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계절의 정원, 태화강 이야기 - 20. 길이 안보인다고 없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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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01.0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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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억새 군락지 위로
바람이 지나가는 자리에
길이 생기더니
이제는 여기저기에 움푹 들어간 자리도 보인다.
처음엔 차가운 태화강 바람에 물억새들이 드러누운 줄 알았다.
뭔가 지나간 자리 같은데?
호기심에 이끌려 들여다 보다가,
앞을 가로막는 물억새를 옆으로 밀어내고 몇 걸음 내딛어보았다.
이런식으로 지나갔을 것 같지 않았다.
바닥을 보니 부드럽게 휩쓸고 지나간것 같았다.
자세를 최대한 바닥까지 낮추고 오리걸음으로 걸어보았다.
태화강 국가정원의 물억새 군락지에 동물들이 머물렀던 흔적들이 쌓여간다.
내 키보다 한참 큰 물억새 옆으로 지나다닐 때에는 이런 변화를 미처 알아채지 못했었다.
강을 건너려고 십리대밭교에 올라서고 나서야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길이 안보인다고 없는게 아니다.
멀리서 보면 보인다.
댓글 2
벗님님의 댓글
관심이 없을 때에는 있는 것도 없고, 존재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만이, 손으로 만져지는 것만이.
너도 그랬다.
나를 바라보던, 내게 말을 건내던 그 날부터 나에게 있었고,
나의 온갖 관심을, 나의 모든 사랑을 독차지했었지.
언제였을까, 네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건.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하지 않는 어떤 여인을 그리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슬픔의 흔적을 무심하게 들여다보게 된 건.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