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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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하늘걷기 121.♡.94.37
작성일 2024.09.2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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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캠핑이 유행한 적 있다.

그때 검색해 보다가 알게 된 게 부시크래프트다.

 

덤불과 기술의 합성어인 부시크래프트는 생존을 위해서는 무슨 도구든 사용하는 서바이벌식 캠핑과 달랐다.

 

자연 속에서 얻은 것들로 생존하고 현대의 기술이나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캠핑법이다.

 

깊이 빠진 사람은 라이터도 들고 가지 않고 나무로 비벼서 불을 피우고 동굴이나 바위틈 같은 곳에서 잠을 잔다.

완전 원시인 생활을 하는 거다.

물론 나는 한 번도 그런 식의 캠핑을 가본 적 없다.

 

흥미가 생겨서 충동적으로 부시크래프트책을 사고 몇 가지 생존키트와 함께 등산 가방에 넣어두기만 했다.

흥미만 느끼고 시도 안 한 다른 취미들과 마찬가지로 잊었다.

 

다들 그렇듯이.

 

·

·

·

 

어느날 세상이 망했다.

 

제일 먼저 전기 폭풍이 몰아쳐서 모든 전자 장비가 망가졌다.

그다음엔 지진이 일어나서 세상이 무너졌다.

그리고 해일이 덮쳐왔다.

 

이 모든 일이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삼 개월.

물이 많이 빠지기는 했지만, 서울에서도 저지대였던 곳은 아직도 물에 잠겨 있었다.

 

삼 개월 동안의 캠핑은 나를 생존의 전문가로 만들어 주었고 가방 속에 있던 부시크래프트책은 생존의 바이블이 되었다.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부서진 나무 문짝을 뜯어서 불을 붙였다.

 

현대의 도시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나 종이들은 생각보다 화학약품에 절인 상태였다.

나무 문짝을 태우면 시커먼 연기가 났다.

 

애초에 본드에 페인트, 니스로 만든 예쁜 나무문으로 절대 태우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보니 시커먼 연기에 숨이 막혔다.

 

그래도 나무를 모아 불을 피웠다.

 

누군가 보고 찾아오기만 바랐기 때문이다.

생존자가 나밖에 없을 리가 없다.

 

부시크래프트는 자연 속에서 얻은 것들로 생존하는 캠핑법이다.

자연을 이용해서 낚시하거나 사냥할 수도 있다.

 

나는 불을 피워서 시커먼 연기를 피워올렸고 사냥감이 낚이기를 기대했다.

댓글 2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9.30 11:04
오늘도 검은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다.
혼란의 시기가 지나고 이제는 자연적으로 화재가 발생되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
내가 피워올리는 연기는 하나의 충분한 신호가 될 것이다.
생존자든 먹이감이든 이 연기를 보고 다가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몇 주가 지났음에도 별 다른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터전까지도 파괴되어버린 것일까,
비축했던 음식들도 떨어져 가고 있어서, 연기를 피워올리는 게 점점 간절해지고 있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오늘 이 검은 연기는 충분히 멀리에서도 보일텐데,
남은 캔 통조림 하나를 열었다. 맛있게 조미를 했을테지만, 매번 같은 식단이니 혀가 둔감해진다.
맛으로 먹는 시기는 이미 한 참 지나기도 했고 말이다.
순간 소리가 들려왔다. 트랩으로 걸어놓았던 빈 캔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온다, 누군가..


잘 쓰셨습니다. ^^

팬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팬암 (203.♡.217.241)
작성일 09.30 12:05
이 글을 보고 트렁크에 방치중인 통발을 꺼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ㅎㅎ 우리동네에 인적이 워낙 드물어 자연상태인 개천들이 꽤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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