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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페이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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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2024.06.19 16:31
분류 한페이지
65 조회
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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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더 갈색으로.
- 네, 변경되었습니다.

아니다, 저 색깔이 아니다.

- 조금 더 갈색, 아, 짙은 회색을 조금 섞어줘.
- 네, 변경되었습니다.

연한 갈색에서 조금씩 짙은 갈색으로, 회색이 조금 더 섞여 들었다.
비슷하긴 한데, 미묘하게 다르다.

- 음, 회색을 조금 검게 해줘, 그리고 조금 더 투명했으면 좋겠어.
- 네, 변경되었습니다.

미리 전달된 사진과 영상을 통해 색이 발현된 것이었지만, 여전히 맞지 않다.
내 아이의 눈동자는 저런 색깔이 아니다. 저렇지 않다.

옆에서 조용히 나를 지켜보던 직원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 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맞춰 보겠습니다.
- 네.. 계속 변경해 보는데 내가 아는 그 눈동자 색깔이 나오질 않아요.

- 네..

직원은 화면을 몇 번 터치하더니 비교 화면을 띄우며 말을 잇는다.

- 여기 보시면, 자녀분의 눈동자 색깔과 세컨드 차일드의 눈동자 색깔을
비교해서 보실 수 있는데,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고객님의 요청에 계속 맞춰드릴 수는 있습니다.

내 아이의 눈동자 색깔과 로봇에 입혀질 눈동자 색깔은 비슷하다.
나도 안다. 완전히 동일한 색깔이라는 거, 점점 내 요구에 맞춰보다 보니
더 엉뚱한 색깔로 되어가고 있다는 거. 하지만, 난 색깔을 바꿀 수밖에 없다.

내 아이가, 따뜻한 살결로 내게 푸근하게 안기던 내 아이가
이제는 내 곁에 없다는 걸, 그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는 없으니,
같지만 같지 않다, 내 아이의 눈동자 색깔이 아니다.

- 아니에요, 조금 더 갈색으로, 아니, 조금 더 투명하게 해주세요.



끝.

no_profile 벗님 Exp 1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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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필  청춘  칭찬  물감  물속  여행  ≡
≡  바늘  독서  푸른  테잎  공부  본다  ≡

- 3년은 너무 길어요.
- 다시 회초리를 듭니다.

- [지역구 국회의원 문자 전송]
 '개혁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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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잡일전문가님의 댓글

작성자 잡일전문가 (118.♡.216.4)
작성일 06.19 16:35
연재글과 세계관이 좀 비슷할 것 같은 느낌이군요.

세계관 미리 깔아두시는 것 같아요 +ㅅ+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6.19 16:40
@잡일전문가님에게 답글 한페이지, 여기는 '한 장으로 이야기를 완결해보자'는 취지에서 진행해보고 있습니다.
완결을 짓지 않다 보면 종잡을 수 없이 얘기가 계속 늘어나서, 결국에는 계속 '미결'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야기를 꼭 "끝"내는 습관'을 길러보려고요. ^^;

잡일전문가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잡일전문가 (118.♡.216.4)
작성일 06.19 16:43
@벗님님에게 답글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서
인간 군상극이 되기도 하고
세계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스토리도 만들어지겠죠 :D

저도 연재하는건 몇 편이 되더라도 다 끝낼 생각으로는 써보고 있습니다.
50~100편 이내로는 끝나겠죠 =ㅂ=;

프로그피쉬님의 댓글

작성자 프로그피쉬 (112.♡.76.76)
작성일 06.19 16:42
슬픈 내용이군요.
그리움이란 동일한 누군가로 대체할 수 있는게 아니라  다른데도 닮은 점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6.19 16:47
@프로그피쉬님에게 답글 손을 내밀지 못하고 주저하며.. 내려놓지 못하며..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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