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단입니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현이이이

작성일
2025.03.20 08:40
본문
"이단이군..."
미리엘 신부가 조용하게 혼잣말로 말했다.
"또 이단이에요?"
앞으로 또 뭔 일을 시킬지 아는듯한 회의감 가득찬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그는 혼잣말이 들렸다는걸 눈치채고 헛기침을 하며 서류를 다음장으로 넘겼다.
"아니 트릭스 수녀, 새 임무가 생긴거같네"
"이번에도 자네와 아니무스가 필요해"
지난번 아르테미아 행성에서의 마지막 피날레가 회상되었다.
이스카리옷을 제압하고선 탈출을 제 때 못한건 본인 잘못이었으나.
빗발치는 행성 포격속에서 폐 건물안에서 무려 3시간동안 최대 출력으로 쉴드를 치고선 아니무스랑 쳐박혀 있었지...
수백발의 오비탈 퍼니셔 폭격 앞에 작은 폐 건물의 철근 콘크리트벽은 종이나 다름 없었지만, 그래도 엄폐에 도움이 되었는지 이렇게 살아있었다.
동시에 주께 일이 잘못되지 않게 해달라고 빌면서...
"우리는 주의 심판자며, 영혼만 구원 받는다면 생명쯤은 주께 바치는게 맞네"
미리엘 신부는 그녀의 태도에 눈치를 보며
이미 다 안다는 듯한 뉘앙스로 말을 시작했다.
"위치는, 화성 8구역 엘리시움 평원..."
"이들은 마니교적 이원론 사고를 하는듯 보인다네"
"3위일체가 아닌 4위일체의 멤버로 신의 힘에 사탄을 영입하고 그것을 숭배하는거 같은데, 자세한건 천천히 알려주지."
그녀는 아니무스라는 여성 영혼 내면의 무의식의 남성상을 소환해서 현신이 가능했고
'그리스도의 진리회' 의 성결 심판소에 집행자로 활동중이었다.
=======================
조지마틴 십자가와 용의길 베끼기, 연습 재미로요~
0명
추천인 목록보기
댓글 3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작성일
03.20 10:55
@현이이이님에게 답글
'말귀 잘 알아듣는 글을 잘 쓰는 조수'에게 일을 맡기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
벗님님의 댓글
완전무결한 신이 아니라,
그 위에 사탄을 덧씌워 더욱 강력한 힘,
더욱 많은 권력을 소유하려는 그 욕심, 그 욕망.
이곳에 오기까지의 길,
그들이 지나온 시간들은 마치 시간이 녹아내린 진흙처럼,
이제 그저 흐릿하고 침침한 추억의 물결 속에서 떠오를 뿐이었다.
비록 그들이 떠나가야 할 길이라 해도,
그들의 마음속에서 갈라진 틈은 여전히 쉽게 아물지 않았다.
그 욕망은 뼛속까지 스며들었고, 그 끝에 놓인 결말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욕망이란, 결국 인간을 그릇되게 만든다..."
미리엘 신부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녀의 목소리는,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바람처럼 공간을 채웠다.
"그릇된 사고는 그릇된 행동을 불러오고,
결국 그것이 붕괴되는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지."
그녀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며,
책상 위에 놓인 도구들을 하나하나 챙기고 있었다.
작은 칼날이, 작은 열쇠가,
그리고 한 장의 고딕 스타일로 빛나는 종이가 수녀의 손에 쥐어졌다.
그녀는 그 도구들이 모두 끝없는 결말을 향한 작은 증거임을 알았다.
트릭스 수녀는 신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무거운 공기는,
마치 오래된 종이처럼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며, 그 길 위에서 그동안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다.
"저도... 한때는 알았던 것 같아요.
너무나 순수하고 맑은 신의 의도를..."
수녀는 그동안 숨겨왔던 마음을 꺼내듯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의 의도는 언제나 인간의 바람과는 다르게 움직였죠.
그렇게 우리는 그 신의 의도를 지키기 위해,
의도하지 않게 점차 그 길을 잃어갔고, 결국 다른 길로 향하게 되었어요."
"음.. 자네는 왜 이 길을 걷게 되었는가?"
미리엘 신부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맑았으나,
그 눈빛 속에는 몇 겹의 슬픔이 겹쳐 있었다.
오래도록 품고 있었던 질문이었다.
트릭스 수녀는 한참 동안 말없이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 눈앞에 펼쳐진 붉은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바람은 더욱 차갑고, 공기는 한층 무겁게 다가왔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끝에서 느껴지는 칼날의 무게를 고요히 음미했다.
"나는..."
수녀의 목소리는 마치 천 년을 지나온 고백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어렸을 적, 신은 나에게 가장 큰 위로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 신에게 배신당했다고 느꼈습니다.
그 신이 나를 버린 것 같았고,
그 순간부터 나는 그 신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썼죠.
아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욕망을,
그 갈망을."
그녀는 잠시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미리엘 신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이제 어느새 비워진 듯, 그 무엇도 담을 수 없는 공허함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눈빛은 그동안 지나온 모든 길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알게 되었어요.
그 욕망이 결국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는 것을."
수녀는 작은 웃음을 지으며, 속삭였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그 길은 이미 너무 멀리 왔고, 돌아설 수 없다는 걸."
미리엘 신부는 그 말을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어깨를 조금 움츠리며, 수녀에게 엷은 미소를 띄웠다.
그 미소 속에는 슬픔과 애통함이 묻어 있었다.
한때 함께 걸었던 길, 함께 기도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이제 그 모든 것은 끝나버렸다. 그들은 선택을 해야 했다.
"그 길 끝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저 우리는 알아야만 하지."
미리엘 신부는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그 안에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수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미소에 응답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이미 정해져 있겠죠."
그 말은 이제 그저 예언처럼 느껴졌다.
그들이 걸어갈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그저 가는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다시 도구들을 챙기며,
각자의 마음속에 묵묵히 잠들어 있는 의무와 책임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한 번 더 바라보며, 이제 마지막을 준비했다.
그 순간, 미리엘 신부의 손끝에 차갑게 흐르는 빛이 스치듯,
세상의 모든 숨결이 멈춘 듯했다.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