: 2시간 8만원.
- 촬영 메이크업: 촬영 스튜디오 인근 메이크업 스튜디오. 신랑신부 둘다 합쳐 20만원.
- 촬영용 소품: 5만원
- 신부 드레스(사실상 흰 원피스입니다) 및 구두, 액세서리: 23만원
- 신랑 양복 및 구두: 63만원. 구두는 전부터 하고 싶었던 아지오 성남 본사 가서 직접 맞췄습니다.
- 결혼반지: 티타늄 재질. 신랑신부 모두 합쳐 24만원. 유사시 너클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4. 양가 챙기기: 112만원
- 양가 인사: 70만원
- 양가 어머님 한복 구매: 42만원. 평소에도 입으실 수 있는 세련된 생활한복으로 주문했습니다.
5. 결혼식전, 당일, 식후: 322만원
- 장소 대여료: 30만원. 저희가 처음 만난 종교적 장소에서 해서 저렴하게 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1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회의실을 빌리셔도 될 것 같습니다. 종교적 장소라고 해서 세련된 곳은 아니었고, 60~70명 수용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다른분들이 하신다면 KTX 회의실 제일 큰걸 빌리면 교통으로 보나 시설로 보나 매우 적합할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믹서 대충이라도 아는, 음향 봐줄 친구정도 구해놓으면 일이 아주 편하실겁니다.) 참고로 서울역 대회의실이 2시간 기준 36만원입니다. 특히 이런 경우에는 일반적인 결혼 식장보다 식 이후 여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아 하객분들끼리 담소 나누기에 좋았습니다.
- 가급적이면 몸이 불편하신 분들 외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도록 했습니다. 주차면이 2개밖에 없음을 알렸어요. 애초에 딱 70명 초대인원만 설정하기도 했습니다.
- 부부 메이크업: 장소 인근 메이크업 스튜디오. 24만원.
- 모바일 청첩장: 지류 청접장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모바일만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2만원.
- 식장 생화 꾸미기: 지인의 도움으로 5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실제로는 더 들거나, 생략하거나 하는 옵션이 있겠죠.
- 하객 식비 지급: 인당 3만원. 애써 거절하신 분들을 제외하고 절반의 인원이 받아가셔서 약 130만원. 처음부터 식사 없는 결혼식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이 장소에 있어 생각보다 많은 제약사항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식사를 과감하게 뺐습니다. 대신 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인당 3만원의 식비를 제공하여 식이 끝나고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식을 간소하게 하는 데에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하객분들도 만족스러워하셨고, 어느 분들은 그룹을 만들어서 따로 식당으로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 답례품: 개당 7천원의 소금 후추 그라인더 세트. 총 120개 주문. 총액 84만원. 생각보다 많이 남았습니다. 초대한 인원보다 훨씬 넉넉히 주문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 화촉을 위한 양초와 캔들라이터, 접시: 2만원 이하. 다이소 구매.
6. 총액 및 나가는 글
- 총액: 577만원
- 저희가 넉넉하게 잡은 것이나 욕심이 있는 품목이 있었던 만큼, 더 아낄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 충분히 적은 돈으로도 결혼 할수 있는데, 허례허식하는 일부 사람들을 보고 많은 청년들이 결혼식에 대해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중요한건 결혼식이 아니라 결혼식 그 이후의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서로의 내적 성숙이 결정하겠죠. 화려한 결혼식이나 혼수가 아니라요.
- 제 글이나 생각이 틀렸을 수 있습니다.
- 긴 글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빛님의 댓글
나중에 제 아이들 결혼할 때 참고하겠습니다. ㅎ
ader1님의 댓글
한동안 웨딩 촬영 쪽 일을 하면서도
참 안 좋은 모습들을 많이 봐왔던지라
두 분의 결단이 멋져보이네요
커스텀키보드님의 댓글
특히 반지가 티타늄인 것이요
오래오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시길!
baboda님의 댓글
결혼 축하드립니다.^^
그루밍님의 댓글
어째뜬 멋지십니다. 결혼식 어쩔수 없이 남들과 비슷하게 하긴 했지만 돈 아깝다는 생각은 많았네요
오이도테크니카님의 댓글의 댓글
Sebastian님의 댓글
행복한 결혼생활 하시길 기원합니다.
제주의푸른밤님의 댓글
결혼 축하드립니다~
근데 "유사시 너클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사시를 대비하시는 신랑 신부님은 전직 블랙요원이셨습니까 ㄷㄷㄷ
놀고픈v망곰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세요.
리스키님의 댓글
예식장만 잡아도 기본 하객수 옵션 때문에 비용이 안드로메다로....
결혼은 두 사람이 주인공이어야 할 파티인데 우리나라 예식 문화는 좀 아쉬운 면이 많았습니다.
상남자지님의 댓글
얼남인즐님의 댓글
부모님 포함 식구들 설득이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십니다.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가야죠.
자유혼님의 댓글
애초 지인 초대를 계획하지 않아서, 청첩장 형식으로 우리 부부의 결혼을 알리는 카드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원래 우리 부부 둘 다 번거로운 결혼식을 꺼려했고, 마침 코로나 시기라 지인들을 초대하지 않을 '핑계'도 있고 해서 강행했는데 양가 부모님이 약간은 아쉬워하시긴 했지만 무척 만족스러운 방식이었습니다.
빌잡스님의 댓글
하얀돌고래님의 댓글
예식장에서 하는 찍어내기식 결혼식보다 기억에도 남고 뜻깊은 결혼식이 되겠네요.
파란하늘님의 댓글
주변 젊은 친구들 말 들어보면 결혼 비용으로 약 5천만원까지 생각하더라구요...(신혼여행 포함)
istD어토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