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가산동 냉면 맛집 GS육천냉면
페이지 정보
본문
이 집은 단톡방에 올라온 루리웹 링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 시내 유명 평양냉면이 최고 1만6000원을 호가하는 요즘, 함흥냉면도 따라서 최고 1만5000원을 찍은 요즘, 아무리 외곽 지역의 작은 가게라지만 괜찮은 함흥냉면 한 그릇에 6000원을 받는 가게가 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인들을 꼬드겨서 머나먼 가산동에서 식사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GS육천냉면은 서울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과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의 중간쯤에서 남쪽으로 좀 떨어진 장소에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지하철로 바로 가기는 애매한 위치라는 뜻이죠. 어차피 다들 멀리서 차를 갖고 오기로 했으니 가까운 주차장을 알아봤는데, 마침 바로 근처에 가산동공영주차장이 있어 그곳에 차를 대고 모이기로 했습니다.
전혀 안 막히면 30분 거리지만 평일 늦은 오후 시간이다 보니 결국 1시간 40분이나 걸렸습니다. 가산동공영주차장은 생각보다 넓었고, 주차 자리에 제법 여유가 있더군요. 주차비도 무척 저렴하여 시간주차는 5분에 65원, 즉 1시간에 780원입니다. 게다가 오늘 모이는 일행들은 전부 요금 할인 적용 대상이니 주차비 부담은 거의 없다시피 한 셈. 식사 후에 여유 있게 커피도 한 잔 마시고 헤어질 수 있겠습니다.
주차장 입구를 등지고 서서 오른쪽을 보면 구로의 등대디지털단지 쪽으로 넷마블 본사 빌딩인 지타워가 보이는데 그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됩니다. 저는 처음 온 동네도 구경할 겸 골목길을 걸었는데, 그냥 주차장에서 지타워 쪽으로 쭉 가다가 남부순환로 큰길을 만나면 바로 왼쪽으로 꺾어 육교 아래 GS육천냉면에 도착하는 길이 최단코스입니다.
GS육천냉면이 있는 건물 앞에도 주차장이 있지만 몇 자리 안 되는 데다 빈 자리도 없으니 괜한 수고 하지 말고 가산동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육교 아래에는 버스정류장(18119 가산초등학교)이 있는데, 김포에서 오는 노선과 남대문, 강남역, 상계동, 사당동, 여의도 등에서 오는 노선들도 있으니 참고하시기를… 하지만 다른 볼일도 없이 오직 냉면만을 먹으러 타 지역에서 금천구까지 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이 있을까 싶네요.
가산동 GS육천냉면의 메뉴는 이름 그대로 6000원인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있고 회냉면은 8000원, 회쟁반은 1만 원입니다. 그리고 추가 메뉴로는 왕만두(3000원)와 면 사리(2000원)가 있습니다. 영업시간은 평일에는 11~20시, 주말에는 11~15시라고 되어 있는데 네이버 플레이스에 주말 영업 시간이 6~8월 한정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여름 외에는 주말 영업 계획이 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3명이 모이기로 했는데 1명이 늦어지는 바람에 둘이서만 먼저 주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글만 보고 무작정 와서 사전 정보가 부족한 데다, 막연하게 '가격이 저렴하니 양은 많지 않겠지' 생각하고 물냉면과 비빔냉면, 회냉면을 전부 주문해 보았습니다. GS육천냉면에서는 주문 즉시 면을 뽑아서 조리를 시작하는데, 음식 나오는 속도는 아주 빠른 건 아니지만 또 느리지도 않더군요.
회냉면은 반씩 나눠 먹기로 하고 저는 비빔냉면을 선택했습니다. 하얗고 가느다란 면 위에 약간의 육수와 비빔장, 참기름이 뿌려져 있고 무채와 오이, 수육 한 점에 삶은 계란 반쪽까지 얹혀 있는, 제대로 된 비빔냉면입니다. 그리고 이 냉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양이 적지 않아요! 면을 비비는 동안 젓가락 끝에 걸리는 묵직한 느낌에 '너무 많이 시켰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그래 봐야 냉면이니 1.5인분씩은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때까지는… 말이죠.
그리고 이것이 GS육천냉면의 물냉면. 헛웃음이 나올 만큼 번듯한 한 그릇입니다. 이게 정말 6000원짜리 냉면의 비주얼이며 양인 것인지…. 지인과 물냉, 비냉을 조금씩 바꾸어 맛을 보았는데, 두 가지 모두가 '함흥냉면'이라고 하면 누구나 연상할 만한 전형적인 그 맛입니다. 이 맛과 양에 이 가격이면 솔직히 품 떨어진 유명 맛집의 값비싼 함흥냉면보다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냉면은 아무래도 가격이 가격인 만큼 홍어가 아니라 북어를 쓴 것 같습니다. 이 또한 맛있지만 가성비로 보면 역시 물냉면이나 비빔냉면을 이기기 힘들죠. 비빔냉면과 회냉면 둘 다 자극적인 매운맛 없이 감칠맛이 좋아 술술 들어가고, 물냉면의 새콤하고 시원한 육수는 그야말로 여름 냉면 그 자체입니다. 냉면은 원래 겨울 음식이라느니, 함흥냉면은 원래 회냉면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는 접어 두고, 맛있는 냉면을 이 가격에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찬은 열무김치 한 가지인데 이게 또 맛이 괜찮아서 쏠쏠하게 집어먹게 됩니다. 뒤늦게 도착한 일행까지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며 계산을 하는데 가격을 보니 또 웃음이 납니다. 물가 폭등으로 냉면 한 그릇 마음대로 사 먹기가 부담스러운 요즘, 이런 가게는 정말 귀합니다. 집에서 멀지만 않으면 여름 안에 몇 번은 더 올 가게인데… 언제든지 함흥냉면이 당기면 부담 없이 여기 올 수 있는 구디단, 가디단 근무자들이 괜히 부러워집니다.
찬찬엉아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