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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가지 이야기' 중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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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2025.02.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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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가 정말 있는 걸까?"


벌써 몇 번인지 셀 수도 없다.

앞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되돌아오고, 또 다시 되돌아오고.

입구에서 그는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찾아보시면 어렵지 않게 빠져나오실 수 있을 거에요.

 보통 한 시간 정도.."


도대체 어떻게 이 복잡한 미로를 한 시간 안에 통과할 수 있다는 거지.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수도 없이 많이 돌아봤지만.. 구분이 되지 않는다.

미로를 탈출하는 지극히 단순한 방법이 있다.

갈림길을 만나면 무조건 한 방향으로, 예를 들어, 끝까지 왼쪽으로 가던지,

혹은, 오른 쪽으로 가던지.. 이렇게 하면 무조건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그렇게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분명 그 파훼법이 존재하는데.. 여기서는 그게 안 통한다.

그게 맞았다면 진작 나는 여기를 빠져나갔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나는 여기를 헤매고 있지 않은가. 뭔가 다르다, 뭔가.


이런 방법으로는 도저히 여기를 빠져나갈 수 없다.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

표시. 그래, 표시를 하자. 내가 지나간 경로를 표시를 해두자.

빵부스러기라도 흘려야 파랑새를 찾을 수 있을 거 아닌가.

운영하시는 분에게는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이제 나도 한계란 말이다.


그렇게 미로의 벽면에 작게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주머니에서 꺼낸 금속성의 열쇠, 허리 높이 만큼의 미로 벽을 조금씩 긁었다.

혹시 CCTV에 이런 훼손 사실이 들킬까 싶어 슬쩍 슬쩍 눈치를 살폈다.


한 시간 즈음이 흐른 어느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내 열쇠는 벽에서 긁어낸 가루가 잔뜩 묻어 있는데,

왜?

왜.. 벽에 긁힌 흔적이 없지?



// '14가지 이야기'를 써봅시다.

https://damoang.net/writing/334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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