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뒷처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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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damoang.net/bicycle/1934
위 글의 후속 글입니다.
3월 31일에 사고가 났으니, 거의 두 달이 지났네요.
최근 거의 다 정리가 끝나서 정보 공유? 겸 처리 과정을 남겨보겠습니다.
1) 수술
낙차 후 스마일맨 형님이 도와주셔서 119 구급차 타고 세○병원으로 이송 됐습니다.
(북악에서 사고 나면 제일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한다고 합니다. 그 때 그 때 다를 수는 있으나 저는 세○병원)
오른쪽으로 넘어져서 오른 어깨와 오른손을 찧었고 오른 다리는 쓸린 상황. 걷는 데 문제는 없어 어깨와 손만 엑스레이 촬영을 합니다. 안타깝게도 오른손 2번 중수골 중간 부분이 사선으로 골절된 것이 엑스레이에 선명하게 찍힙니다.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당일에 입원 등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중수골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자니 잘 알지 못해 다음 날 연차를 내고 다시 세○병원에 방문합니다. 응급실 부터 수술까지 그냥 한 병원에서 하기로 했어요. 사실 회사 근처인 여의도성○병원에 가고 싶었으나 의료파업 때문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후술하겠지만 이 결정을 조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수술을 위해 4월 3일 오후부터 입원했고, 4월 4일날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회복만 잘 하는 걸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손가락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된 2주 뒤 수술한 검지가 살짝 회전변형이 온 것을 확인합니다. 재수술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점이었습니다. 손가락을 편 상태에서는 외관상 멀쩡하거든요. 평생 잘 써오던 오른 검지가 중지 쪽으로 살짝 돌아가 필기나 젓가락질이 불편해진데다가, 무언가를 쥘 때 중지와 겹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제 탓이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실제로 검색 후기를 찾아봐도 손가락이 경미하게 돌아가는 건 흔한 것 같습니다. 논문 상으로는 회전변형이 절대로 일어나면 안되는 손가락이 검지라고는 하는데… 사람이 하는 일이니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학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의료 파업 문제로 쉽지 않았다는 점과, 조금 더 신경써서 수부 전문 병원(찾아보니 부천 예○ 병원이 유명하더라고요)을 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손은 서서히 회복중이라 집에서 로라를 타거나 가벼운 라이딩 정도는 가능하지만, 뼈가 완전히 붙으려면 아직 몇 개월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악력도 다 돌아오지 않아 조금 긴 다운힐에서의 브레이킹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회전변형이 생긴 건 별도의 수술을 하지 않으면 돌아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이 손에 적응하면서, 혹시 플레이트를 제거하면 좀 돌아오려나? 라는 부질없는 희망회로를 돌리는 중입니다.
1-1) 보험 처리
사설이 길었는데, 병원비는 이것저것해서 368만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응급실+최초 외래진료+입원 수술+넘어질 때 앞니가 두 개 깨져서 치료하느라 20만원)
저는 개인 실손보험은 없고, 회사에서 들어주는 실손보험이 있는데 (매년 갱신이라 4세대 실손) 대충 자부담 30%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보험처리가 안 되는 게 있어서 실손보험에서의 실제 환급은 219만원 정도 받았습니다. (비급여 일부 건은 잘 안 주려고 하는데, 주치의에게 소견서를 받으면 처리해주는 건도 있습니다.)
그 외에 운전자보험에서 골절 진단금이 30만원 있었고, 지자체(마포구) 자전거 보험에서 진단서 6주에 해당하는 40만원을 받아 총 289만원을 보험금으로 받았습니다. 최종 자부담금은 79만원.
자전거를 타면 보통 일배책을 들어놓으라, 라는 말을 많이 들으셨을텐데 저는 여기다가 한 가지 더하고 싶습니다. 골절 진단금 정도는 추가로 잘 챙기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월납입금액이 많이 오르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저는 보험이 든든하지 않아서 자부담금이 나온 케이스지만, 보험을 잘 챙겨놓으신 분이었다면 자부담금이 거의 없었을 것 같네요.
2) 자전거
스마일맨님이 자전거 이송까지 도와주셔서(정말정말 신세 크게 졌습니다. 또 밥 살게요!) 바로 샵에 입고 시켰습니다.
뽀각 잘 난다는 에이토스였지만, 운이 좋게도 프레임은 멀쩡했습니다. 다만 넘어지면서 좌측 레버가 크게 부서지고 우측 레버도 충격을 받아 스위치가 덜그럭 거리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는 뒷드레일러가 스크래치나고(다행히 작동은 멀쩡) 헹어는 사망. 그 외에 오른 페달은 긁혔지만 그건 페달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이밍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신형 스램 레드가 나오기 전에 당시 현행 레드를 싸게 팔고 있어서 주문해놓은 상태였습니다. 구동계를 전부 교체했습니다. 휠도 조금 틀어진 것 외에는 멀쩡해서 교정만 했습니다. 레버는 나눅스에 보내봤으나 파손은 얄짤없이 수리가 안되더군요.
3) 헬멧
헬멧이 제 생명을 구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당부하자면, 헬멧에는 돈 아끼지 마세요. 제 안전을 위해 헬멧에 수명이 있다는 말을 언제나 되뇌이려고 하며, 2년에 한 번은 바꾸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낙차 과정에서, 머리가 펜스에 다이빙하는 꼴이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헬멧의 찌그러진 부위에 펜스의 초록색 페인트가 헬멧에 선명히 남았습니다. 작년 가을에 새로 산 지로 신더였는데, 아깝지만 제 몫을 톡톡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MIPS 기능 덕분인지 낙차 후에도 머리에 충격이 왔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지로(수입사 : 스포츠온55)는 파손에 대해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저는 구입한지 1년 내라서 정가에서 50% 할인 대상이었고, 현재 그것보다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보상 프로그램을 신청했습니다. 앞으로도 헬멧은 지로만 쓸까 생각 중입니다.
4) 빕숏
작년 라파 세일할 때 사서 몇 번 입지도 못한 카고 빕숏이었는데 우측 주머니 부분이 찢어졌습니다. 다행히 다른 부분은 멀쩡해서 입을 수는 있는 상황.
자전거 옷 수선 잘 한다는 곳 검색하면 대구 이○리폼이 뜰텐데 저도 그 곳으로 보내서, 아예 오른쪽 주머니 부분을 떼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같은 재질을 구할 수 없어 이질감 없는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수선비는 다시 보내주는 택배비 포함 4.4만원. 싸진 않지만 제대로 하는 곳에다가 맡기는 게 마음이 편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라파에는 수선 요청을 하면서 그냥 바우쳐 달라고 했습니다. 검색해보니 100달러 준다고 하더니만 저는 70달러짜리만 주네요.
5) 기타
- 사고 때 후회되는 게 있다면… 장갑을 벗은 게 제일 후회 됩니다. 북악 PR 세워보겠다고 하던 중이라 더워서 장갑도 벗었는데 그러지 않았더라면 손을 덜 다치지 않았을까……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무리 더워도 장갑은 끼려고요.
- 수술이 끝나고서야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id221 c5와 가민 바리아 715를 쓰는데, 사고에도 불구하고 영상이 날라가는 것 없이 잘 저장이 되었더라고요.
- 사고 원인을 되짚어보면, 로라 타는 습관이 필드에서 나와서 그런 것 같습니다. 로라에서 스프린트 칠 때는 머리를 탑튜브에 처박고 페달링에 온 힘을 쏟는데, 북악 마지막 평지 구간에서 무심코 고개를 처박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오른쪽으로 가는 줄도 모르고 달리다가 펜스에 꽈당...... 전방 주시는 필수입니다. 아무리 힘을 쓰더라도 절대로 앞을 주시하세요 ㅠㅠ
- 가족들에게 많은 걱정을 끼쳤습니다. 저는 홀몸이 아니더라고요. 와이프가 걱정을 많이 해서, 앞으로는 안전을 최우선하려고 합니다. 그래도 자전거를 버리지는 못하겠어요.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다보니, 안전하게를 되뇌이면서 언제든 여력을 남기는 라이딩을 하기로 했습니다.
모두 안라하시길 바라며, 이 글이 전혀 도움되지 않는 자전거 라이프 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퍼스님의 댓글
저는 2세대 실비가 있어서 예전에 자전거 낙차했을때 병원 입원,수술비만 약 400 넘게 나왔는데 상당량(90%)를 보험금으로 받았고
치아도 깨져서 크라운 하느라 별개로 100 가까이 들었는데 이건 실비 보장이 안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자전거가 부상위험이 어느정도 있는 운동이다보니 그 뒤에 상해보험을 추가로 들었거든요.
상해보험까진 오버스러울 수 있어도 실비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저도 사고 이력이 좀 희미해질 때쯤(대충 2년 걸린다고 하네요) 보장 좀 제대로 챙겨서 새로 들 생각입니다. 말 그대로 보험이라, 돈 좀 내고 그래야 안 다칠 것 같습니다 ㅎㅎ
빠박이님의 댓글
지금도 젓가락질 오래 하면 아픕니다 ㅠㅠ
오른손이다 보니 전문 재활 센터에서 3개월 정도 잡고 주 2회 재활훈련도 했구요
확실히 근력 회복이나 범위 회복에는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손은 예민한 부위다 보니 향후 치료에 더 신경쓰시기 바랍니다!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응원 감사합니다!
강동팔님의 댓글
라파 바우쳐 경우에 저도 다른 지인들보다 적게 받아서...항의성 메일을(?) 보내니 추가로 보내주더라구요.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토마토DH님의 댓글
헬멧과 더불어 전 고글 덕도 많이 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어휴...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날이오겠지님의 댓글
저도 작년 중수골 수술 후 신경안쓰고 있던 실손보험을 좀 더 세분화하여 추가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수지접합수술은 안산에 두손병원도 꽤 유명합니다~혹시라도 언젠가 그럴일이 생기면 안되겠지만..도움 되시라고 알려드려요..^^;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rince님의 댓글
전방 주시 정말 신경써야겠습니다.
무엇보다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앞으로는 절대로 쓸데없는 짓 안하려고요. 격려 감사합니다!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lazycat님의 댓글
겨울에 로라만 타다가 이러다가 필드에서 전방 주시 까먹는 거 아냐? 란 생각을 가끔 했는데... 고쳐야겠네요.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누가 제게 말해줬더라면 저도 조심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해당 내용을 써봤습니다.
ComicShark님의 댓글
헬멧은 정말정말정말 필숩니다.
쾌차하시고 다시 즐거운 자전거 라이프 즐기시기 바랍니다!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SmileMan님의 댓글
제가 옆에 함께했으니 보호자(?)로써 도와드린건 당연거쥬 ㄷ ㄷ ㄷ ㄷ
잘 회복되시고 피알 가주아!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고네이님의 댓글
부디 잘 회복되시길 빕니다.
wiley님의 댓글의 댓글
응원 감사합니다!
바닥군님의 댓글
헬멧은 꼭, 전방주시 꼭 다시 한번 기억하겠습니다.
라티오님의 댓글