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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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하늘걷기 121.♡.94.37
작성일 2024.10.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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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장으로 사용되는 넓은 초원 가운데에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고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용병 복장의 남자는 긴 기다림에도 지루하지 않은 듯 당당한 자세로 상대를 기다렸다.

오히려 지켜보는 국왕군 대열에 선 병사와 기사들이 초조해 보였다.

 

마침내 국왕군의 대열이 갈라지듯 열리고.

반사되는 빛에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이 반짝이게 닦여진 전신 판금 갑옷을 입은 국왕이 걸어 나왔다.

 

움직임을 보조해 줄 종자들도 없이 무거운 갑옷을 입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왕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의자에 앉았던 남자는 일어나서 국왕을 기다렸다.

 

용병 이전에 농노였던 남자는 모르겠지만 힘들게 걸어 오는 국왕과 남자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났다.

 

하지만 농노 따위의 생시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이 땅의 움직임을 주관하는 여신만이 알 것이다.

 

사람들은 남자를 용병 왕이라고 부른다.

용병 따위에게 왕이라는 칭호를 붙이는 게 경을 칠 일이지만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

 

용병들의 반란 수괴인 용병 왕 존을 만나러 국왕이 나올 정도니까.

 

무기 없이 두 사람이 회담한 뒤에 각자의 세력에게 이야기의 결과를 알리는 것이 오늘 이 회견장의 목적이다.

 

드리어 의자에 도착한 국왕은 숨을 몰아쉬었다.

 

“…용병 왕 존인가?”

“미천한 백성 존이 국왕 전하를 뵙습니다.”

 

나름 예의 차린 인사이지만 고개만 까닥한 인사에 국왕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귀족들처럼 웃으며 뒤에서 음모를 꾸미는 건 아니라서 안심했다.

 

“앉지.”

“예. 감사합니다.”

 

국왕은 마주 앉은 존의 얼굴을 한 참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병사들을 물리게.”

“거처를 마련해 주십니까?”

“땅 하나를 떼어주지. 그리고 자네가 원하는 작위를 얹어 주겠네. 여기서 멈추게.”

“사촌이신 백작님까지 주셔야겠습니다.”

 

국왕은 이를 악물었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 그자다.

영지전에 고용한 용병들에게 급료만 제대로 챙겨 주었어도 이 사달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벌어졌다.

여기서 사촌을 넘겨주면 국왕의 권위가 크게 손상된다.

반란을 가라앉힌 게 아니라 사촌을 넘겨주고 평화를 구걸 한 게 되는 것이다.

절대 허락할 수 없다.

 

“불가하다.”

“그러면 우리는 멈출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대신!”

 

국왕은 손을 들어 존의 말을 막았다.

 

“잠잠해진 뒤에 사촌의 목을 주겠다. 사형은 비공개로 진행될 거고 네가 참관하거나 직접 목을 잘라도 된다. 하지만 절대 공개는 못 한다.”

 

눈을 좁히며 국왕의 눈을 쳐다보던 존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서른 명이 갈 것입니다. 서른 명이 칼질을 한 번씩 할 것입니다. 최초에 돈을 떼인 동료들입니다. 그 정도는 해야 받아들일 겁니다.”

“…그렇게 되면 무덤에 묻힐 시체도 남지 않는 것 아닌가? 그건 그의 가족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거네.”

“그럼, 이 협상은 결렬이지요. 저는 이곳을 벗어나면 동료들과 제일 먼저 백작 가족의 목을 베러 갈 생각입니다. 피가 조금이라도 섞인 자들까지 모두 베려고 합니다.”

“내 사촌과 나는 피가 꽤 많이 섞였다네.”

“안타깝군요. 그러게, 좀 괜찮은 사촌을 두시기 그러셨습니까?”

 

국왕은 싸늘하게 웃으며 물었다.

 

“내 목을 베고 진짜 왕이 되고 싶은가?”

“이미 왕이라 불리고 있지요. 저희 동료 중에는 궁술왕, 검술왕, 달리기왕 등등 왕이 많습니다.”

“국왕의 권위를 짓밟고 하려는 게 무엇이냐? 무슨 권위로 백성들을 다스리려 하는가?”

“제가 누군가를 다스리고 싶어 하냐고 질문부터 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존의 말에 국왕의 눈이 커졌다.

 

“왕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냐?”

“딱히 꿈꾸지는 않지만, 전하께서 사촌을 내놓지 않으신다면 그길로 가야지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당당한 자세를 유지했던 국왕이 힘이 빠진 듯 축 처졌다.

 

국왕군이 결사 항전을 한다면 반란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전력에 큰 구멍이 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호시탐탐 왕국을 노리는 주변국의 먹이가 될 것이다.

 

거기에 국왕 자신은 십중팔구 죽게 될 것이다.

용병 왕 존이 마음만 먹으면 단장이라도 국왕의 목을 분지를 수 있다는 걸 국왕도 잘 알고 있다.

 

“원래 난 내 사촌 녀석을 싫어하네. 깐족거리는 게 너무 거슬렸어. 계속 저러면 죽여버릴 생각도 하고 있었지. 그런데 이런 식은…국왕의 권위가 무너지지만 어쩔 수 없군. 왕국 자체를 무너트리는 것 보다 권위가 손상되는 쪽을 택해야겠네.”

“전하의 결심에 감사드립니다.”

“돌아가면 열흘 안에 은밀히 사람을 보내겠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갑자기 나이가 든 듯 국왕은 힘겹게 일어났다.

 

“자, 이제 할 일을 하고 가도록 하지.”

“예.”

 

존은 일어나서 국왕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국왕이 내민 오른손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존과 국왕의 충성 서약을 보자 양측의 병사들은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용병들의 반란으로 벌어진 오 년간의 내전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10.14 13:18
* 이어지는 내용을 정리하고, chatGPT에게 글을 맡겨 봤습니다.

*
성벽 위로 뉘엿뉘엿 지는 노을이 마지막 빛을 흩뿌렸다.
붉은 기운이 서서히 도시를 덮어가는 가운데, 왕국의 성문 근처는 아직 하루의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좁은 골목에서, 백작은 떨리는 손으로 옷자락을 꽉 움켜잡고 있었다.
옆에서 허둥지둥하는 시종들은 백작의 마지막 지시를 받아 황급히 짐을 챙겼다.

“이걸로 충분할까…?”

백작은 가방 속에 쑤셔 넣은 금화 주머니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래, 이 정도면… 나가는 데는 문제 없겠지.”

몸을 부르르 떨며 시선을 돌린 백작은 성문을 멀리 바라봤다.
저곳을 지나기만 하면, 그는 자유였다. 왕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날 것이다.
그가 이곳을 벗어나면, 다시는 이 나라에 발을 들일 필요도 없을 터였다.
그러나 마음속 어딘가에서 뭔가 꺼림칙한 기운이 들이닥쳤다.
뭔가가 잘못될 것 같다는 예감. 그럼에도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안 돼. 그 녀석이 감히 나를 넘길 리가….’

공기마저도 탁하고 습한 그 저녁.
습기 찬 저녁 공기는 왠지 모르게 무겁게 느껴졌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서인지, 모든 것이 정체된 듯한 느낌이었다.
골목 구석구석, 어디선가 무언가가 쫓아올 것 같은 기운이 서서히 목을 조여왔다.
한참을 침묵 속에서 긴장하며 서 있던 백작은 손등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성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두 조용히.”

백작의 목소리가 긴장으로 살짝 떨렸다.
그의 뒤에는 몇몇 충직한 종들만이 남아 있었다.
다들 그를 떠날 구실을 찾고 있는 눈치였다.

성문은 예상대로 열려 있었다. 돈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멀리서는 경비병들이 빈둥대며 서 있었고, 그 누구도 의심하는 기색 없이 백작의 일행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의 발걸음이 성문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갈 때마다 마음속에 안도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끝났군.’

그러나 그 순간, 그의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가 있었다.

묵직한 존재감, 두건을 벗는 순간.
성문 앞의 경비병 옆에서, 검은 망토를 두른 남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백작은 숨을 죽였다.

‘이건 뭐지?’

남자의 걸음은 여유로웠다.
백작은 가슴 속에서 무언가 뜨겁게 뛰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지는 그 발소리가 그의 심장을 때리는 듯했다.
그 남자가 마침내 성문 바로 앞에 섰을 때, 조용히 두건을 벗었다.

백작은 숨이 턱 막혔다.

“존…?”

그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의 운명이 순식간에 결정되었다는 걸 깨달은 백작은 시선을 돌렸다.
그의 뒤에 있던 종들도 하나둘씩 도망치려 했으나,
이미 존의 동료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성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존의 얼굴에는 말없이 미소가 서려 있었다.

“왕이 약속을 지켰군.”

존은 한 손으로 백작의 어깨를 짚었다.
백작은 그 힘에 마치 땅에 꿇어앉을 듯이 몸을 움찔거렸다.

“여기서 도망칠 생각이었나?”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게가 있었다. 공기가 갑자기 차갑게 느껴졌다.
백작의 눈에는 혼란과 두려움만이 서려 있었다.

“나를… 살려주게.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 없지 않나? 모든 게 그저…”

존은 그 말을 듣고 짧게 웃었다. 웃음소리는 묵직한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 같았다.

“잘못한 게 없다? 그 급료도 못 받은 내 동료들이 잘못했다는 뜻인가?
 내 동료들이 그들의 피를 당신과 같은 자들 위해 흘렸는데, 돌아온 건 고작… 빈손.”

백작은 그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 하얗게 질렸다.

‘왕이… 날 팔았어.’

“이봐, 걱정 마라. 이제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서른 명의 내 동료들이 널 기다리고 있다.”

존은 다시 그의 어깨를 잡고 세게 끌어당겼다.
그의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힘은 거대한 짐승의 발톱 같았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백작은 그저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성벽 위로는 어느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지만, 백작의 온몸을 감싸는 땀과 두려움은 그 차가움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등골을 타고 흐르는 땀이 목덜미에서 허리까지 번져 나갔다.
발걸음마다 땅이 꺼질 듯 무겁게 느껴졌다.

존은 말을 아끼며 백작을 끌고 갔다.
성문을 나선 그 순간부터, 백작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버렸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서른 명의 용병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 불빛 하나 없는 어둠의 장막이었다.
그 어둠 속에서, 한 명씩, 각기 다른 무기를 손에 쥐고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은
얼어붙은 백작의 정신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제발... 제발 한 번만 살려줘..."

백작은 정신없이 발버둥쳤다.
존은 그를 비웃었다.

"용서받을 생각이었나? 처음부터 우린 그럴 생각도 없었지."

서른 명의 용병들이 차례로 다가와 백작을 끌어내렸을 때,
그제서야 백작은 자신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도, 부탁할 이도 없었다.
붉은 노을이 마침내 사라지고, 그 밤이 깔리면서,
서른 번의 칼날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왕은 약속을 지켰어. 하지만 그가 지킨 건 단지 목숨이 아니야.
 그의 권위는 이제 더 이상 빛나지 않아. 그 권위의 끝은, 오늘 여기서 시작된다.'

그 마지막 순간,
공기는 싸늘해졌고, 성벽 위의 별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며 어둠을 더 깊게 만들었다.


잘 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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