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작가의 이런저런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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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200편이 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장편을 쓸 수 있을까요? 200편이면 8~10권 분량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플롯을 정해서 들어갑니까?
아니면 되는대로 매일 생각하는 대로 진행합니까?
많이들 궁금해하더군요.
저 역시 머리털 나고 이토록 많은 글을 쓴 적이 없었습니다.
미리 구상하고 줄거리대로 쓸 수도 있지만, 너무 세세하게 플롯을 짜고 들어가면 강박이 생깁니다.
그래서 서사에 주인공이 끌려가는 일이 발생합니다.
케바케지만, 보통 시작과 끝을 정하고, 중간에 일어나야 할 큰 사건들 몇 개만 요약해서 정리한 후 중간에 가지를 많이 뻗는 게 좋습니다.
전 소재를 정하면 시작과 끝만 생각하고,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 때 어떻게 할까?"라는 상상을 매일 합니다.
구상이 막힌다면 그때까지 등장한 인물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상상하고, 그 사건을 주인공과 연결합니다.
초반 전개 과정하면서 떡밥을 마구 뿌립니다.
그리고 뿌린 떡밥은 미리 정리해 놓았다가 구상 막힐 때, 한 개씩 뽑아서 해결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떨 땐 떡밥들 여러 개가 이리저리 연결되면서 제법 큰 사건을 이루기도 합니다.
등장인물과 사건, 목표를 던져 놓으면 알아서 전개되는 신기한 경험(?)도 합니다.
어느 순간 작중 인물들이 스스로 마구 뛰어놉니다. 이럴 때는 순식간에 1만 자도 씁니다.
흔히 뽕 차는 순간이라고 하죠.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1~5화 안에 확 끌어당기는 몰입감을 줘야 합니다. 기대감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 중 가장 힘을 줘야 할 건 제목, 소개글입니다.
초반 유입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래도 클릭 안 할래? 정도의 어그로를 끌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글의 주제가 들어가야 합니다.
ㅠㅠ 어렵습니다. 요즘 머리털이 다 빠질 지경입니다.
공모전 때 휩쓸려 내린 글이 재미가 정말 없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불안합니다.
재미가 일단 없다고 보고, 리메이크하고 있는데 어떤 성적이 나올지 불안합니다.
새로운 일을 할 때 3년은 꼬라박아야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인다고 하던데, 아직 1년 남았습니다.
사실 이런 글을 주절거리는 것도 주제 넘습니다. 여기에 더 성공한 작가님도 계신 것 같은데, 아직 눈팅만 하시는 듯. (들어와서 같이 얘기 나눠요. ^^;;)
글만 내리 쓰다 보니 나갈 일도 없고 외로워요.
[제가 생각하는 웹소설 작가는?]
간략하게 말해서 상업작가죠.
잘 팔려야 다음 작품도 쓸 수 있습니다.
전업으로 집중할 생각이면, 작가주의, 순수주의는 일단 내려놓는 게 좋습니다.
뭐가 더 낫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발로 써도 이것보다는 잘 쓰겠다는 생각. 아주 좋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웹소설 작가, 시작하는 분들 많습니다.
쓰면 됩니다.
매일 5,500자 이상 쓸 수 있다면 반은 성공한 겁니다.
내가 글을 쓸 동안, 내 글이 가장 재밌다는 생각으로 덤벼야 내글구려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내 글은 왜 이리 재미가 없지? 라는 악마의 병이 닥칩니다.
답이 없습니다.
그래도 매일 1빡 해야 합니다. 글 쓸 때만큼은 내 글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다는 생각을 갖고 써야 멘탈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순수문학을 좋아하다가 웹소설에 도전하는 분도 많습니다.
들어보니 문창과 졸업하고 절반 정도는 웹소설 쪽으로 방향으로 틀었다고 하기도 하고요.
일하면서 먹고 사는 건 고귀한 일입니다.
[웹소의 재미]
한마디로 요약하면 재미인데, 이건 곧 기대감입니다.
독자 대부분은 글을 주로 지하철, 버스에서 봅니다.
휙휙 빠르게 지나갑니다. 심지어 대화만 읽는 독자도 꽤 됩니다.
서사, 흐름을 보는 거죠.
그래서 매화 기대감을 심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편을 결제하니까요.
결말에 끝는 기법, 후킹이라고도 합니다. 매화 이렇게 할 수는 없지만, 가끔 써먹습니다.
댓글에 욕이..욕이.. ㅠㅠ 버텨야 합니다.
지하철, 버스에서 생각해야 하는 순수문학을 읽는다?
빠져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고뇌를 이해해야 하는데 머리 아픕니다.
웹소설 시장이 커진 이유입니다. 스낵컬처. 간단하게 과자처럼 소비하는 문화.
이 분야도 어느 순간 질리겠죠.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시점이 그 시점일 겁니다.
그러면 작가는 또 달라진 독자의 입맛에 맞게 균형점을 찾아야죠.
웹툰 시장이 어려워진 지금, 웹소 시장 역시 천편일률적인 사이다패스에 질린 독자들이 늘어나면서 작가 역시 다르게 글을 써야 할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작가라면 누구나 쓰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구구절절하면서 멋들어진 묘사, 배경의 빌드업, 복잡한 인물 관계, 대를 이은 광활한 세계관 등 대부분 헤비한 독서광 출신의 작가가 몰라서 안 쓰는 게 아닙니다.
다들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듄 같은 데 익숙한 세대니까요.
단지,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보니까, 안 쓰는 것 뿐이죠. 상업 작가니까요.
모든 웹소설 장르가 자기 취향이 아닌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장르가 있다면 거기에 맞춰서 습작 형식으로 10화 정도 준비해서 문피아에 올리면 반응이 옵니다.
독자에 맞는 글을 쓴다는 게 더 힘듭니다.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니까요.
어떤 장르가 유행이라는 건 없습니다. 재미있게 쓰면 다 봅니다.
내가 쓴 글이 못 올라가면 재미가 없거나 시기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취미로 쓰면 됩니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유료화하지 않고 연재해도 됩니다. 유료화하지 않고 1,000화 넘게 글을 쓰는 분도 있습니다.
무료 베스트 10위 안에 올라간 글은 매일 꾸준하게 챙겨봅니다.
이 글의 재미는 뭐지? 작가는 이 글에서 어떤 식으로 글을 풀어가는가 보려고 말이죠.
구조가 눈에 보입니다. 감탄할 때도 많습니다. 어떤 글은 순식간에 40화 정도를 다 볼 때도 있습니다.
다독, 다작, 다상량이 되고 나서 글을 쓰는 건 맞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여야 한다는 게 없으니까요.
이건 기초니까 숨 쉬는 것처럼 해야죠. 작가니까요.
[웹소설에 성공 공식이 있을까?]
웹소설 성공 공식은 사실 없습니다.
사건이 터지고 기대감이 생기고 해결하고 나서 주위에서 인정하는 게 기본 플롯입니다.
영화, 드라마와 똑같습니다.
발단 전개 위기 결말! 똑같은 형식입니다.
보통 1권의 소설책이 이런 형식으로 전개한다면, 웹소설은 보통 1~5화에 그걸 담아냅니다.
에피소드가 더 길게 진행된다면 중간에 여러 번 이 단계를 거칩니다.
내가 도와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유혹하는 유료 강좌 같은 건 거르십시오. 그런 게 정말 있으면 강사가 직접 써서 돈 벌면 됩니다.
주식 리딩방과 비슷하죠. 100% 확실하게 돈 버는 법은 절대 공유하지 않습니다.
디시의 웹연갤 개념글에 좋은 팁들이 무진장 있습니다. 기초는 그것만 봐도 충분합니다. 적용은 별도고요.
회사원 생활도 비슷합니다. 내 생각 고집, 신념, 지향 있지만, 회사에서 지시하는 대로 일하면서 월급 받고 사는 거죠. 작가 생활도 비슷합니다. 독자 입맛에 맞게 재미있는 글을 쓰고 돈을 번다. 상업 작가라면 그렇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가장 좋은 건 내가 좋아하는 글이 독자 입맛에 맞는 건데, 그게 맞아떨어지면 대박이 나는 거죠.
다양한 독자층이 섞여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한 작품을 일률적으로 재밌다고 하진 않습니다.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이유죠. 어느 순간 운때가 맞으면 많은 분이 봐주시겠죠.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만약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웹소설을 쓰고 싶다면, 시간이 부족할 겁니다.
루틴을 잡고, 집필 시간을 최소로 하고 쌓으십시오. 그래서 최소 하루에 3,000자는 쓸 수 있게 만들면 됩니다. 짬짬이 구상하고, 집필할 시간에 집중하면 2시간 안에 1편 쓸 수 있습니다. 최소 반 편은 쓸 시간은 나야겠죠.
100화까지 쌓으면 유료 연재해도 시간이 맞습니다.
이렇게 시작해서 3질 정도 완결하고, 회사원 생활할 때보다 몇 배로 벌고 다음 작품도 자신이 생길 때 웹소설에 집중하면 어떨까, 싶네요. 세무사, 의사도 때려치우고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기도 하니까요. 물론 전업으로 오래 하면 좋은데, 의외로 오래 연재하는 작가가 많지 않습니다. 전업 결정은 매우 신중하게 하셔야 합니다.
[웹소설이 너무 생소하다면?]
아직 웹소설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한다면, 문피아나 여타 플랫폼 무료 분이라도 꾸준하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재미있는 작품을 여러 번 읽어보세요. 자신의 취향과 안 맞는 글은 읽기 고역입니다.
어느 순간 구조가 눈에 들어올 겁니다.
시간이 되면 화수 별로 구조를 요약해서 적어보세요. 3줄 이내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익숙해지면, 읽으면서 요약이 될 겁니다.
그러면 나라면 이렇게 비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비슷하지만, 다른 글을 10화 정도 필사해 보세요. 도움이 될 겁니다. 똑같이 베껴 쓰는 건 큰 도움이 안 됩니다.
웹소설이 정말 처음이라는 분에겐 이런 방법이 도움이 될 겁니다.
세 작품을 쓰면서 가장 많이 참조한 건 나무위키, 위키피디아였습니다.
다음으로 각종 데이터베이스, IMF, 월드뱅크, 한국은행, 무역협회, KOTRA 등과 교차 확인 작업을 했습니다.
사실, 제 성격이라 그렇게 했지만, 개연성, 사실 확인 등 크게 틀린 게 없다면 그냥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도 됩니다.
일종의 강박 같은 건데, 제가 글을 읽을 땐 보이거든요.
예로 들면, 1990년대 상장한 미국 기업이 있는데, 이후 여러 번 분할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구글로 주가를 찾아보면(야후 파이낸싱 등) 분할 전 주가가 아니라 분할 후 재평가한 주식 가격이 적혀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주가 그래프가 이어지거든요.
그래서 초기 상장할 때 주식 가격을 보면 턱도 없이 낮은 가격으로 적혀있습니다.
이거 주식 안 해본 사람이 조사하려면 머리털 다 빠집니다.
근데 제대로 조사해서 적어 놓아도 잘 모릅니다.ㅠㅠ
동아시아 외환 위기 가운데, 중국이 있었다는 것. 역시 조사하면서 새롭게 알았던 사실이고요. 중국이 알고 그런 건 아니지만. 나비효과로 동아시아가 90년대 말 큰 위기를 맞이했죠.
(나노머신 1991 참조. 쓰면서 재미있게 썼습니다. 몰랐던 부분을 아는 것도 기쁨이죠.)
제 댓글 가운데 가장 많이 달렸던 악플은
“흔한 양판소네.”
“뻔하네.”
“먼치킨이네.”
“00년대 유행하던 건데 아직도 이런 게 나와?”
“아놔!라니 작가 나이 나온다.”
등이었습니다.
어쩌라고? 일부러 40~50대를 노리고 쓴 글인데. 악플러, 네놈들이 뭘 할 수 있는데?
기껏해야 악플 달다가 차단당해서 내글도 못 읽는 것들이.
쓰레기 리뷰나 쓰는 주제에.
이렇게 생각하면 편합니다.
댓글만 보면 망해서 유료화도 못 갈 것 같습니다. 아무도 안 볼 것 같습니다.
한데, 놀랍게도 많이 봅니다. 복고가 유행입니다. 저의 승리입니다.
1000명이 읽어도 댓글은 10~20개 안팎입니다.
990명은 조용히 여러분의 글의 좋아해서 읽은 분들입니다.
악플러는 어떻게든 1페에 들어간 글이 고꾸라지길 바랍니다. 흑화한 작가 지망생이거나 속이 배배 꼬인 독자거나 말이죠. 악플 달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바로 삭제, 차단합니다.
이제 로그인해서는 제 글을 못 읽습니다.
악플러 IP가 다 보입니다. 본인 인증을 하지 않으면 댓글을 달 수가 없습니다.
문피아의 좋은 시스템 가운데 하나입니다.
심한 악플은 PDF로 다 떠놨는데, 비상 간식으로 놔뒀습니다.
댓글을 보니, 웹소설에 도전하셨던 분도 계신 것 같던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저도 해냈습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아닐까요?
힘냅시다! 화이팅!
P.S) 놀랍게도 전 제가 쓴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도전했습니다.
알았으면 더 겁을 먹을 것 같기도 합니다. 멋 모르고 도전했다가 얻어 걸린···.
초반부터 기대치가 낮았으니 잘 되어도 큰 실망이 없었을 겁니다.
P.S) 매니지 관련해선 쓸 게 별로 없네요. 그냥 계약 제안 오면 괜찮은 곳인지 자문 구하고 계약서에 독소 조항 없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아주 이상한 곳 제외하고 다들 비슷합니다. 계약 제안은 거쳐야 할 관문에 불과합니다. 그들 입장에선 유료화만 하면 얼마가 되었든 여기저기 돌려서 돈을 버는 거니까요.
편집자가 세세하게 조언하진 않습니다. 하더라도 깊이가 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 인 당 수십 명의 작가를 케어해야 하니까요. 간혹 초보작가와 계약하고(주로 유료화 성적도 아닌데 계약한 때 발생합니다.) 이 후 계약을 고삐로 삼아, 편집자 마음에 들 때까지 원고를 고쳐야 하는 케이스가 있다고 들었는데, 절대 피해야 합니다.
편집자가 작가를 가스라이팅 합니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글 쓰는 게 고통입니다. 왜 내 글을 쓰면서 남의 눈치를 봅니까?
오랜 대박 기성 작가도 자신이 쓴 글이 안 먹혀서 여러 번 엎을 때가 많은데 그 글이 먹힐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문피아에 올리면 독자들이 판단합니다.
내 글이 대박인데, 일반 연재라서 묻혀서 안 본다. 작가 연재에 올리면 전작 선작쪽지 돌려서 수백명은 와서 볼 건데….
아닙니다. 수백 명이 와서 보더라도 재미없으면 투베 랭킹, 못 올라갑니다.
투베에 들기만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볼 거야. 난 운이 없어서 그래.
아닙니다. 재미가 없는 겁니다.
올리자마자 100위 안에 드는 글도 있습니다. 바로 가서 봅니다.
와! 정말 재밌게 잘 쓰네. 내가 배울 점은?
바로 배울 수 있습니다. 글에 다 나와있으니까요.
환경 탓을 하는 순간 흑화한 작가 지망생이 되어 남의 글에 별점 테러하고, 악플을 달고 ….
어느 순간 드러납니다.
그 필명으로 글을 계속 쓸 수 있을까요?
못 씁니다.
이 시장은 남도 잘 되고, 나도 잘되어야 하는 판입니다.
서로 격려하고 아끼고 으쌰으쌰(나데나데) 해줍시다.
의식의 흐름대로 쓴 관계로, 글이 중구난방입니다. ㅠㅠ
아무쪼록 다들 행복한 글 쓰기 해보아요.
포스가 함께하길!
프로그피쉬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