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Taegukgi)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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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을 때 저는 군입대 후 첫 위로휴가를 나왔습니다.
당시의 신분적 상황으로 인해 유별나게 감정이 고양된 점도 있긴 했지만,
영화가 이 장면에 이르렀을 때,
상영하던 극장 안은 흐느낌과 울음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수많은 영화를 극장에서 봤지만, 이 때만큼 영화 한 편을 극장에서 보면서 감정이 요동쳤던 적은
정말 드물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목 : 태극기 휘날리며
출시연도 : 2024년
출연 : 장동건, 원빈, 이은주 등
2011년에 개봉한 마이웨이의 실패 이후 현재까지 연출했던 모든 영화가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연거푸 고배를 마셔서 충무로의 중심에서 많이 벗어난 상태이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 중반까지 강제규 감독은 분명 흥행에 있어서 만큼은 당대 최고의 감독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것도 고작 세 편의 작품만 감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은행나무 침대>로 이미 신인 시절부터 남다른 잠재력을 보여준 강제규 감독은 <쉬리>로 본인의 필모그래피를 넘어서 한국영화 전체의 역사를 새롭게 썼고 당연히 차기작에 대한 영화계의 기대감은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나온 세 번째 연출 작품이 이 <태극기 휘날리며>였지요.
사실, 전쟁영화에 있어서 영화팬들에게는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이미 눈높이가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미 이 영화가 개봉하기 이전에 북미에서는 1998년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개봉했었고 3년 뒤인 2001년에는 HBO에서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방영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전쟁영화와 전쟁드라마의 레전드급 작품으로 공인받았고 공개 당시에도 전쟁의 참혹함을 여과없이 묘사한 충격적인 연출로 전쟁을 묘사한 작품들의 수준을 엄청나게 끌어올렸지요.
이런 배경 속에 정치적 이견으로 인하여 가장 든든한 지원이 될 수 있었던 국방부의 지원이 무산된 상태에서 제작된 이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신드롬과 같은 흥행을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바로 직전 해에 한국영화 사상 첫 천만관객 돌파 영화였던 <실미도>의 관객수를 뛰어넘는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하게 되었지요.
영화에서 묘사된 전쟁장면의 현장감도 정말 대단하였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하는 점은 영화의 배경이 된 한국전쟁 당시에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서사 전환의 방아쇠로 사용하면서도 이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엇갈리는 서사를 매우 설득력있게 묘사해 준 점이었습니다. 동시에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정신적으로 구석에 몰리는 과정도 개연성있게 묘사해 주었던 점도 장점 중 하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쓰인 프롤로그 음악을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를 안 보신 분이라도 이 음악은 공중파에서 한 번쯤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되는 이 음악은 개인적으로 역대 한국영화 전체를 통털어서도 불멸의 BGM으로 남을 걸작이라 생각합니다.
버미파더님의 댓글
역사의 비극이 다시는 재발하는 일 없기를...
아담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