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8/2) 오늘의 한 단어 -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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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2024.08.0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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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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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 방법 =
어떤 한 단어를 출제하고, 3줄로 된 글 쓰기를 해봅시다.
( 3줄이 넘어도 괜찮습니다. )
( 개그, 푸념, 에세이, 소설, 댓글, 일기, 언어유희.. 모두 괜찮습니다. )

저도 글 쓰기를 해볼께요.
( 본인 만의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보세요. 릴레이소설 아니어도 됩니다. )

*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그리 맛있누?'

어머니는
크게 한 숟가락을 뜬 수저를 입 속으로 밀어넣고 오물거리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 시절엔 그랬다.
목구멍 안에 무엇이든, 씹을 수 있는 무엇이라도 들어오면 행복했던 시절,
아이는 입 안에 있는 것이 밥인지 반찬인지 구분할 겨를도 없었고,
어머니는 아이의 등을 살살 두드르며 남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


* 앙님도 단어 하나를 출제해주세요. 저도 참여해보겠습니다.


// 글쓰기 모임
https://damoang.net/writing

댓글 6

하늘걷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하늘걷기 (121.♡.93.32)
작성일 08.02 12:05
밥상머리 교육이란 가족이 같이 식사하며 대화하며 예절과 인성을 교육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받는 밥상머리 교육은 좀 이상했다.

혼자 밥숟가락을 들 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식사 시간에는 기마자세로 서서 다리 힘을 기르며 무거운 추가 달린 숟가락을 들며 팔 힘을 키웠다.

식사 시간 내내 할아버지의 젓가락 공격을 피하며 무사히 식사를 마쳐야 했다.

“장삼아! 네가 몰락한 우리 장가장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힘들어도 참아내거라!”

내 나이 세 살 때 일이었다.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8.02 12:56
@하늘걷기님에게 답글 누가 쓰는 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이 힘없이 부서지는 막대기가 될지, 매서운 무기가 될지는.
마지막 날까지 할아버지는 내게 '너는 누구인가'를 되묻곤 하셨다.
항상 같은 질문, 항상 같은 답변으로 그 의미없는 시간을 흘려보내곤 했었는데,
내 손끝으로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게 되는 시기가 되자, 할아버지의 질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내 손 안에 이것이 부실한 막대기인가, 아니면 일족을 멸할 수 있는 무엇인가..

잘 쓰셨습니다. ^^

사미사님의 댓글

작성자 사미사 (221.♡.175.185)
작성일 08.02 15:59
더이상 남겨들 수 없는 반찬통을 꺼냈다. 남은 김치는 이것밖에 없다. 이제 밥상에서 김치를 볼 수 없다.
갑작스런 기후 변화로 배추가 모두 사라졌다. 김치 없이 살 수 없는 난, 배추처럼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이미 많은 것들이 사라진 이 땅에서 희망을 꿈꾸는 건 사치다. 단지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만이 남아있기에...
그 욕구 때문에 지구가 이렇게 되버린 것인데, 수십년 전 영화 인터스텔라는 예연서고, 놀란 감독은 미래에서 온 사람이었다. 나의 예상이 맞았다. 그들은 영화 감독의 탈을 쓰고 인간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저 멀리 또 모래바람이 다가온다. 이번에는 버틸 수 있을까.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8.02 17:33
@사미사님에게 답글 섬뜩한 소문이 돌고 있다. 먹을 것이 떨어지면 결국 서로를 단지 먹잇감으로 보게 된다고 하더니,
황량한 도시에서부터 알게 모르게 살육의 밤, 지옥도가 펼쳐진다고 한다. 알 수 없다, 그저 풍문이겠지.
오늘도 문에 또 나무를 덧대며 못질을 했다. 이젠 기운도 남아 있지 않은데, 무기를 든 이들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니.
한때는 넘쳐나는 자원, 풍족한 생활에 취해 음식물이 쓰레기로 변해 산처럼 쌓였다지.
하아.. 배고프다, 아사에 이를 것인지, 전사에 이를 것인지..

잘 쓰셨습니다. ^^

적운창님의 댓글

작성자 적운창 (42.♡.63.161)
작성일 08.02 19:06
"연우야! 어서 일어나. 씻고 밥 먹고 출근해야지."

어머니의 목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거동도 불편한 엄마가 웬일로 밥을 다 차렸을까?

눈을 떴는데 잠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20여 년 전, IMF로 아버지 사업 망하고 이사온 신도림 옥탑방이었다.

낡은 형광등이 눈에 들어왔다.

잊었는가 싶었는데 꿈에 다 나오네.

씻고 들어와 앉은뱅이 밥상 앞에 앉았다. 콩나물국에 김치, 밥이 전부인 밥상.

"계란후라이라도 하나 해야 하는데...."
"엄마, 괜찮아. 나. 콩나물국 좋아하잖아."

밥을 한 입 가득 넣고 국을 퍼서 먹었다.

예전 엄마가 끓여주시던 칼칼한 콩나물국 맛 그대로다.

"이야! 꿈인데 너무 생생해."
"얘가 아직 잠이 덜 깼나 봐. 어서 정신 차려. 오늘 첫 출근하는 날이잖아."

첫 출근? 순간 찌릿한 소름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슬며시 허벅지를 꼬집었다.

젠장. 너무 세게 꼬집었다. 아파 뒤질뻔.

이게 꿈이 아니라고?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8.05 10:03
@적운창님에게 답글 "연우야! 어서 일어나, 씻고 밥 먹고.."

아, 뭐지? 방금..

"연우야! 어서 일어나, 씻고.."

뭐, 뭐야? 왜..

"연우야! 어서 일어.."


박사님, 다시 재발했습니다. 지난 번 패치가 여전히 문제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 어떻게 하죠?


잘 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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