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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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하늘걷기 121.♡.94.37
작성일 2024.09.2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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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여름과 겨울 사이에 선선한 기간을 말하는 거래요.”

“그래, 그런 때가 있었다고 하더구나.”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 지면서 가을이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 남게 됐죠.”

“인간이 감히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깔짝거릴 때가 그때쯤이지.”

“그때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죠. 인간들을 모두 죽이기 위해 신이 지구의 환경을 바꾼 거라는 생각을 누가 했겠냐고요.”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잖아. 지하에 숨은 놈들 하나하나 찾아서 죽이는 것도 쉽지 않아.”

“우리야 죽이기만 하면 되죠. 천사로 일하고 있는 제 동창은 죽은 인간들 영혼 처리한다고 골치 아프데요.”

“죽은 놈들이 뭐 그리 문제를 일으킨다고?”

“자기는 지옥에 갈 수 없다고 높은 사람 나오라고 따지는 영혼들이 대다수라서 처리가 안 된답니다.”

“그냥 소멸 시켜버리면 되지 버러지 같은 놈들을 일일이 다 상대 한다고?”

“선배님이 그쪽에 계실 때하고 지금은 다르죠. 절차가 엄청나게 복잡해졌어요.”

“하긴, 나 때도 그러긴 했어. 나도 처음에 천사가 됐다가 그만둔 이유가 그거잖아. 자꾸 자기가 신의 뜻대로 살았다고 엉겨 붙는 거에 질려서 그만두고 악마로 재취업 한 거잖아.”

“저는 시험 준비할 때부터 이쪽 지원이었습니다.”

“그럼, 우리가 훨씬 좋지. 늘 출장이잖아. 그날 할당량만 마치면 나머지는 프리하게 지내도 되고.”

“선배님 같은 사수가 계시니까 그런 거죠. 사수가 빡빡하게 굴어서 제대로 못 쉬는 동기들도 많습니다.”

“다 쓸데없는 짓이야. 우리가 뭐 승진이 있나? 이 일 그만두고 천사 쪽으로 갈 거 아니면 영원히 이 일을 해야 하는데 너무 빡빡하면 지친다고.”

“동감입니다.”

“오늘 할당량 처리하러 가자고.”

“예. 일 마치고 제가 한 잔 사겠습니다.”

“내가 또 그런 건 사양 안 하지. 가세.”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9.23 13:30
숙명이라는 게 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내게 주어지는, 도리질을 친다고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는 거지, 숙명에 묶여서 사는 건.. 아니 산다는 하는 표현이 맞나?
여하튼 나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나 보다. 여전히 뭔가를 하고는 있지만, 이게 정말 내가 바란 것이었을까?
내가 택한, 아니 내가 하고 있는 이 길이,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일까? 분명 내가 선택한 듯 했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다.
할당량을 처리하기 위해 무심하게 둘러보던 중, 어떤 인간이 눈에 들어 왔다.
저 인간이 고개를 쳐들고 나를 바라본다. 그의 운명의 시계는 아직 십 수 년도 더 남은 것으로 보인다.
왜 나를..? 저 인간이 나를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내가 보이나?
영적인 능력이 있는 이인가? 노트를 펼쳐봤지만 그런 내용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 저 인가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나를 볼 수 없다. 그런데.. 왜 여기를 보는 거지?
팔을 들고 나를 가르킨다.

"저.. 저 인간를 봐봐. 지금 여기를, 나를 가르키는 게 맞지?"
"어? 정말이네요. 선배님에게 손짓을 하는 것 같은데요."

"저거 뭐야?"

우리는 순간 공간을 접어 그의 이마 앞으로 다가갔다.
"뭐지? 이 인간은?"

그는 우리들을 번갈아 보는 듯 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뒷목을 들이밀었다.

"뭐.. 하자는 거야? 이거.."
"선배님, 분명 우리가 보이지 않을텐.."

그는 고개를 들고 우리는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뒷목을 들이밀었다.

"이.. 이거.. 뭐..뭐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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