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계절의 정원, 태화강 이야기 - 18. 명화속으로
알림
|
페이지 정보
작성일
2024.12.30 18:33
본문
정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오산못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쯤에 아담한 습지가 하나 있다.
메타세콰이어가 주변을 감싸고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지난 겨울,
이곳을 처음 발견했을 때
얼어붙은 습지 위로
자그마한 녹색의 철제 다리가 놓여 있었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 모네의 그림을 모티브로 조성된 정원이라는 안내판을 읽으며
봄을 기다렸다.
등나무 꽃이 흐드러지던 4월이 지나고,
수련 잎이 습지를 가득 채운 5월이 다 지나도록
기대했던 명화 속 풍경은 나타나지 않았다.
꽃 한 송이 보지 못한 채 계절이 저물어가나보다.
아쉬운 마음으로 저녁 노을을 등지고 걷던 중,
문득 온대 수련은 햇빛이 좋은 낮에만 꽃을 피운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태화강의 바람을 맞으며 겨울을 견딜 수 있으려면 온대 수련일 것이다.
다음날 아침,
한 송이 라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모네의 정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맑은 아침 햇살 속,
습지를 가득 메운 잎 사이로 수련 꽃 몇 송이가 투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계절이 거의 지나가는 즈음에서야,
놓칠 뻔했던 명화 속 장면을 가까스로 만났다.
목수국이 피어나는 여름이 시작되었다.
모네의 정원은 이제 수국의 파스텔톤으로
또 다른 한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댓글 2
팬암님의 댓글
목수국을 검색해보고 아~ 이꽃! 알게되었습니다. 옆집 정원에서 어느계절만 되면 피던데 이름이 목수국인건 처음 알았습니다.
벗님님의 댓글
그저 가로 지르는 도로의 풍경으로만 접했던 적이 있습니다.
내달리는 속도 만큼이나 감흥이 머무를 시간도 짧았었기에
슬쩍 보았다고 할 수 있을 수준도 되지 못합니다.
날이 좋을 때 한 번 날을 잡아 그 공간에 머무르고 싶습니다.
넘치도록 내 안에 담아내고 싶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