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전직 산부인과의사가 경험한 천조국 의료보험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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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쌤 유투브 영상이 자게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간만에 추억의 썰을 풉니다. 제목처럼 전직 산부인과의사이고 지금은 그냥 의료소외지역에서 밥벌이합니다. 그럼 썰풀기 스따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대부분 주한미군과 군속의 진료는 기지내 의무실서 1차 진료를 받고, 문제가 있으면 용산기지내 one two one이라는 미군병원으로 전원이 되었다합니다. 미군부대 평택 이전이 시작되고, 모든 기반시설이 완성되지 않아 미군 환자 전원시스템이 바뀌었습니다. 1차 기지내 의무실, 2차 제가 근무하는 병원, 3차 용산 또는 서울 메이져병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평택, 오산 기지의 독수리여권(미국여권)을 가진 여자 환자는 저희 병원을 거쳐가야했습니다. 미국이 빡센게 전문가 의견을 중요하게 여겨, 용산이나 서울병원을 가고 싶어도 맘대로 못갑니다. 반대로 증상이 있어 의사가 쉬어야 한다고 하면 그게 훈련과 휴가, 입원등이 자동 결정되는 시스템인것 같습니다. 제가 미군과 연관되었던 시점은 오바마 1차집권시깁니다.
제가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할땐, 지금보다 더한 혹한기라 윗년차가 한명도 없었습니다. 즉 인계내용이 전무합니다. 제가 가서 무슨일을 해야하는지, 교육과 수련은 어떻게 할지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었습니다. 1년차 5월쯤 미군이 저희병원과 2차병원 협약을 맺었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문제는 당시 평택과 오산 근처 거리에 2차병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3차 병원이 저희 병원뿐이었습니다.
아침 의국회의때, 과장님께서 이제 미군중 여군과 미군가족을 봐야하는데 외래는 당연히 교수님들이 보시고 병동과 응급실은 전공의가 한명이니 제가 봐야한다는 겁니다….속으로 아 ㅆㅂ…이래서 비인기과구나…영어도 못하는데 어떻게 마구잡이로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가…..과장님과 교수님들은 안식년에 해외연수라도 가셔서 대화라도 되지만, 나는 뭔가….때려쳐야겠다…안되겄다…
하지만 현실은 사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환자는 밀려들어오고 피곤해서 사직서를 낼 시간에 잠을 잤습니다. 암튼 그만두지 못하고 일하다보니 정말 여군들과 미군 부인들이 분만하러 병원에 오기 시작합니다. 미군 부인들은 분만하기전에 본인이 분만할 곳을 둘러보고 Birth plan(출산계획)을 세부적으로 적습니다. 그런데 맨 첨엔 영어가 안되어 국제클리닉 전담 간호사선생님이 작성하셨는데, 문젠 분만하러오면 죄다 영어라 작성할때 같이 있지 않으면 짧은 시간에 출산계획서를 모두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알러지에 대한 내용과 분만시 남편이 들어오냐 마냐, 남편 사진촬영이 되냐 안되냐, 탯줄을 남편이 자를거냐, 회음부 봉합시 남편은 내보낼거냐, 나는 조로아스터교식 식사를 원한다, 나는 진통제는 맞지 않겠다, 아기는 어떻게 해달라등등등 출산계획서에 써져있는 항목이 150개정도 되고, 마지막엔 특별사항으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만 환자가 직접 쓰는 흘림체를 알아볼 수 없으면 큰일나는거라…
왜냐하면 미군 부인네를 분만하면 당시 제왕절개는 2000만원정도를 오바마케어에 청구하고, 자연분만은 1000정도 청구한다고 알고 있는데, 만약 출산계획대로 하지 않으면 계약위반이라 위약금을 줘야한다고 들었습니다. 뭐 제 돈은 아니지만, 돈 못버는 산부인과라 과장님이 회의 가시면 매출 압박이 심합니다. 뭐 제 일은 아니지만, 과장님의 한숨을 회진때마다 보는게….
그래서 맨 처음엔 빨리 때려칠려고 했는데, 산부인과 전공이 생활은 늪과 같아서 사직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사직과는 멀어집니다. 한달도 안되 사직을 포기하고 바디랭귀지를 섞은 영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영어단어는 분만할때, 배에 힘주고 똥싸듯 밀어내를 영어로 어떻게 설명할까 엄청 고민하다가 분만한 환자에게 물어보니 Keep pushing이었습니다. 영어가 엄청 쉬운건데 내가 힘들게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숙어와 2~5글자 사이의 짧은 단어부터 외웠습니다. 이게 영어 실력을 늘리는 지름길이었습니다. 아이들도 단어를 이야기하다가 몇단어 조합을 이야기하잖아요…
암튼, 분만 환자는 거의 예상되는 시점에 내원해서 분만을 하니 월초에 챙겨서 확인하면 됩니다만, 산모가 아닌 여군들이 문제였습니다. 당시 교수님들이 보시는 외래는 환자가 많기도 했고, 제 생각엔 환자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미군을 모두 응급실로 받았습니다. 문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응급실로 들어오는데, 신기한건 전공의가 저뿐이라 대기 시간이 길어도 뭐라고 불평을 안하더라구요. 종특이라서 그런가하다가, 신기하게 환자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하루에 5명이상 보는날이 엄청 많아졌습니다.
이유가 뭘까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줄지도 의문이었고 고작 영단어로 대화하는 내가….한마디로 쪽팔렸습니다…그러다 뉴스를 보는데 팀스피릿 훈련한다는 인터넷을 보고 응급실 미군 환자를 보니 갑자기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그들은 대기하면 훈련준비를 안하거나 뭔가 일과활동을 안하는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나중에 들어보니 제가 거의 호구더라구요…왜냐면 병원에오면 제가 진단서에 무조건 1주일짜리 휴가를 준것과 같이 쉬어야 한다고 기계적으로 써줬거든요….그렇다고 환자와 가짜환자를 구분할 수 없는게 산부인과 특성상, 전달 생리를 안했다고 하고 지금 질 출혈있다고하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니깐요…결론은 가짜 환자를 구분하기가 쉽지않아, 시간을 두고 봐야할 문제라서 일주일 뒤에 피나면 다시 병원에 오라고하고, 그 사이엔 쉬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사직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몇달 지나, 하루에 영어만 이야기하는 시간이 최소 5시간이상 되기 시작했습니다. 분만하는 동안 줄창 영어로 말하고, 분만 끝나면 미군 여자환자를 보면서 영어가 단어가 아닌 문장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건 제의 영어실력은 늘어나고 있는데, 과장님이 저에게 자꾸 바나나우유를 사주시는겁니다. 제가 바나나우유 좋아합니다. 왜지? 저럴분이 아닌데…..등줄기의 싸늘함이란...ㅋㅋ
알고보니 저희 병원이 미군들 사이에 휴가 맛집, 분만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오바마케어 보험금 청구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난겁니다. 모든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오니 외래에 비해 응급실 가격이 비싸니깐 거기서 매출이나고 분만은 분만비용이 비싸고, 여군들은 와서 진단서 발급비용부터 약까지 받아가니....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었습니다...ㅋㅋ 결국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시죠...바로 갑니다....
산부인과 전공의는 아기가 시간을 예약하고 나오는게 아니라, 식사를 제시간에 하지못해 산모가 안먹는 미역국을 병동 간호사 선생님이 챙겨주시면 레인지에 돌려 먹습니다. 그런데 나중엔 미군 산모가 먹는 서양식이 있는데, 미군 남편과 쇼부봐서 진단서에 부인이 특수체질이라 집에서 밥해와야 한다는 진단서 써주고 남편 휴가 만들어준다음, 제가 산모앞으로 나오는 서양식을 아랫년차들과 같이 나눠먹을 정도로 환자도 많아지고 영어도 원어민 중딩이나 고딩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그래서 전공의때 국비로 천조국 미생물 바이러스 실험실에가서 연수갔다오고....영감님들이 교수하라고 키워주셨는데 힘들어서 과감하게 때려쳤습니다. 잘한건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교수했으면 지금 필수과 대란에 희생양이 될 뻔했습니다. 대신 저보다 훌륭하시고 소명의식이 있으신 분들이 고생하셔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지금은 해외 의료소외지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뭐..그만둘땐 주위에서 그 좋은 자리를 때려치냐고 미쳤다고 했는데 지금보니 인생사 새옹지마입니다. 여기는 정말 열악한데, 고기먹고 잠못자면서 고생하는것보단 그래도 속은 편합니다. 여러분들도 매일 힘드시겠지만, 그 상황이 가장 좋은 상황일 수 있습니다. 내년에 나가면 실업급여도 신청해 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오늘이 미래의 저보단 행복하고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좋은하루 되세요....굿 럭!!!!
ps)대부분 남자분이실테니....남자 산부인과 의사입장에서 분만의 느낌을 알려드리면 10달 변비 걸렸다가 변보는 느낌이랍니다....폐경은 이제 여자로서의 신체 기능이 날라간거니 몸도 힘들지만, 마음도 많이 힘듭니다. 이해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만, 여자의 마음을 알아채기가 힘든게 문제겠지요....저도 그랬어요...
Icyflame님의 댓글
산부인과는 정말고생이죠..
말 안 통하는 외국인 진료 하루 몇시간이면 엄청 힘드셨겠네요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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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fe님의 댓글의 댓글
일리악님의 댓글의 댓글
공부할까님의 댓글
책으로 출간해도 될 내용이네요.
대본까지 쓰시면 드라마와 영화로 상도 받으실 수 있을 경험담입니다.
티니야님의 댓글
저는 첫 아이를 자연 분만 하고 둘째 아이는 역아여서 수술을 했는데,
큰 애가 딱 나오고 나서 느꼈던 배의 편안함? 순식간에 사라지는 진통?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습니다.
큰 애 출산 때 저의 담담 원장님도 식사 중에 불려오셨드랬죠.
갑자기 확 열려서 기다리다 늦은 저녁을 드시러 갔는데 두 숟가락 뜨자마자 불려 오셨더라는.. 감사하고 죄송하고..
일리악님의 마지막 문단에 감사 인사 드립니다.
지미니쓰님의 댓글
담번 글도 기대되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