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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잡일전문가 118.♡.216.4
작성일 2024.06.19 13:54
분류 한페이지
145 조회
1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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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일본행 결정이 됐을 땐 막연히 빨리 가고 싶었다.
하지만 떠나야 할 날이 다가올 수록 점차 눈에 밟히는 것이 많아졌다.
내가 살던 이 집, 이 동네,
그리고 언제나 지저분한 시장통.
떠나는 날이 열흘 남았을 때 부터는 부지런히 담았다.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고.
저 낡은 전신주 조차도 마음속에 담아두려고.

떠나는 날 아침은 모든게 낯설게 보였다.
앞으로 못 볼 생각을 하니 왠지 내가 지금껏 봐오던 풍경이 더욱 차갑게 보였다.
그래봤자 옆 나라인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낯설까.

일본의 새 집에 도착했다.
가구도, 전등도 없는 낯선 집에서
그냥 멍하니 앉아서 한동안 앉아있었다.
이제부터 여기가 내 보금자리라 생각하니
조금 따뜻해진 것 같다.

하지만 10년이 지났어도
내 눈에는 한국에서 떠나기 열흘 전부터 담아둔 풍경이
아직 아른거린다.



어느덧 일본에 온지가 십 년…

아직도 떠나던 날이 자주 생각납니다.

주변 모든 것이 왜이리 슬프게 보이던지.


생각보다 한국에 자주 가긴 하지만(올해도 벌써 2번 갔고, 담달에도 또 한 번….)

살던 동네에는 안가네요.

거기에 집도 없고, 가족도 없으니.


댓글 4

포크커틀릿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포크커틀릿 (223.♡.202.232)
작성일 06.19 16:35
진한 노스탤지어가 느껴집니다

잡일전문가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잡일전문가 (118.♡.216.4)
작성일 06.19 16:41
@포크커틀릿님에게 답글 제 진정한 노스텔지어는...

순대...

찜통을 열고 비닐을 뒤집으면 화악 밀려나오는 그 수증기
그리고 순대와 내장의 그 퀴퀴한 것 같으면서도 맛있는 냄새.

아주머니가 한 줄 길게 잡아서 칼로 자르고
도마에서 슥슥 잘라내
목장갑 낀 손으로 집어 비닐봉투에 한움쿰 넣고도
약간 모자란지
조금 더 꺼내서 썰어넣고

아직도 뜨겁게 김이 올라오는 간과 허파를 얇게 잘라서 마저 비닐에 넣고

입구를 꽁꽁 싸매서

붉은 색의 양념소금과 함께 다시 검은 봉지에 넣어서 건네주는

그 순대가 그렇게 그립습니다.



한국 갈 때 지인들에게 한국 간다고 말하면 '먹고싶은거 있어?' 라고 물어보는데

언제나 제 대답은

'순대'

입니다.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6.19 16:49
@잡일전문가님에게 답글 다행히 겹치지는 않네요. 저는 '간'을 좋아합니다. ^^;

잡일전문가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잡일전문가 (118.♡.101.64)
작성일 06.19 23:54
@벗님님에게 답글 간도 좋아하죠. 전 허파를 안좋아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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