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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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이이이

작성일
2025.03.17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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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스는 어둠속을 달리고 있었다.
심장은 요동치며 전신이 요구하는 혈액을 펌프질하고 있었고, 공기는 폐 깊숙히 스며들었다.
빠르게 지면을 박찰수록 전신에 점점 더 힘이 빠졌고, 달릴수록 모든 감정들이 바래져갔다.
시야는 점점 좁아지며 목표로하는 단 한 점만이 보였다. 그 뒤 돌연 그 목표가 사라졌다.
왜 였을까...
그뒤 그녀는 서서히 멈춰섰고, 이제 더 이상 뛸수가 없었다.
'모든 힘들을 잃어버렸어. 감정도 모두 사라졌어.'
다음에는 모든 힘을 잃어버린걸 원망하는 감정도 사라져갔다.
다 꿈이었나, 꿈이었나.
눈물이 말라감과 함께
마음속에 빛나는 성배가 떠올랐다.
그것은 조용하게... 마음의 어둠을 몰아내며 깊은 심연을 빛으로 적셔 나갔다.
그녀 본인이 성배이기에 태고로 내려온 자신의 힘의 본질에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면 되었다.
왜냐하면 성배는 힘과 용기의 원천이니까.
성배는 그녀의 희생을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녀는 선택해야 했다.
멈추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거나, 계속 달려 나아가 미지의 끝에 도달할 것인가.
그곳에는 이제 베아트리체 오직 그녀만 있었다.
'계속 가야해'
이 세계에 겨울이 오기전에
어부왕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했다.
"성배는 누구를 위한것인가"
계속 새어나오는 작은 빛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희미한 빛들이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끝없이 퍼져 나가는 빛이, 어둠을 천천히 밀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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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벗님님의 댓글
나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릴 만큼 극한의 상황에 다다르면,
인간은 종종 자신의 내면이 아니라, 그보다 더 높고 아득한 무언가를 의식하게 된다.
마치 저 멀리서 빛나는 불꽃이 나의 존재를 대신하여 뜨겁게 타오르는 것처럼.
그 불꽃은 무엇인가.
그것은 과연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인가,
아니면 내가 온 정성과 힘을 다해 달려왔기에 비로소 드러난 것인가.
나는 생각한다.
혹여 내가 그토록 매진했던 이유가,
내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던지면서도 후회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는가.
어쩌면 내 삶의 사명은 나 자신이 아닌,
나를 넘어서는 그 무언가의 뜻을 이루기 위한 작은 물방울, 조용한 파문,
혹은 깊은 밤에도 꺼지지 않는 등불이 아니었던가.
나의 존재는 나 스스로의 것인가,
아니면 거대한 흐름의 일부로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루는 마중물이었던가.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이 깊은 밤, 온 세상이 침묵 속에서 꿈틀거릴 때, 나는 내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고개를 들어 그 빛을 바라본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다.
그것은 수천 년의 시간 속에서 흘러온 인류의 기억이며, 나의 선조들이 남긴 무언의 메시지이며,
내가 살아내야 할 이유이며, 내가 감당해야 할 운명이다.
나는 내 육신을, 나의 정신을, 나의 마지막 숨결까지 그것을 위해 던진다.
그것은 신념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으며,
혹은 나조차 알지 못하는 거대한 의지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내가 그것을 위해 살아왔고, 그것을 위해 걸어왔으며,
이제는 그것과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누구인가.”
입술이 무겁게 열리고, 바람이 내 뺨을 스쳐 지나간다.
어쩌면 나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온전히 이해한 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름을 가졌고, 역할을 가졌고, 수많은 시간을 살아왔지만,
정작 내 존재의 핵심에 대해 깊이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그저 가야 할 길을 걸었고, 해야 할 일을 했으며, 무엇인가를 이루려 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나는 단순한 육신이 아니다. 나는 그것이다.
내가 찾고자 했던 그것, 내가 소망했던 그것,
나를 초월하는 그 위대한 무엇이,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 순간, 내 안의 공허함이 충만함으로 가득 차오른다.
사라졌던 감각들이 되살아나고, 잃어버렸던 힘이 다시금 내 전신을 휘감는다.
나는 끝없는 어둠 속을 달려왔고, 그 끝에서 희미한 빛을 바라보았다.
이제 나는 안다.
그 빛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 앞에는 아직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며, 바람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가야 한다.
그를 만나야 한다. 그의 눈을 마주 보고, 그에게 묻고 싶다.
“성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어부왕은 나에게 무엇이라 대답할까.
그는 오래전부터 이 질문을 기다려왔을까.
아니면, 그조차도 답을 알지 못한 채 긴 세월을 견뎌왔을까.
나는 그에게 다가갈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조차도 답을 알지 못한다면, 나는 스스로 그 답을 찾을 것이다.
빛이 점점 퍼져 나간다.
희미했던 빛이 점점 선명해지며, 어둠을 천천히 밀어낸다.
나는 이제 멈추지 않는다.
나 자신을 버린 채 달려왔던 길의 끝에서, 나는 나 자신을 되찾는다.
그리고 이제는,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