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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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2024.10.25 15:21
분류 한페이지
70 조회
1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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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불안석.

굳이 꼭 저렇게 해야 하나.

몽둥이를 가져왔다.

땀을 한 바가지는 쏟은 것 같은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흠씬 두들겨 패는 게 무슨 운동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제 그만.. 하시죠?'

'아니야, 봐봐, 아직 멀었지.. 저 봐..'


한쪽 다리가 불편한 것인지 괴상하게 부들거린다.

아프다. 귓구멍을 막고 싶다.

고통으로 내지르는 것 같은 그 소리..


다시 몽둥이를 휘두른다.

충격에 견디다 못해 거칠게 구겨지고, 나사 몇 개가 튀어나온다.


'이제 좀..'

'아냐, 아직.. 망가지려면 아직..'


몽둥이를 힘껏 내리친다. 두 동강이 나며 부러지는 몽둥이.

모질게 내려치는데도 센서가 아직 살아 있는지 여전히 버둥거린다.


'충분하잖아요. 이 정도면..'

'그.. 그래?'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내려놓고는 땀을 닦는다.


'하아..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도 풀리고..'

'...'


어느 정도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지,

테스트라고는 하지만 로봇 개에게 몽둥이질하는 게 이거 아닌가.

높은 계단에서 굴려보고, 급하게 달려오던 자동차에도 받쳐 보고,

전기로 지지고, 굽고.. 다른 건 그래도 그런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지 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데, 우리가 하는 건.. 이건 그냥 고문 아닌가.


'너.. 너도 한 번 해봐? 이거 살아있는 것도 아니잖아.'

'저는..'


'그냥 자동 반응에 불과한 움직임들일 뿐인데, 뭐.'

'...'


그냥 옆에서 몇 가지만 체크해준다면 된다고 해서 덜컥 받았던 일자리,

아무래도 나는 이 일과는 맞지 않는 듯 하다.

한쪽은 까맣게 불이 나갔고, 잔뜩 찌그러진 남은 한 쪽 붉은 눈으로

나를 바라고는 저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끝.

댓글 2

팬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팬암 (119.♡.56.66)
작성일 10.25 20:26
왠지 오싹하네요... 생명이 없는 것들인데도..

demon님의 댓글

작성자 demon (211.♡.77.225)
작성일 10.26 21:56
어쩌면 우리는, 로봇들을 생명처럼 여길 준비가 이미 되어 있는 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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