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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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9.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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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보름달이 싫다.
아니, 보름달이 싫은 것보다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변하는 나 자신이 싫다.
주체할 수 없는 살기가 날 지배하는 늑대 인간이, 나 자신이 싫은 것 뿐이다.
그럴 때마다 폭포수에 몸을 던지고 별의별 지랄을 다 해봤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다음날 깨어나 내 손과 입 주변에 묻은 핏자국을 보며 스스로를 저주할 뿐이었다.
보름달이 뜨던 날, 계곡에서 떨어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자연치유능력이 또 날 살렸다.
캄캄한 밤이었다.
눈을 떠서 하늘을 봤다.
보름달을 보고도 살심이 생기지 않았다.
이젠 저주에서 해방된 건가?
덥수룩한 털과 날카로운 손톱은 왜 그대로지?
잠깐, 왜 보름달이 세 개지?
여긴 어디야?
갑자기 저 멀리서 냉기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곳으로 빠르게 다가온다.
심장이 요동쳤다.
휘말리면 죽을 거라는 본능이 몸을 지배했다.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다다른 곳은...
보라색 공기가 휘감긴 게이트였다.
친절하게도 게이트 위에 지구라고 적혀있었다.
저길 통과하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건가?
그러면 다시 이성을 잃고 설치는 늑대인간으로 살아야하는데.
난, 달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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