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가지 이야기' 중 이야기 #3..
페이지 정보

본문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들의 눈빛에 의아함이 가득이다.
누가 물어본건가.. 라는 태도로 서로를 둘러본다.
용기를 내 던진 내 말이 공중에서 희미하게 사라진다.
힘을 주어 주먹을 불끈 쥐어보지만, 이내 풀리고 만다.
예상은 했었다.
저들 안에 쉽게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건.
단단히 잠긴 철문, 차갑게 둘러싸인 저들의 벽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건,
처음부터 각오는 하고 있었다.
못해도 십수 년 이상은 끈끈하게 지내던 그들에게
나는 그저 떠돌이 이방인 아닌가.
내게 작은 공간 하나 내어줄 턱이 없지.
"방금 뭐.. 라고 했어요?"
그들 중 한 명이 궁금했는지 내게 묻는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함께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닙니다."
"아.. 그러니까, 우리와 함께하고 싶다?"
마음속에서는 벌써 '네'라고 답을 했지만, 내 몸뚱이는 여전히 굳어 있었다.
그가 다시 말을 붙였다.
"왜? 우리랑 어울리고는 싶은데, 그렇다고 완전히는 아니고..?"
그가 성큼 다가와 입술을 벌리고 목구멍 속으로 기어들어 온다.
그의 몸이 기이하게 늘어난다. 끈적이는 검은 액체처럼 기도를 타고 들어오는 그.
"대답해 봐요. 우리가 좋아, 아니면 싫어?"
뱃속으로 들어온 그가 불규칙하게 뛰는 내 심장을 움켜쥔다.
"말을 해봐, 아까 들어오고 싶다며?"
꿈틀거리던 내 심장이 이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붉은 피를 쏟아내며 터져버린다.
"나를 받아줘요. 함께..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가 미간을 찌푸린다.
재밌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집게손가락을 까닥까닥하며 나를 부른다.
그에게 한 걸음씩 다가간다.
그가 다시 내 입을 벌리고 목구멍 속으로 기어들어 오기 시작한다.
// '14가지 이야기'를 써봅시다.
https://damoang.net/writing/3346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