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본다는 것..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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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4.♡.100.54
작성일 2024.06.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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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고 싶어하는 초년생의 글이다 보니, 부족함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 비판이나 지적은 조금 아픕니다. 새싹이나 보니 회초리는 감당하질 못합니다.
* 혹시 오탈자가 있으면 살포시 알려주세요, 얼른 수정하겠습니다.


// 본다는 것.. #1

무척 많이 울었다고 했다.
엉덩이를 수 차례 맞으며 울음을 터트린 나도,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나를 껴안고 있는 나의 부모님도.

세상은 소리와 냄새와 열기와 촉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간혹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나에게 세상을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데,
그렇게 묻는 이유를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불편하지 않았다.
가지고 있던 걸 잃은 게 아니라,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본다는 것 자체의 의미를 잘 모른다.

생각해보라.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있다가 잃어버렸다면 뭔가 불편함을 느끼겠지만,
지금 걸어다니는 게 불편하신가?
한 번도 날아보지 못했는데 그것이 그리우신가?
이와 비슷한 거다.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으니, 내게는 그런 아쉬움 같은 게 없다.
옆에 있는 사람들, 혹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안쓰럽게 말을 꺼낼 때에는
그저 맞장구만 쳐줄 뿐이지, 사실 내게 그런 상실감 같은 건 없다.

내 삶에 '본 다는 것의 의미'는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필요치 않을 것 같았는데,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던 그 병원에서 나의 삶이 180도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의사 선생님은 혹시 생길 지도 모를 부작용들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하셨다.
최종적으로 나와 부모님의 싸인을 끝으로 며칠 후 시술을 하게 되었다.
머리카락을 모두 짧게 잘랐다. 몇 미리 이상조차도 안된다고 하셨다.
처음으로 만져보는 민머리가 생경했다. 이랬었구나. 이런 느낌이었구나.

불과 몇 초가 흘렀을까, 모른다. 기억나지 않았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에는 나를 부르는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목이 많이 잠겼다, 많이 우셨나보다.
내 손을 잡아주셨다. 눈물이 몇 방울 내 손등에도 떨어졌다.

머리를 흔들어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는다.
뒷통수 언저리에 묵직한 무엇이 붙어 있었다.
허허허, 나는 인조인간, 말하자면 신인류가 된 거다.
최신 전투기의 조종사라던지, 다른 행성으로 탐사 여행을 떠나는 우주인들은
지구에서 가장 유능하고 신체 건강한 이들이 선발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신인류가 된 거다. 앞을 볼 수도 없는 내가 이 최고의 정점에 오르게 된 거다.

사람의 뇌는 그렇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귀가 예민해지거나 촉감이 예민해진다.
귀가 들리지 않으면 시각, 또 등 뒤에서 누가 다가오는지 느껴지는 그런 인기척,
이런 기운을 더 잘 느끼게 된다. 다른 부분들이 예민하게 발달하는 거다.

그렇게 평균을 맞춘다. 지금 살아 있는 이 생명이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나는 애초부터 볼 수가 없었으니 다른 부분들이 더 발달했다고 짐작한다.
이게 짐작인 게, 애초부터 가지고 있질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인지
나는 알 수가 없으니 그냥 짐작만 한다 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그 동안 만나왔던 여러 사람들이 나를 경계한다던가 하는 그런 느낌은 나도 잘 안다.
몇몇은 술잔을 기울이며 이렇게 말해줬다.
'넌 좀 무섭다'고, 내가? 내가 무섭단다.
무엇이 그들에게 그렇게 느끼게 했는지 나는 잘 모른다.
내가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게 혹시 그것 때문이었을까?

아, 얘기가 다른 쪽으로 새버렸는데,
그 뒷통수에 붙어있는 녀석에 대해 조금 얘기를 해줘야겠다.




// [연재] 본다는 것.. #2

https://damoang.net/writing/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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