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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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9.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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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표정 짓지 마. 금방 끝낼 테니. 참.. 알고 있어? 인간을 기하학적으로 추상을 하면 어떤 도형이 될 거 같아? 식욕은 허기와 함께 천천히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야.
"...."
지루하더라도 대답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보통은 가장 큰 부분인 몸통에 초첨을 두고 육면체를 떠올릴 거야. 그게 문제라니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입과 항문까지 고려해 넣어야지. 그럼 뭐가 보여?
"...."
그런다고 내가 화라도 낼 것 같아? 난 그렇게 가볍게 보지 말라고. 내 평정심은 쉽게 깨지지 않아. 내가 마저 말하지. 그래 기하학적으로 추상하다 보면 인간은 결국 튜브 형태가 되는 것야. 구체물을 떠올려 보자면 마침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도넛이 먼저 떠오르기 하지만 그래도 타이어 쪽이라고 하고 싶어. 부드럽거나 포슬포슬한 도넛보다는 좀 탄력이 있는 쪽이 더 좋거든. 난 이가 튼튼한 편이라서 그쪽이 훨씬 씹는 맛이 있거든.
"흐.. 윽.."
움직이지 마. 첫 입은 몸통 쪽으로 정해뒀으니까. 탄탄한 지방으로 둘러싸인 네 몸통을 보니 아마 '속에 과즙이 든 젤리'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서서히 예열된 기대와 흥분 때문엔 단단해진 내가 보이냐고?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자신이 먹을 음식에 상처나 흠 하나가 있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 미식가라고 할까.
꼼꼼히 나를 앞으로 뒤로 돌리며 살펴본다. 내 몸이 휘청거린다.
"잠깐만, 가만히 있어봐.."
유심하게 내 등을 살펴보던 그가 말했다.
"음.. 이거 뭐야? 붉은 반점 같은 게 보이는데.. 이게 뭐지.."
뭉퉁한 손가락으로 내 등을 쓱쓱 닦아본다. 살갗이 아프다. 살살 만진 것이겠지만.
"흠.. 이거 괜찮은거야? 너, 이게 뭐야?"
그가 내 입을 막고 있는 테이프를 뜯어낸다.
"이게 뭐지?"
"그냥 먹어, 아무 것도 신경쓰지 말고.. 얼른 먹어."
그가 잠시 고민하는 듯 몇몇 닦아보고는 나를 내려 놓는다.
"안되겠어. 나는 신선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데.. 방법을 바꿔볼까??
잘 쓰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