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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도시락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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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미사 221.♡.175.185
작성일 2024.07.03 16:24
분류 한페이지
107 조회
2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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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때 남들은 유치원을 다녔지만 부모님은 웅변학원에 보내셨다. 그 이유는 알 것 같지만 현재의 나를 보면 당신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한 것 같다. 웅변학원은 연산초등학교 맞은편 건물 2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현재는 도로가 되어 상상속에서만 볼수 있다.

학원에서의 점심은 집에서 반찬을 가져가고 학원 직원분이 직접 밥솥에 밥을 지어 먹는 방식이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향긋한 밥 냄새가 교실에 스며들었고, 그 떄의 분위기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반찬을 가지고 다녀야 하나 당연히 도시락 가방도 필요했겠지? 나의 선택인지 엄마의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시락 가방은 빨간색에 하얀색 꽃무늬가 들어간 가방이었고, 특이점은 금색 방울이 달려있었다. 가방을 들고 다니면 자연스레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시 엄마는 집에서 부업을 하셨는데 일명 '홀치기'라는 일이었고,(직물 염색 방법 중 하나), 집에 있을 때 엄마 옆에서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수업이 마치면 학원 버스가 골목 앞에 내려준다. 이때부터 빨간 도시락 가방의 역할이 시작된다. 골목에 들어서면 방울 소리가 골목길을 울리고 마루에 계시는 엄마에게 딸랑이는 소리가 가닿는다. 7살의 나는 학원을 파한 후 엄마를 본다는 설레임이 있었을 것이고, 엄마는 오늘도 아들내미가 학원을 마치고 무사히 집에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있었을 것이다.

고향 집에 가면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 대부분 캐리어를 끌고 가는데 현재 집 역시 골목 안쪽 집이다 보니 현관 문을 열어놨을 때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지금 그 골목길을 들어서는 기분은 빨간 도시락 가방을 들고 다니던 7살 때와 다를 바 없는데, 엄마도 비슷한 느낌일까? 다음에 가면 물어봐야겠다.


바퀴 달린 시끄러운 캐리어를 끌고 대문 앞에 서서 '엄마~~'라고 부르면서





예전에 썻던 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추억을 먹고 사는 사람 같아요. 미래를 상상하기 보다 과거의 좋은 기억을 꺼내어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댓글 4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7.03 16:31
기억은 눈으로 하는가, 귀로 하는가, 코로 하는가, 아니면 입으로, 촉감으로?
분분하다.
무엇이 기억을 정확히 담당하고 있는 지, 얼마나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지 아직은 잘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알지.
네 모습이 변하고, 목소리도 달라지고, 피부도, 네 표정도 모두 이제는 달라져버렸지만,
너를 사랑하는 나와 나를 사랑하는 너.
이것 하나 만은 언제나 같다는 걸, 난 이걸 기억하고 있다는 걸 말이야. 사랑해..

잘 쓰셨습니다. ^^

사미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사미사 (221.♡.175.185)
작성일 07.04 08:43
@벗님님에게 답글 하... 오늘도 감탄하며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그피쉬님의 댓글

작성자 프로그피쉬 (112.♡.76.76)
작성일 07.03 19:49
저도 도시락에대한 기억이 있네요.

사미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사미사 (221.♡.175.185)
작성일 07.04 08:43
@프로그피쉬님에게 답글 한 번 써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힘들때면 좋았던 시절을 기억하는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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