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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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하늘걷기 121.♡.94.37
작성일 2024.09.2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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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가 최고지! 여기 있는 걸로 골라 봐!”

 

할아버지가 매대에 놓인 검을 가리켰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는데요. 돈이 없어서 그렇죠. 국산은 없어요?”

“쯧! 이쪽에 한번 와 봐.”

 

몸을 일으킨 할아버지는 머리가 하얀 백발이었지만 몸은 근육질이다.

이 할아버지도 각성자다.

생산 직업인 대장장이일 거다.

생산직이 개꿀이라던데 부러웠다.

 

나는 그런 할아버지를 따라갔다.

할아버지는 나를 좁은 통로로 이끌면서 물었다.

 

“각성한 지 얼마나 됐어?”

“이제 이주요.”

“그럼, 한 D급?”

“아니요. E급요.”

 

할아버지는 나를 한 번 힐끗 보고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 F급에서 스타트했구먼?”

“예….”

 

각성도 시작점이 다 다르다.

누구는 C급에서 시작하지만, 운이 없는 나는 F급에서 시작했다.

 

보통 하급도 E급에서 시작해서 한 달 안에 D급으로 승급하는 게 보통인데 나는 못해도 두 달이 걸릴 것 같다.

 

“그 정도면 그냥 각성자 등록만 하고 원래 하던 일이나 하지 그랬어?”

 

할아버지가 저렇게 말하는 건 F급에서 스타트하면 거의 D급이 한계이기 때문이다.

 

D급은 일반 기업의 두 세배의 연봉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삐끗하면 죽는다.

죽지 않더라도 치료비가 만만치 않아서 남는 게 별로 없다.

 

병원비를 제외하면 그냥 일반 직장인보다 조금 더 버는 수준이다.

어차피 직장인보다 나은 게 없는데 왜 하냐는 거다.

나도 동의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저, 재수생이라 알바만 좀 해서….”

“재수생? 이제 스무 살?”

“예. 좀 노안이라….”

 

각성하면 F급이라도 몸이 더 건강해지고 활력이 돈다.

주름이 없어지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활력이 돌아서 조금 더 젊게 보인다.

 

하지만 나는 타고난 노안에 시커먼 눈 밑, 숱이 적은 머리까지 예전에는 서른 중반까지 봤는데 좋아진 지금 이십 대 후반으로 보인다.

 

할아버지는 말을 돌렸다.

 

“흠. 여기 이게 국산인데 나도 대장장이라 내가 만든 물건이나 우리나라 장인들이 만들 걸 팔고 싶지. 그런데 알잖아. 품질이 떨어져 아무리 만들어도 게이트에서 만든 물건보다 질이 떨어져.”

 

할아버지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장인이 설명해 주니 귀에 쏙쏙 들어왔다.

 

“제가 그나마도 없어서요.”

“그래 F급이면 게이트 앞에서 판 공장제 칼이나 사서 썼겠지. 그건 고블린 몇 마리만 잡아도 날이 나가고 고블린 뼈에 잘못 부딪히면 부러져.”

“예. 저도 그렇게 부러져서요. 여기 황학동 대장간 거리에서 사면 된다고 해서요.”

 

게이트가 나타나기 전의 황학동은 풍물시장에서 골동품을 팔거나 중고 주방 도구를 팔던 동네다.

그런 황학동에 대장장이들이 한두 명씩 모이더니 20년이 지난 지금은 거대한 대장간 거리가 되었다.

 

“그래. 직업이 정확히 뭐야?”

“전사 계열이에요.”

 

전사 계열은 기사와 검사, 전사 등 칼을 무기로 쓰는 직업 전반을 뜻한다.

또 직접적으로 직업을 거론하기 싫을 때 이렇게 이야기한다.

 

할아버지는 별로 신경 안 쓰지만 내 직업은 거론 하기 어려운 히든 직업이다.

 

F급의 히든 직업은 대박 아니면 쪽박인데 지금까지는 쪽박이다.

 

“어떤 무기를 찾아?”

“그냥 평범한 검이요.”

“여기 많으니까, 손에 맞는 거 찾아봐.”

 

훌륭한 검들이 많았다.

하지만 국산이라고 외면받고 있다.

 

외제, 게이트 안 드워프가 파는 검의 성능이 너무 우수하기 때문이다.

철광석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의 마나 농도 때문에 그렇다고 들었다.

신토불이 국산품 애용자지만 자꾸 드워프가 만든 검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외제 검 하나만 있으면 승급도 더 빨리했을 텐데 아쉬웠다.

 

무기만큼은 외제가 최고다.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9.27 14:27
손에 착 감긴다고 해야 할까, 검에 따라 그런 게 있다.
적당한 묵직함과 감촉, 어떤 검은 꽉 잡고 있어도 이물감이 든다.
힘껏 내리칠 때마다 충격이 고스란히 팔에 전해지고 그 때마다 근육이 경직된다.
이 정도의 충격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어야 그래도 밥벌이 정도는 하는 전사라 할텐데,
사냥을 다녀올 때마다 조금씩 더 깊게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수련 부족이다, 수련 부족이긴 한데, 한 편으로는 검이 나와 맞지 않는 거다.
마치 내 몸의 일부인냥 검을 잡자 마자 느껴지는 그런 검들도 있는데, 역시 비싸다.
그런 검을 들고 사냥을 하면 아주 바람을 가르고, 단 번에 베어낼지도 모른다.

검을 등 뒤의 검집에 넣고 나오는 길, 머리칼이 긴 어떤 사내가 나를 불러세웠다.

"이봐요, 젊은이.."
"네?"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나를 부른다. 한쪽 어깨가 불편한 것인지 자세가 기묘하다.

"저요?"
"그래요. 잠시만 와 봐요."

검투사는 아닐까, 전에는 어떠했는지 알 수 없으나, 근육이 많이 빠진 듯 했다.
수련을 멈추었다기 보다는 하지 못한, 부상을 당했던 것일까.

"이것 좀 도와주지 않겠소?"

그는 손목 언저리에 돋아난 세 개의 돌맹이를 가르켰다. 푸른 빛의 작은 돌맹이들.
마치 피부를 뚫고 박혀 있는 듯이 보였다.

"이게.. 뭔가요?"
"아.. 뭐, 별 거는 아닌데, 이제 좀 불편해지기 시작해서.."

"음.."

손목의 혈관과 근육 사이의 작은 틈을 비집고 그 돌맹이들이 박혀 있었다.
밖에서 짓눌러서 넣을 수 이는 그런 모양새가 아니었다.

"이걸 어떻게.. 만..만져봐도 되나요?"
"그래요."

검지 손가락으로 돌맹이를 건드는 순간..



잘 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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