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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페이지] 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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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2024.07.03 16:11
분류 한페이지
30 조회
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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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을 봤었어,
알지? KBS에서 하던 전설의 고향.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만 빼꼼히 내밀고 봐야 했던 그 전설의 고향.
매주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볼 때마다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었지.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나왔고,
그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며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웠지.
마지막이 해피앤딩 일 수도 있고, 새드앤딩 일 수도 있고,
무서울 수도 있고, 슬플 수도 있는.
어떻게 끝이 날 지 끝까지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어.
'이 이야기는 충청북도..' 이런 식으로 끝맺음 했었지.

어렴풋하게 지금도 기억에 남은 한 편 이야기가 있는데,
남편이 괴물을 잡는 일을 어쩌다 맡게 되었는데,
멀쩡하게 자신이 살아남고 괴물을 잘 해치우면 횐 돛을 달고,
혹시 피치 못 하게 목숨을 잃게 되면 붉은 돛을 달 거라고 부인에게 얘기했지.
그리고, 마침내 괴물과 마주친 남편, 사력을 다해 괴물을 물리치고
마침내 부인을 만나러 노를 저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그는 알지 못했지만,
괴물에서 뿌려진 피가 돛을 온통 붉게 물들여 버렸고,
멀리서 돌아오는 배의 붉은 돛을 보게 된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바다에 몸을 던져버렸지.
남편은 부인의 주검을 안은 채 알게 돼.
그 괴물이 뿌려놓은 붉은 돛,
원망과 한탄으로 울부짖으며 끝맺지.
왜 그걸 보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짙은 안개가 꼈던 것일까.

전설의 고향을 보면서 그랬어.
어찌 되었든 끝까지 가봐야 한다.
중도에 포기한다던가, 하는 그런 건 하지 않아야 하겠다.
결국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으니,
되는 데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봐야 하겠다.. 이런 심정이었지.

알 수 없잖아, 우리의 삶도.
어쩌면 지고지순한 그런 눈물겨운 사랑일 수도 있고,
한 때 반짝 타올랐다가 사그라지는 그런 풋사랑일지도 모르고,
모르는 거야, 너와 나의 운명이라는 건.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너에게 약속할 수 있어.
나.. 한 번 마음 먹은 것은 끝까지 할 거라는 걸 말이야.
무서워서 정말 벌벌 떨면서도 전설의 고향은 정말 끝까지 봤었어.
안 그러면 안 될 것 같았거든.
안 그러면 다음에 기회가 없을 것 같았거든.
알지? 나.. 너를 사랑하려고 마음먹은 거.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해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해서 사랑해 볼 거야.
그게 내 운명인 것 같거든.

보인다, 이제 종점으로 들어가나 봐.

.
.
.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내가 점점 눈이 어두워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것조차 운명이었음을.



끝.

댓글 2

적운창님의 댓글

작성자 적운창 (42.♡.63.161)
작성일 07.03 19:12
눈과 관련한 글이 많네요.  이전 글은 실제 눈, 지금 글은 안목.
잘 읽었습니다.

프로그피쉬님의 댓글

작성자 프로그피쉬 (112.♡.76.76)
작성일 07.03 19:47
전설의 고향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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