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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응급구조대 플래티넘_미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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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이이이
작성일 2025.03.24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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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조회
1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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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응급구조대 플래티넘_미닛

장기 이송팀, 혈액 이송.

죽음과 탄생이 동시에 교차하는 우로보로스의 세계.


슬퍼할 시간조차 없다.

그녀의 마지막 유품을 다음 생명에게로.


이 모든 것이 부조리하고, 무의미하며,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해도—

우리는 다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을까?

뛰어갈 수 있을까?


무한을 견뎌낼 시지프스가 될 용기는 있는가.

이제, 가슴속에 사랑은 남아 있는가.


좀 더 빠르게








"울지마 너의 잘못이 아니잖아..."

"..."


“내가 좀 만 더 서둘렀으면…”


그녀는 죄책감에 조용하게 흐느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부서에서 일하며 살면, 매일되는 사람들의 죽음과, 그 과정에 이르는 혹독한 삶의 조건, 비극들을 보면 점점 세상의 색깔이 사라져간다.

행위에 충분하게 납득이가는 사회의 조용한 폭력과 비참한 삶의 조건들.

그냥 운명의 룰렛 이었을뿐, 나 또한 이런 삶을 부여받았으면 아마도 똑같이 되었으리라.

가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람들을 구하는게 이유가 있을까?

어짜피 언젠가 다들 죽을텐데.

자살을 위해 투신하여 한강에 빠지고도 사람의 무의식중 파충류의 뇌와 본능들은 살려고 한다.


수많은 자기의 바다속에 의식은 겨우 빙산의 일각이다.


분화된 의식속에 한순간 자살이라는 가장 큰 결정을 내렸음에도 그보다 더 거대한 무의식과,


무한에 가까운 집단 무의식은 언제나 영혼에 외친다.


‘살라고. 다 잘될꺼라고.’



심 정지후 뇌사 시작까지 4 분, 플래티넘 미닛에 적절한 심폐소생술을 제공하는건 한정된 시간 만큼이나 촉박하고, 어려운일이다.


과다 출혈자의 혈액 수혈은 30분, 뇌졸증은 3시간 정도가 주어진다.

그녀는 특별하다. 뉴럴 커넥트 수술자. 슈트를 운용할땐 말 그대로 초인(超人). 서울내 반경을 10분안에 주파할 능력을 지녔지만.

그 가능성이 오히려 그녀의 영혼을 좀 먹는게 아닐까.


모순되게도, 그 누구도 이런 고통받는 비참한 삶을 원하지 않을꺼야.

"거기서 계속 쭈그리고 있을꺼야?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줄께"

그녀의 휠체어를 꺼내며 말했다.

"고마워."



손잡이를 밀며 언제나 처럼의 도보 길을 따라 걸어갔다.


머리카락 사이로 목 뒤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거대한 흉터와 인터페이스.

전자 커넥터들이 빛을 받아 작게 반짝였다.


그녀는 외부에 나올때면 늘 머리를 풀어 흉터를 가렸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지만, 스스로 흉측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설령 타인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해도.




“가끔은… 너무 지쳐." 그녀가 낮게 말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기다렸다.

"내가 구한 사람들, 그중 일부는 다시 같은 선택을 하기도 해."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막아도 소용이 없었어. 그럴 때마다 생각이 들어. 내가 이걸 계속해야 하는 걸까 구조가, 정말로 의미가 있는 걸까?"

"나는 루게릭병에 걸린뒤, 내 죽음 앞에 정말 살고싶었어..."

그녀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이 조금씩 녹아 손끝을 적셨다.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지끈 깨물었다

"그래도, 그녀도 그 순간만큼은 살고 싶어하는 게 보였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아니었으면, 그 순간조차 없었을 거야. 네가 있었기에 누군가는 다시 살아볼 기회를 얻은 거고."


"프로파일링중이니 나중에 필요한 정보는 알려줄께 너무 슬퍼하지마."

"그래."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그녀가 아이스크림을 한입 더 베어 물었다.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구구크러스터가 역시 최고야."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하하, 너 도대체 몇살이야!~”

그녀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캐러멜이 이게 최고라고, 흠~ 가자, 센터 사람들이랑 시아가 쉬프트 기다리겠다."


"아이스크림들 안녹게 넣어줘봐."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뒷모습이 조금은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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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03.24 11:05
‘마왕의 고스트스테이션’에서 신해철이 이런 사연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자신은 의사인데, 환자들을 수술하고 치유하는 그 과정에서 종종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답니다.
내가 타인의 생명을 좌우할 권한이 있는가,
내가 저 사람들을 살리고, 죽이고 하는 메스를 들고 있는 게 과연 이게 신이 나에게 부여한 그런 것일까.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깊은 고민이 담긴 사연이었습니다.
생사여탈권 같은 것을 자신이 행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온전하게 자신에게 몸을 맡기는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한 사람의 고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겁이 납니다.
타인의 생명에 조금이라도 관여를 하게 된다는게,
측은지심인지, 타인이 고통을 당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으니, 그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게 하고픈 마음이 있지만,
그것이 생사를 오고가는 그런 순간의 의술.. 저는 그런 것 까지는 못할 것 같거든요.
써주신 글을 읽으며 문득 위의 사연이 생각나게 되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현이이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현이이이
작성일 03.24 11:46
@벗님님에게 답글 "최선을 다한다" 로는 해결되지 않는 결과의 딜레마가 생기면 참 슬플꺼 같습니다. ㅠ 나쁜 의사라고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마왕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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