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계절의 정원, 태화강 이야기 - 23. 눈으로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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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01.0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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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 아래,
조그맣고 빨간 열매들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다.
볼수록 예쁘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주변에는 비둘기들이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왜 이 열매들은 먹지 않을까?
맛이 없나?
지난 가을, 한 외국인 관람객이 이 열매를 만지작거리면서 나에게 물었다.
“이건 무슨 열매인가요? 먹을 수 있나요?”
함께 온 일행이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그거 먹으면 죽어요. 독이 있어요.”
그 말에 머뭇거리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눈으로만 감상해 주세요.”
그때는 웃으면서 지나갔는데,
지금 보니 새들이 외면하는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겠다 싶다.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늦은 저녁 남몰래 보쌈을 하고픈 것도 있고,
손끝 닿기 부끄러워 몇 센치미터 앞에서 머뭇거리는 것도 있고,
성큼 입 안에 넣고 달큼함에 한없이 눈커풀이 녹아내리는 것도 있다
음미하는 법도 다르고, 느끼는 바도 다르다.
일찍 취해 일찍 떠나버리는 것도 있고,
느낀 것인가 싶어 한 참은 상기해봐도 좀처럼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것도 있다.
애닳아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머무르는 것이 좋은 것인지
무엇이 더한 것이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