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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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GAHASARA 115.♡.162.36
작성일 2024.10.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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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적어 봅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특정할 순 없지만 약 한 달 전인 것 같아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이 감정은..


국민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인가 그때쯤입니다.

매번 잘 해왔던 숙제를 주말에 있던 가족행사로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과 즐거움으로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었죠. 생각이 났습니다.


숙제를 안 했구나.....


그때부터 미묘한 감정 때문에 수업내용이 전혀 들어오질 않습니다.

어느덧 선생님께선 숙제노트를 펼쳐 놓으라고 말씀하셨고

교실 앞쪽에 앉아 있는 학생부터 오른손에 든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봉과 같은 막대로 숙제노트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선 점점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시는 중간중간 숙제를 하지 않은 아이의 손바닥을 때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두려웠습니다. 슬펐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내 빈노트가 요술처럼 채워지기를 바래 보았습니다.

점점 내 쪽으로 다가오는데... 울었습니다.

2미터 남짓.. 선생님께선 검사를 하다말고 저를 쳐다보셨고

눈물로 덮여버려 흐릿한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을 합니다.


그때의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요.



대학축제 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있습니다.

몇일이 지나 친구의 친구를 통해 겨우 연락처를 알아냈고 몇 번의 전화통화를 한 후 드디어 만납니다.

28년 전입니다.

약속장소 벤치에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합니다.

오른손에 채워진 시계를 쳐다봅니다.

아직 10여 분이 남았는데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이런 긴장감에 손 저림이 생겨 휙휙 팔을 돌려보기도 하고... 벤치를 기준으로 시계방향으로 또 반대 방향으로 돌아 걷습니다. 진정이 안 돼요.


다시 오른손에 채워진 시계를 쳐다봅니다. 5분이 지났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헤집어 놓고 숨을 쉬는 게 힘듭니다.

답답함이 내 심장을 조이고 어떻게든 풀어보려 소리를 지르려던 순간

저 멀리서 그녀인 것 같은 사람이 걸어옵니다.


그때의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요.



제가 지금 그래요.


9개월의 험난한 프로젝트가 끝나고 징검다리 휴일, 명절이 있어서 휴가를 냈는데 너무 길었습니다.

강약이 있지만, 이 감정을 근 한달을 달고 있습니다.

이 감정이 너무 싫어서 집을 다 뒤집어 놓고 물건을 새로 사고 혼자 관광명소도 가보고 운동기계를 이용해 내 몸을 축내봤지만, 소용없습니다.


몇가지 이유도 찾아봅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공허함이다.

갑자기 변한 날씨 때문에 가을탄다. 출장지에서 알게 된 사람 때문이다.


아무래도 나이를 생각하니 갱년기 같습니다.








---- 유령회원 다모앙 첫글입니다.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분노조절 안 될 것 같아요.

댓글 3

적운창님의 댓글

작성자 적운창 (42.♡.63.161)
작성일 10.11 01:51
번아웃 같아요. 매일 6~7천자를 1년 가까이 쓰다가 완결치고,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네요. 마무리할 즈음, 정신이 하얗게 타버린 것 같아지더군요. 문제는 완결치고 몸이 적응을 해서 쉴 때도 글을 써야할 것 같고 안절부절... 제 경우에는 1주일 정도 가더군요. 정신은 쉬라고 명령을 하는데, 몸이 말을 안듣더군요. 3번째 작품 끝내고 번아웃 왔는데, 공모전 준비한다고 바로 들어갔다가 몸이 좀 아파서 한 달 정도 고생했습니다. 2주 정도 아무 것도 안 하고 TV드라마, 영화 보고 쉬었습니다. 그러니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더군요. 열심히 일한 당신! 쉬세요. 쉬어도 됩니다.

GAHASARA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GAHASARA (115.♡.162.36)
작성일 10.12 01:27
@적운창님에게 답글 응원  감사합니다.  감정이 요동치길래 진정 시키고자 오래된 책-태엽감는 새-을 메모장에 옮겨 적었습니다.  메모장 하단을 보니 6천자를 조금 넘게 옮겨 적었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제 감정을 쓰고 싶어 글을 올려 봤습니다.  어제 오랜만에 회사동료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 졌습니다.  월요일이면 출근이고 저에게 이런 감정은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 갈것 같습니다.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10.14 10:42
너무 세게 감았을까, 장력을 견디지 못한 태엽이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
눈을 감고 호흡을 늦추며 날카로워진, 매서워진 내 마음을 보듬고 싶었으나
이제는 이룰 수 없는 희망 사항이 되어버렸다.
주변에서 매번 듣던 소리다. 조금 더 유순하게, 부드럽게 대해 보라고.
누군들 그러지 않고 싶었겠는가, 마음은 어떠할지 모르나, 내 몸은 그런 둥글둥글함을 견디지 못했다.
마음보다 몸이 앞서고,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내 수순을 바꿀 수 없었다.
뒷따르는 것은 후회, 아쉬움..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그런 삶의 연속이었다.
깃발을 꼽고 싶었다. 내달리는 것을 그만하고 이제는 뒤를 돌아 달려보고 싶었다.
되돌릴 수 없음을 알고 있으나, 그래도, 그래도.. 이 걸음을 멈추고 싶었다.
단 한 번, 다시 살고 싶은 바람이 간절했다.
희망이라는 건,
내가 가질 수 없는 희망이라는 건 그래서 그러한가 라고 여기고 있던 그 즈음,
그 사람을 만났다.


잘 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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