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오늘의 한 단어 -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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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부대찌개를 싫어한다고요? 왜요?”
나는 김철수 씨의 말에 놀랐다.
부대찌개를 싫어한다니 이해할 수 없다.
덜 좋아하거나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 김철수는 싫어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이유를 설명했다.
“저는 부대찌개와 김치찌개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김치찌개의 하위 호환인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부대찌개는 다양한 햄이 들어있고 맛도 다르잖아요. 들어가는 김치의 양도 다르고요! 부대찌개에 김치는 맛을 내기 위해 적은 양만 들어갑니다!”
“예 저도 압니다. 차라리 김치가 전혀 안 들어가면 괜찮은데 어설프게 들어가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 취향이 그래요. 재료가 조금 어설프게 들어가면 좀 별로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취향은 다양하니까요.”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입맛은 다양하니까.
남의 취향을 가지고 좋니 싫니 판단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하지만.
“아니, 그래도 김치찌개에 햄을 넣는 것과 부대찌개에 햄을 넣는 건 조금….”
“저는 김치찌개에 햄을 넣는 것 또한 별로입니다. 참치도 별로고요. 꽁치도 싫습니다. 오로지 비계가 있는 돼지고기! 그것만이 정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취향이 너무 편협한 것 아닙니까?”
“생각해 보세요. 흰쌀밥이 있는 큰 대접에 김치찌개를 비벼야 한다면 어느쪽을 선택 하시겠습니까? 햄? 참치? 꽁치? 아니죠. 돼지고기 김치찌개입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밥에 비비고 김 가루를 살짝 뿌려서 먹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다른 것과 비교 할 수 없는 맛이 납니다.”
김철수의 설명이 짜증 나는 데 머릿속으로 상상이 됐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쌀밥에 두툼한 돼지고기가 푹 익어서 흐물흐물하고 뭉근하게 오래 끓여서 김치도 숟가락에 죽죽 찢어진다.
거기에 김 가루를 뿌리고 쓱싹쓱싹 비비면.
“츄릅! 아, 아니. 맛있는 거 인정합니다. 하지만 다른 재료가 들어간 김치찌개도 만만치 않은 맛을 냅니다. 다양하게 드셔 보세요.”
“다년간 여러 종류를 먹어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저는 무조건 돼지고기 김치찌개입니다.”
직장동료 김철수와 같이 외근을 나왔다.
출출해서 점심 메뉴를 정하려는데 부대찌개는 영 싫다고 하니 답답했다.
설득하려고 이야기하다가 내가 설득당했다.
그래서 사흘 내내 김치찌개는 싫은데 오늘도 단골집에 가서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어야겠다.
지겨운데 생각하니 입에 침이 고인다.
제기랄! 설득이 아니라 세뇌당했다.
벗님님의 댓글
하.. 슬슬 배고파지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위에 묵은지 김치찌개가 연상되고.. 이거 큰일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