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첫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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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9.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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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어도 걸으면 길이 된다.
좋은 말이다.
나도 그 말에 도전했고 이렇게 무너졌다.
원망은 안 한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아무튼 세상은 망했다.
지금은 온통 눈과 얼음만 있는 세상이다.
대한민국 안전 대피소 경기 10-17.
세상이 망할 줄 이미 알고 있었던 높은 양반들이 그나마 제정신일 때 전국에 자급자족이 가능한 대피소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인구는 백만 명 단위로 줄어 들었지만 생존했다.
망한 지 60년이 지난 지금.
각종 기계장치는 망가져 갔고 대피소 간의 거래를 위해서는 길을 뚫어야 한다.
좋게 말해서 교역로, 솔직히 말해서 약탈로다.
나는 길을 찾는 척후병이다.
매일 쌓이는 눈을 뚫고 나가서 단단한 길을 찾아야 하는 데 백에 구십구는 중간에 얼어 죽는다.
그 구십구 중의 하나가 나다.
얼어 죽고 있는 지금에야 이해가 된다.
나 같은 척후병의 시체가 길을 만드는 거다.
그게 그런 뜻이었다.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죽었어, 봐봐.."
"그..런가? 흠.."
"어..? 봤지? 눈커풀이 흔들렸어."
"그래?"
한 없이 길을 걸어, 저승의 문턱까지 걸어 들어가던 나를 그들이 끌어당겼다.
고통이 사그라진 자리에 안식이 남았고 평화로움으로 채워지고 있었는데,
그들은 안식을 헤집고 그 자리에 다시 고통을 밀어 넣었다.
"아.. 아..."
"거봐, 이 친구 살아 있다니까!"
"허.. 명이 길구먼. 그래, 우리랑 가세!"
잘 쓰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