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가지 이야기' 중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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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산 같이 쌓여있는 모래 알갱이가 작은 통로로 엷은 선을 그으며 떨어진다.
"주저할 시간이 없어요. 정신, 정신 차려야지?"
'몇 분이나 여유가 있을까?
기껏해야 30분, 아니, 저 작은 크기를 보면 10분을 채 버틸 수 있을까?'
손을 떨린다. 주먹을 꽉 움켜쥔다.
'안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이 문제, 당장 이 문제를 풀어야 해.'
한 뭉치는 되어 보이는 종이, 빼곡한 글과 숫자가 눈을 어지럽힌다.
'분명 이 안에 답이 있다. 이 안에.'
집중해서 몇 페이지를 빠르게 읽어봤지만, 답을 끌어낼 힌트 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
아무 의미 없이 펼쳐질 듯 단어와 숫자들이 번갈아 가며 쓰여 있다.
'할 수 있어, 찾을 수 있어.'
"흠.. 몇 분 남지 않았나 본데.. 흠.. 어쩌지?"
내 사정이 아니라는 듯, 모래시계에 얼마 남지 않은 모래를 심드렁하게 지켜보는 그.
"알죠? 이거 다 떨어지면 게임 아웃이라는 거. 준비는 됐죠?"
"아.. 알았으니까, 조용히 좀 해요!"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눼.. 그래요."
벌써 열 번도 넘게 처음부터 끝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넘겨봤지만,
도무지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무엇이 담겨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여기.. 답이 있긴 한 걸까?'
"어.. 거의.. 끝나가네.."
'답이.. 없다. 처음부터 답 자체가 없는 게 아니었을까? 이건 그저 시간을 보내는..'
나는 그가 바라보고 있는 책상 위의 모래시계를 성큼 집어 들고는 바닥에 내던졌다.
모래시계는 퍽 하고 유리가 깨졌고 그 안에 모래가 쏟아졌다.
"시.. 시간. 이제.. 멈췄어!"
// '14가지 이야기'를 써봅시다.
https://damoang.net/writing/3346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