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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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하늘걷기 121.♡.94.37
작성일 2024.09.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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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예상하지 못했다.

 

할머니 댁 나무 자르다가 이세계로 전이 되는 걸 누가 상상할까.

 

나무에 깔려 죽지 않은 건 다행인데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모르겠는 건 전혀 다행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분명히 회색 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왜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있는 거지?

 

또 전기톱을 들고 있었는데 그게 왜 이상한 모양의 검으로 바뀐 거지?

 

왜?

 

“방금! 또 한 명의 이계 기사가 나타났습니다!”

 

누가 떠드는 거야?

당황해서 몰랐는데 나는 지금 원형의 경기장에 서있었다.

멍청하게 벽을 보고 서 있어서 몰랐던 거다.

 

―와아아!

 

―새로운 기사다!

 

―무시무시한 검을 들고 있어!

 

―빨리 싸워라!

 

중세 시대에나 입을 옷을 입은 관람객들이 소리치고 있다.

그리고 높은 단상에 뚱뚱한 남자가 원형의 깔때기를 입에 대고 소리쳤다.

 

“자! 우리 기사님이 무슨 일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싸워라!

 

―싸워라!

 

“예! 역시! 상황 파악에는 실전이 최고죠?”

 

―맞다! 맞아!

 

―싸워라!

 

―싸워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나는 귀가 시끄럽도록 소리치는 남자와 사람들을 보고 어리둥절하게 있다가 갑자기 조용해진 걸 보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벽 중간중간에 쇠창살 문이 있었고 원형의 흙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피가 마른 흔적들은 군데군데 보였다.

 

딱 봐도 검투사들이 싸우는 그런 경기장 같다.

 

―그그그긍!

 

정면의 쇠창살이 올라가고.

 

―크허어엉!

 

사자를 닮은 동물이 나오는데 얼굴과 갈기는 영락없이 사자인데 몸통에 달린 다리가 여섯 개다.

그 다리는 메뚜기 다리처럼 생겼다.

 

“이게 뭐야?”

 

나도 모르게 입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에 메뚜기 사자, 아니 사자 메뚜기, 아니 괴물은 으르렁거렸다.

 

“크르르릉.”

 

이를 드러내며 여섯 개의 다리를 천천히 움직여 옆으로 걷는가 싶더니 펄쩍 뛰어 올랐다.

괴물은 금세 얼굴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는데 나는 바로 옆으로 몸을 굴려서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나 왜 잘 피하지?

 

나한테는 원래 이런 운동 신경이 없다.

있었다면 전기톱으로 나무 자르다가 내 머리 위로 넘어지는 나무에 깔려 이런 이상한 곳으로 오지 않았을 테니까.

 

아무튼 이해 못 할 운동 신경으로 괴물의 공격을 계속 피하기는 하는데 점점 힘들어졌다.

 

괴물을 공격해야 한다.

 

“크와아앙!”

 

다시 펄쩍 뛰어서 공격하는 괴물을 피하고 뒤로 물러서서 거리를 벌렸다.

뒤는 벽이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이상한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길쭉하고 넓적한 검의 외곽에는 전기톱의 날이 빙 둘러있었다.

 

영락없는 전기톱인데 모터가 되는 부분이 없이 검 손잡이와 검날을 구분하는 두꺼운 크로스가드밖에 없다.

 

이걸 그냥 휘두르는 건가?

전기 톱날을 움직일 수는 없나?

 

생각하는 순간 크로스가드 가운데 박힌 원형의 보석 다섯 개가 반짝이며 녹색으로 변했다.

정확히는 네 개는 녹색이고 하나는 반만 녹색이다.

 

뭐야 이거?

배터리 표시인가?

검 손잡이를 다시 살폈다.

 

오른손 검지 부분에 누를 수 있는 버튼이 튀어나와 있었다.

 

“크르르릉!”

 

괴물은 내 주변을 천천히 돌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허둥대는 내가 도시락으로 보였겠지.

 

나는 검지로 버튼을 눌렀다.

 

―왜애애앵!

 

전기톱, 아니 전기가 없으니 자동톱이다.

나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맹렬히 회전하는 자동톱 검을 들고 소리쳤다.

 

“들어와!”

 

괴물은 예상 못 한 굉음에 놀랐는지 움찔했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들어간다.

 

바닥을 박차고 거리를 좁히며 검을 휘둘렀다.

 

―왜애애애애앵!

댓글 2

팬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팬암 (203.♡.217.241)
작성일 09.26 15:09
흥미진진한데요. 사자의 심장을 왜애애앵 하고 찌르는 장면은 상상으로 해봤습니다.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9.26 16:22
"으아아아악!"

미친 듯 흔들리는 검을 힘껏 휘둘렀다.
단 번에 베어내지 못하면 내 목숨도 무사하지 않으리라.

괴물이 잡았다. 육중한 앞의 두 발로 내 회전하는 자동톱 검을 잡았다.
저 흉측한 얼굴이 미소를 띄는가? 콰앙 소리를 내며 내 검의 체인이 끊어지며 튕겨셔 나갔다.
일부는 괴물의 얼굴에 상체를 내며 하늘로 치솟았고 일부는 내 오른쪽 어깨 위로 박혔다.
이런 괴상한 상황에서 목숨을 잃는다니,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다고..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버틸 힘도 남지 않았다. 괴물이 누르는 무게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

"아.. 이 황망한 죽음이라니.."

.
.
.

"으야아아아아옹!"

음? 콧구멍이 간지럽다. 치워, 이 간지러운.. 아? 어...?

눈을 떴다. 토리가 내 가슴 위에 누워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저 표정.. 배가 고프구나.
녀석.. 아.. 하아.. 나 지금 어디를 다녀온 것일까. 식은 땀이 흐른다.
토리가 또 한 번 내 콧구멍을 간지럽힌다.

"알았어.. 알았어.. 먹자, 그래.."


잘 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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