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이지] 사실 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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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벗님

작성일
2025.03.28 15:28
분류
한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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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감추고 싶지만, 사실 겁이 많다.
겁이 나니까
더 크게 어깨도 펴고, 목소리도 굵게 내려고 하는 거지.
작은 강아지들이 왜 매섭게 짓는지 아는가,
겁이 나서 그런 거다, 겁이 나니까.
다가오지 말라고, 얼른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조금이라고 가까이 오면 물어버리겠다고.
자신보다 덩치가 크든 작든 그런 건 상관하지도 않는다.
그저 무서울 뿐이지, 어떻게든 버티고 싶으니까.
나를 모르는 이들은 나를 보면 겁이 없는 것 같다고 한다.
태연하다고, 긴장도 하지 않는다고, 이런 경험이 있었냐고.
그럴 리가 있나,
감추는 거지, 숨기는 거지.
내 두려움이 다른 이들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그래서 맨 앞에 선다.
맨 앞에 서면 두려울 게 없다.
내가 나아가는 속도에 맞춰 길이 열린다.
내 두려움을 내가 섰던 곳에 내려놓고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두렵지 않은 것처럼, 겁이 없는 것처럼.
하지만,
내 두려움은 매번 내 그림자를 따라온다.
어쩌면 홀로 될지도 몰라.
어쩌면 홀로 서 있게 될지도 몰라.
뒤를 돌아보고,
또 뒤를 돌아보고.
어느 날부터인가 이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내 두려움은 나를 두고 이제 다른 이에게 건너간 것일까.
이제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안다.
뜨거운 온기,
뜨거운 열기.
우리가 함께 있음을,
우리가 함께 앞으로 나아감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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