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오늘의 한 단어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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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음 물건은 지구입니다!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이고 생성된 지는 46억 년이 지났습니다. 구매하시면 위성인 달도 함께 드립니다!”
단상에 선 사회자의 거대한 홀로그램에 우주 곳곳에서 홀로그램으로 경매에 착석한 귀빈들의 형상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생명체는 있습니까?”
“지성체는요? 혹시 다 파괴된 행성은 아닙니까?”
“우리 방사능에 알레르기가 있는데 방사능 수치는 어떻습니까?”
수십 개의 다리를 흔들며 소리치는 두족류 인간과 얇은 날개를 비비며 소리를 내는 곤충인, 긴 꼬리를 가진 파충류 인이 시끄럽게 물었다.
사회자는 여섯 개의 팔 중 하나를 들어서 조용히 시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자자! 이 경매가 어떤 경매인지 잊으셨습니까? 정보 없이 입찰하시는 경매입니다! 대박일 수도 쪽박일 수도 있는 도박이지만, 쪽박일 때의 손해보다 대박일 때의 이득이 더 큽니다!”
주변의 다른 홀로그램들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필시 세 명이 이 우주 경매에 처음 참여하는 신출내기라 비웃는 것이리라.
두족류 인간은 부끄러워서 열두 번째 다리를 부르르 떨었고 곤충 인간은 괜스레 한바퀴 날았다.
파충류 인간은 모르는 척 혀를 내밀었다.
파충류 인간의 세로로 찢어진 동공을 못마땅하게 노려본 사회자는 다른 고객들을 보고 웃으며 경매의 시작을 알렸다.
“자! 시작가는 10만!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곤충 인간이 창피를 만회하려는 듯 앞발을 번쩍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11만!”
“자! 11만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뒤이어 두족류 인간이 일곱 번째 발을 들고 외쳤다.
바로 곤충 인간이 입찰가를 올리고.
“11만 5천!”
“12만!”
“13만!”
“14만!”
둘이 입찰 가를 올리는 동안 사회자는 신이 나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손으로 입찰하는 고객들을 가리키고 파충류 인간은 세로 눈을 좁히며 경매를 관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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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만! 101만 SG에 낙찰됐습니다!”
두족류 인간과 곤충 인간이 지친 기색을 보이고 파충류 인간이 만족스럽게 혀를 날름거리며 승리감을 만끽했다.
“자! 낙찰받으신 분의 입금을 확인했고 소유권이 이전됐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하세요!”
이 우주 경매의 백미 낙찰 물건 확인이다.
혀를 날름거리며 여유 부리던 파충류 인간의 얼굴에도 긴장이 보였다.
101만 SG면 다른 행성의 피조물들에서 1년은 넘게 숭배를 받아야 모을 수 있는 금액이다.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에게 긴장한 파충류 인간의 홀로그램이 크게 보이고 모니터를 켜는 버튼이 확대됐다.
파충류 인간은 긴 꼬리 끝으로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지구 인류 0이 표시되었다.
“…!”
바로 이어지는 사회자의 목소리.
“아쉽게 됐습니다! 한때 80억을 넘어 90억에 육박했던 지구의 인구는 전쟁으로 인해 모두 사라졌고 지구의 대기는 방사능으로 가득한 상태입니다. 복구하고 원시 상태로 되돌리는 데만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물건은 쪽박으로 판명 났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파충류 인간은 정말의 표정을 지었고 경쟁하다가 실패한 두족류 인간과 곤충 인간만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다시 사회자의 말이 이어졌다.
“자! 우주 경매 다음 물건은 판타리아입니다! 헬라계의 일곱 번째 행성이고 생성된 지는 21억 년이 지났습니다. 구매하시면 세 개의 위성을 함께 드립니다!”
벗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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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 인간의 얼굴은 그린빛 화염처럼 일그러졌다.
101만 SG를 쏟아부은 낙찰이 고작 방사능에 쩔어 썩어가는 폐허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 긴 혀는 마치 화살처럼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그의 비늘 달린 몸뚱이가 격하게 흔들리며,
사막의 바람에 휘말린 모래처럼 날카로운 목소리가 우주 경매장을 가득 채웠다.
“이게 무슨 장난이오! 지구를 이렇게 만든 건 우리 잘못이 아니지 않소?
주최 측에서 책임지고 복구 비용을 내놓아야 할 것이오!”
그의 발톱이 단상을 찍으며 울리는 소리와 함께, 공기가 한층 더 팽팽해졌다.
경매장에 있던 모든 홀로그램들이 파충류 인간을 바라보았다.
그중 몇몇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몇몇은 그 시끄러운 소란에 불편함을 느끼며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파충류 인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대가 없이 끝낼 생각이 없음을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당신들이 허울뿐인 경매에 우리를 끌어들였어! 손해를 본다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당신들이오!”
사회자는 미소를 잃었다.
여섯 개의 팔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파충류 인간을 가리키며 경고의 제스처를 취했다.
“경매는 경매입니다. 입찰하신 물건의 상태에 대한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복구 비용은 전적으로 낙찰자 본인의 몫입니다.”
그러나 그 말은 더 큰 불길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파충류 인간의 눈은 이미 넓적하게 찢어진 세로 동공 사이에서 더욱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몸을 뒤틀며 경매장 중앙으로 나섰다.
“내가 낸 101만 SG는 우주의 신에게서도 용서받지 못할 금액이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지. 타임키퍼를 사용하겠소.”
그가 꺼내든 타임키퍼는 금속의 빛을 내뿜으며 경매장 안을 잠깐 침묵으로 물들였다.
그 고대의 유물은 시간을 거슬러 올리는 힘을 가졌다는 전설적인 도구였다.
파충류 인간이 손에 든 순간, 경매장 안의 분위기는 마치 전기가 흐르는 듯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허공을 울리고, 모든 눈이 타임키퍼에 집중되었다.
“우리는 이 지구를 되돌려야 해. 과거의 상태로, 전쟁이 일어나기 전 그 순간으로.”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찼다. 그리고 그 순간, 곤충 인간이 그에게 동조했다.
“나도 지지하오. 그렇게 한다면, 우리 모두 손해를 피할 수 있소.”
곤충 인간은 날개를 부드럽게 비비며 파충류 인간에게 다가섰다.
곧이어 두족류 인간도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미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었고,
이번에는 그럴 수 없다는 결단을 내린 듯했다.
경매장 전체가 그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몇몇 홀로그램이 고개를 끄덕이며 파충류 인간의 주장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사회자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좋습니다. 타임키퍼를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하겠습니다. 다만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니, 각자 감수하시길.”
파충류 인간은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그는 타임키퍼를 작동시켰다.
시간은 뒤로 흐르기 시작했고,
그 순간 모든 우주 경매장의 홀로그램들은 눈앞에서 변하는 지구의 모습을 보았다.
**
지구. 한때 전쟁으로 파괴된 땅이 다시금 천천히 살아났다.
대기의 방사능이 사라지며 공기가 맑아졌고, 황폐했던 대지가 푸르게 물들었다.
시계가 되돌아가듯, 지구의 시간은 빠르게 뒤로 흘러갔다.
마치 환영처럼 보이는 장면들 속에서,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죽어갔던 사람들이 하나둘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은 두려움과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이 죽었던 순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되살아났다.
“우리가… 다시 살아난 건가?”
그들은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죽음의 고통이 사라졌지만, 그 기억은 여전히 생생했다.
피가 흐르고, 불길이 타오르던 그 전쟁의 순간.
그 순간에서 벗어나 다시금 살아 숨 쉬는 자신들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워했다.
그리고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가족과 친구들, 전쟁에서 잃었던 이들이 다시 나타나자
그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경악이 섞여 있었다.
“네가 여기 있다는 게… 말도 안 돼. 넌 죽었잖아. 그때 내가 분명히 봤어…”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서로를 붙잡았다.
그러나 그들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시간은 계속해서 되돌아갔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의 그 순간으로.
지구는 다시 한 번,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의 평온함을 되찾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죽음의 기억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그들은 그 기억을 잊을 수 없었고, 전쟁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파충류 인간은 경매장에서 이 장면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내가 지구의 신이 될 차례다.”
그러나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타임키퍼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지만,
과거의 기억까지 지워버리지는 못한다는 것.
죽음의 기억을 간직한 채 되살아난 인간들은 이제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그들의 두려움과 분노가 다시금 폭발한다면,
그 전쟁의 참혹한 순간이 다시 반복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경매장 밖에서 지켜보던 우주인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 정말 대박일까, 아니면 쪽박일까?
잘 쓰셨습니다. ^^
적운창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