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한 남극날씨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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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 특성상 수요일은 오후부터 밤까지 당직을 서야 합니다. 순찰이 있지만, 인터넷이 가능해 다모앙을 접속 할 수 있는 수요일 당직이 젤 좋습니다. 요즘 맨날 해가 안뜨는 어둠이라 잠 못자는건 상관없어요...졸릴때 자면 그게 밤이에요.
자유게시판에 사진 한 장을 올리고, 댓글보며 어떤 썰을 풀까 고민했습니다. 커피포트에 물 끓여 밤에 뿌린 썰? 아니면 남극의 쉐프를 보며 극야기간 맨탈얘기? 주특기를 살려 남극만 있는 특이한 질병? 이글루 썰?? 온갖 생각을 하다....신묘로운 날씨 썰 위주로....
2022년 적도에 있는 통가 해저화산 폭발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장보고 기지와 이웃 이탈리아 기지앞 얼음이 모두 깨졌답니다. 이게 뭔 개솔인가 싶었지만 그렇더라구요...적도에서 발생한 파도가 지구 끝 남극까지 전달되어 2미터 두께의 얼음장을 다 깨부순거죠...남극 왕복 비행기는 해상활주로라고 해서 얼음 위 활주로를 만들어 쓰는데 그해엔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 못해 활주로 자료가 없으니 증명되죠. 뱅기는 이탈리아 군용기 C-130이랍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출발하고 요금은 일인당 천만원쯤 한답니다. 활주로 공사는 한국 월동대가 조성합니다. 뱅기는 비싸서 선발대가...저는 돈 안드는 우리배 아라온호 타고 들어왔습니다.
두 번째 한겨울 남극은 바람이 불면 기온이 올라갑니다. 한국은 북풍한설이라 시베리아 고기압이 내려오며 추워지지만...남극은 북쪽 바닷가 따뜻한 바람이 대륙쪽으로 불어오는지 아님 대류로 그런지 따뜻해집니다. 그래도 영하 20도 근처지만요...남극은 일년내 추워요...암튼...
셋째 기지에는 기상청 파견 기상대원, 대기를 연구하는 대기연구 대원이 있습니다. 그만큼 기상은 중요한 연구과제이고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보에 따라 외부 작업이나 연구활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근데 최근 한국 기상예보도 틀리다 하고, 장보고 기상예보도 조금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점심 먹으면서 기분나쁘지 않게 기상대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컴퓨터 빠방하게 있고 수많은 관측장비가 촘촘히 있는데 뭐가 문제냐? 기상대원은 컴퓨터가 기상 예보를 하려면 기후모델이란걸 이용한다 하더라구요. 기후모델은 지난 수십년간의 통계를 가지고 이런 날씨면 어떻다라는 경향을 의미한다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기후 모델이 조금씩 맞지 않기 시작한 겁니다. 제 상식으론 기상청 슈퍼컴퓨터가 있는데 기후예측이 틀릴 수 없다 생각했거든요. 10초 고민 후...
다시 물었습니다. 딴 나라 기후 모델을 가져다 쓰면 안되냐? 내가 울릉도서 생활해 보니 한국 기상청 예보보다 일본 기상청 예보가 정확하더라...그러니 우리 이웃 이탈리아 기지는 생긴지 50년 됐으니깐 거기꺼 가져다 쓰면 안되냐? 참고로 한국기지는 10년차입니다. 기상대원 말로는 미국꺼, 이태리꺼, 한국꺼 돌려보고 이야기하는거다...아 외제도 온난화를 경험한 데이터는 없으니 똑같구나...온난화 연구가 중요한 이윱니다.
뭐 신묘한 이야긴지 모르겠습니다. 기후 모델도...빙하도...파도도...지구가 엄청 거대해도 모든게 연결되어 있고, 인간이 모든걸 다 알 것 같지만 실은 하나도 모른다는걸 알게되었습니다...뭐 그렇다구요...
글고 기지서 저만 다모앙 하는게 아니에요. 다른 샤이 유저도 있고, 다모앙은 남극서 다양한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멋진 커뮤니티라는걸 얘기하고 싶습니다. 모두 좋은 밤되시길…오늘도 고생했어요….
ps) 고생한다고 이야기 말아주세요. 가고싶어 온거고 월급받고 당직서고 있어요. 여러분들도 고생하고 계시잖아요. 저도 똑같아요~~우리 모두 고생하고 계십니닷!!!! 글고 여러분 세금으로 월급받고 있어, 밥값하려고 썰 푸는거 절대 아닙니다. 훌륭하게 R&D 예산 삭감되서, 남극 장보고 기지 홍보하려고 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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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포르투게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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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4Fun님의 댓글
쏘세지야채볶음님의 댓글
뭔가 더 재밌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리악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