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장년이 좋아하는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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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2024.10.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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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뭔가를 밟고 넘어지고 부딪히는

우스꽝스러움이 반복되는 톰과 제리 식의 코미디를 좋아했습니다.

어리숙한 캐릭터가 슬랩스틱으로 펼치는 그 공연이

마치 저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참 즐거웠습니다.

사실, 그런 것 아니어도 웃음이 빵빵 터지던 시절이었죠.


정장 차림에 엄숙하게 앉아 진행하는 뉴스만 따분했을 뿐,

코미디도, 드라마도, 영화도 다 재미있었습니다.

일상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이 가득 담겨 있었으니까요.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예전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점점 식상해졌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유아용 프로그램,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좋아하는 어린이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그 프로그램들을 유치하다고 느껴서 멀리하게 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좋아하던 건데 말이에요.


혹시 코미디도 이런 구분이 있는 걸까요?

어린이가 좋아하는 코미디,

청소년이 좋아하는 코미디,

청년이 좋아하는 코미디,

중년과 장년이 좋아하는 코미디.


코미디를 하시는 분들이 이런 말씀을 하시곤 합니다.


어떤 직업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면

그쪽 사람들로부터 비판 전화를 많이 받아서 힘들다 보니,

결국 동물, 곤충, 혹은 비판을 덜 받을 것 같은

거지나 바보 같은 캐릭터로 한정짓게 된다고 말이죠.


이런 부분이 코미디의 소재를 제약하는 큰 원인이라고 하죠.

충분히 공감합니다. 소재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거죠.


한편으로는,

아래와 같은 '소재의 제약'이

중년과 장년이 코미디에서 멀어진 원인이 아닐까요.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의 시야가 넓어져서

중년과 장년이 되면 '사회와 국가,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게 되는데,

이런 고민에 대해 다루는 시사 코미디가 거의 없습니다.

코미디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눈을 감고, 함구해버리는 거죠.


유튜브는 물론이고 공중파 프로그램에서도

"여당, 야당 중 어디 당을 지지하느냐?"

"어떤 (정당의) 색을 좋아하느냐?"

"김건희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와 같은 질문이 나오면,

상대방은 머뭇거리며 얼른 답하지 못하고 회피해버립니다.

질문을 던진 사람도 상대방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웃고 넘기죠.


'자신의 정치적 소견'을 밝히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압박감 때문입니다.

자칫 '자신의 생각'을 내비췄다가는 생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거죠.

현실이 이러하니, 코미디에서도 정치 현실이나 권력자에 대해 말하지 못합니다.

이전에도 이런 문제로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압박의 정도가 다를 뿐이지,

한나라당부터 국민의힘까지 이 정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에는 항상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정권을 잡게 되면 '정치 코미디, 시사 코미디'는 실종됩니다.


결국 중년과 장년이 좋아할 수 있는 코미디의 한 축이 잘려나가는 셈이죠.

물론 남아 있는 축으로도 코미디를 할 수 있고, 재미있게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저학년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을 유치하다고 여기는 것처럼,

'충분한 재미를 담보할 수 있는 사회 비판과 권력자 비판'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슬랩스틱이나 소리 지르고 욕설하는 소재로 웃음을 이끌어내야만 하는 요즘의 현실이

참 안타까운 뿐이죠.

코미디언들이 왜 안 하고 싶겠습니까?

머리 좋고 기회만 되면 이쪽으로도 빵빵 터트릴 수 있는 분들인데.



끝.

댓글 2

마성의물방개님의 댓글

작성자 마성의물방개 (125.♡.111.84)
작성일 10.24 17:21
요즘은 언어 감수성 이야기가 많아서 어느 선을 지켜야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늘 고민됩니다.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10.24 17:31
@마성의물방개님에게 답글 개인적으로는 '조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인가'.. 이 정도를 판단 기준을 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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