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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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즈믄나래 211.♡.218.11
작성일 2024.11.30 21:25
분류 살아가요
8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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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새벽...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힘들게 뜬 눈에는 창문넘어로 먼동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힘들게 몸을 일으키고 이것 저것 챙겨 배낭에 넣고는 들쳐 메고 나섭니다. 11월에 차가운 대기가 저를 반기네요. 아직 남아 있던 잠의 기운은 차갑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날려 버렸습니다. 그렇게 등산화를 싣은 발걸음은 가벼워집니다.

  들머리에 들어 서자 서서히 가파라지는 오르막이 저를 맞이합니다. 다리는 무거워지고 몸은 금세 땀으로 범벅이 되네요. 어느새 시원했던 바람은 한 겨울 한파에 불어오는 바람처럼 차갑게 저를 에워쌉니다. 헐떡이는 숨은 새하얀 입김을 만들고는 그 입김은 대기에 퍼지듯 흩어집니다. 몸은 점점 무거워지지만 아직 올라야만 하는 산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아직 살아왔던 날보다 어쩌면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이 남은 저의 인생과도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인생과 같다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최선을 다해 힘들게 정상에 올라도 결국 언젠가는 그 곳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저에게도 산은 작은 인생이고 작은 삶이라 생각합니다. 굴곡진 삶처럼 산길은 어느곳이나 굴곡져 있으니깐요.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며 힘들어지지만 머리는 점점 맑아집니다. 머리에 떠돌던 잡념들은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엉켜있던 생각들도 하나 둘 퍼즐이 풀리듯 살마리는 풀려납니다. 몸은 힘들지만 머리는 맑아지는 이 상쾌함 때문에 저는 산을 찾는 것 같습니다. 산에 오르면 인생도 보이고 머리도 맑아집니다.

  저 멀리 정상이 보입니다. 이제 주변에 함께 오르는 이름 모를 많은 분들이 보입니다. 각자 어느 들머리에서 올라 왔는지 모르지만 지금 이렇게 한 곳을 보며 오르고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


  " 안전한 산행하세요. "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인사를 걷냅니다. 때로는 인사에 답해주고 떄로는 미소로 화답을 합니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저 멀리 한 곳을 보고 오르다는 그 공통점 하나로 하나가 됩니다. 이렇게 나이 성별 다 떠나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들이 하나가 될수 있다는 것은 산 아래에서는 생각할수도 없는 일이라 생각할수록 신기하고도 신기합니다.

  어느새 정상에 도착하여 어깨를 짖누르는 배낭을 내려 놓습니다. 마치 삶에 무게를 내려 놓은 듯 어깨는 가벼워집니다. 잠시 땀을 닦고는 주위를 둘려봅니다.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음꽃을 피며 도시락들의 먹고 있습니다. 산 아래 어느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 보기 힘든 얼굴들입니다. 여기 정상에서 만큼은 모두들 각자의 행복과 추억으로 즐거워합니다. 고생끝에 낙이라고 우리들 삶도 지치고 힘든 오르막 그 끝에는 지금처럼 함박웃음을 마음껏 지을수 있는 삶이었으면 합니다.

  저 또한 그러고 싶습니다.

  잠시 휴식을 뒤로 하고 다시 배낭을 들쳐 멥니다. 처음 오를 때 보다 훨 가벼워진 배낭이 저를 반기네요. 한껏 가벼워진 배낭에 여유로워진 발걸음으로 하산길에 들어 섭니다. 언제가 제 삶에 하산을 해야 할때가 되면 억울하거나 힘들거나 슬프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처럼 비워져 가벼워진 배낭이란 삶으로 인해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즐겁고 행복하며 여유롭고 안전한 하산길이었으면 합니다.

  비록 살아오는 길은 서툴었지만 마무리 만큼은 서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기에 저는 내일도 인생이란 오르막을 서툴지만 용기내어 힘차게 오르겠습니다.


  " 조심히 내려가세요. "


  잠시 걷다 지금 오르는 어느 이름 모를 분에게 낮즈막하게 인사를 듣습니다. 저 또한 반갑게 웃으며 " 조심히 오르세요. "라 대답하고는 왠지 모를 뿌듯한 마음으로 오르는 길도 내려가는 길에도 용기를 내어 봅니다.


댓글 4

demon님의 댓글

작성자 demon (112.♡.159.23)
작성일 12.02 10:06

즈믄나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즈믄나래 (60.♡.68.226)
작성일 12.02 12:51
@demon님에게 답글 감가합니나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12.♡.121.35)
작성일 12.02 11:19
어떤 이가 그랬던가요.
'목욕탕 만큼 평등한 곳은 없다.'

세상을 살아가며 각자의 격식과 각자의 의복으로 자신의 위치를 표하고,
높고 낮음, 시키는 자가 하는 자, 이런 여러 실타래들이 목욕탕 안으로 들어서면,
하나 하나 해체되어 결국, 본질만 남는다. 너와 나, 다름 없는 사람만 남는다.
진정 우리들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곳은 알몸의 목욕탕 뿐이다.

본질로 다가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거추장스러운 것들 모두 내던지고, 서로가 서로를 진정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렇게 옷을 모두 벗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즈믄나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즈믄나래 (60.♡.68.226)
작성일 12.02 12:56
@벗님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좋은 댓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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