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끔] 쉽게 쓰여지는 글에 대한 반성 (펌글)

알림
|
X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젊은친구 222.♡.105.175
작성일 2025.01.14 09:10
분류 글쓰기
59 조회
2 추천

본문


요즘은 뻔한 내용을 적당히 포장해 읊조리는 책들이 많다. 중장년이라면 자연스레 체득하게 되는 수준의 각성을 중요한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설파하거나, 특정 주제의 전문가가 아니면서 다른 학위의 후광을 업어 과분한 발언권을 발휘하거나, 가벼운 에세이집이나 써야 할 수준의 통찰에 지나친 무게감을 얹으려는 모습 등등.


그런 글들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결여된 것은 진리와 진실을 향한 저자의 순수한 열정과 도전의식, 그리고 인류와 자신의 무지에 대한 회의와 반성이다. 그러다 보니 내면의 고통과 혼란을 극복하는 치열함과 통렬함이 없고, 독자의 지성과 감성을 건드리는 과감함도 없으며, 그저 해당 책의 독자층이라면 대충 알고 있을 준상식적 세계관을 반복, 확인시키는 차원에 머문다.


어쩌면 작가 본인들은 이미 거친 내면의 과정일 수 있지만, 그것이 저작을 통해 농밀하게 와닿는 경우는 (특히 우리나라 책에서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주제가 인문학이든 과학이든, 이런 마음 편한 책들은 ’ 좋은 생각‘ 같은 류와 별다를 것이 없다. 읽으나마나 상관없지만 읽으면 조금 따뜻한 느낌, 아, 내 생각이 맞는 거지, 류의 안도감을 얻게 되니까. 간혹 아, 저렇게 생각해도 되겠구나 같은 잔잔한 자극 정도 받으면서.


그게 뭐 나쁠 거야 있겠냐마는, 사회에서 나름 지명도와 지지층을 가진 학자나 전문가, 작가의 역할은 아니다. 스스로와 독자를 지적, 감성적 도전의 자리에 내몰고 흔들어대는 노력이 없다면, 그리하여 그것을 통해 무엇이 파괴되고 생성되는지를 시험해 보지 않는다면, 결국 무한한 동어반복과 자기 표절로 안착하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 작가도 독자도 함께 편하기만 한.


by Pato(원종우)님 페북글에서 인용


댓글 2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12.♡.121.35)
작성일 어제 09:44
과연 '혼불'과 같은 책을 쓸 수 있을까? 제 생애에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금자탑에 다다른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저 감탄만 절로 나올 뿐, 무엇 하나 하질 못합니다.
부족함을 절감하면서도, 이 정도, 그저 말을 건낼 수 있는 수준 정도에서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겨우 넘어지지 않을 걸음마 정도이지만,
그래도 걷고 싶은 의욕에 말이죠.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어디가니님의 댓글

작성자 어디가니 (123.♡.192.165)
작성일 어제 15:22
저자의 입장에서 뜨끔할 수 있는 글이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글의 완성도는 그저 복불복이며, 자신의 취향을 찾는 여정의 한 요소일 뿐일 거 같습니다. 많은 이가 찬사하는 글이 내 눈에는 방지턱 많은 길처럼 읽히고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 있고 그 반대 역시 드문 일은 아닐 겁니다. 독자는 그저 노력하는 작가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이 책, 저 책을 넘나들며 보물 찾기를 즐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쓰여지는 글'에 너무 마음 두지 마시길. 쉬운 하루도 있어야 매콤한 인생을 견딜 힘이 생기니까요.
홈으로 전체메뉴 마이메뉴 새글/새댓글
전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